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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맞지 않은 옷' 제로톱 이강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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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요시다 마야와 볼 다툼하는 이강인(왼쪽). [연합뉴스]

일본 요시다 마야와 볼 다툼하는 이강인(왼쪽). [연합뉴스]

벤투호가 역대 80번째 한일전에 완패를 당했다. 무기력 공격력 탓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아쉬운 건 일본에 완벽히 읽힌 제로톱(전문 스트라이커 대신 미드필더가 최전방 공격에 가담하는 전술) 전술이었다.

전반 부진하자 곧바로 교체 #후반 중원서 뛰지 못해 아쉬워

역대 80번째 한일전을 치른 벤투호의 무기력한 공격력을 보여주는 수치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5일 일본 요코하마 닛산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 A매치 평가전에서 졸전 끝에 0-3으로 크게 졌다. 일본이 10개의 슈팅을 성공하는 동안 한국은 1개에 그쳤다.

한국은 전반에만 2골을 내주며 일찌감치 승기를 내줬다. 미드필더 이강인(발렌시아)을 제로톱으로 세우는 파격 전술이었지만, 일본 수비에 통하지 않았다.

전방의 이강인이 볼을 잡아 양 측면의 이동준(울산 현대), 나상호(FC서울) 등에게 다시 패스를 내주는 형태의 공격을 의도했다. 하지만 전혀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강인 일본 중앙 수비수 요시다 마야와 토미야스의 피지컬에 밀려 고전했다. 1m73㎝ 이강인 자신보다 10㎝ 이상 큰 수비수들과 경합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자주 고립돼 중앙선까지 내려와서 볼을 받는 장면이 자주 연출됐다.

결국 공격은 커녕 중원에서 연계 플레이도 수월하지 않은 상황이 됐다. 자신감을 잃은 그는 전반 막판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벤투 감독은 전반에 별 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한 이강인을 후반전에 교체했다.

후반전 이강인이 주 포지션인 공격형 미드필더나 중앙 미드필더에서 뛰는 모습을 보기 바랐던 팬들은 아쉬움을 삼켰다. 코로나19 확산 속에 스페인에서 장거리 이동한 이강인은 그렇게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고 45분만 뛰고 쓸쓸히 그라운드를 떠났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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