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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사라진 '이 장면' ... 中 보따리상이 안 보인다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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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그들'

코로나19 상황으로 국내에서 이제 보기 어려워진 장면이 있다. 캐리어를 끌고 면세점과 명동 화장품 가게를 전전하며 휴대폰에 무언가를 쉴 새 없이 말하는 중국인 관광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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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OOO'명

중국 저장의 샤오췬씨는 아침부터 한숨을 내쉰다. 일어나자마자 그가 한 일은 포털에 들어가 확진자 수를 확인하는 것이다. 'OOO'명, 어제보다도 더 증가한 수치다.

그가 확인한 것은 현재 거주하는 중국의 확진자 수가 아니다. 한국과 일본의 코로나 확진자 수다. 샤오췬씨는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물건을 구매해 중국에서 되파는 '다이거우(代购, 보따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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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샤오췬씨만이 아니다. 중국의 수많은 보따리상들은 길어져만 가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실직의 위기에 처했다. 코로나19 이전보다 항공기 운항 편수가 대폭 줄기도 했고, 운 좋게 갈 수 있다 하더라도 2주 격리 조치 때문에 사업 운영에 큰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샤오췬씨처럼 '소규모' 보따리상들은 현재 생계의 위협을 직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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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보따리상 vs 기업형 보따리상?

물론 모든 보따리상이 그처럼 코로나19로 인해 사업에 직격탄을 맞은 것은 아니다. 여전히 국내 면세점을 방문하는 대부분은 중국인들이며, 이들이 대부분의 매출을 올려주고 있다. 하지만 지금 방문하는 보따리상들은 소규모 개인이 아니다. 한 명당 수십억원어치의 물품을 한 번에 사들일 정도의 규모 있는 '큰 손'들이다.

즉 보따리상에도 '레벨'이 있다는 얘기다. 앞서 언급한 '큰 손'들은 주로 '기업적 규모'를 가진 유통 업체 쪽이거나 중국에서 수많은 팔로워를 보유한 왕훙들이다.

이들은 거대한 규모의 고객군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면세점 업체와 직접 접촉할 수 있는 '협상력'을 가진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내가 보유한 고객군 다 합치면 OO억 정도의 매출이 가능한데, OOO 면세점에서는 O%의 할인율을 제시했다. 여기서는 어느 정도 협상이 가능한가?"

이들이 한 달에 일으키는 매출 규모가 인당 수억에서 많게는 수십억 규모에 달하기도 하기 때문에, 면세점 측에서 이들만을 전담하는 영업팀을 꾸려 업체 간 보이지 않는 '큰 손 뺏기' 경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이야기다.

이 '큰 손'들은 어느 정도 보장된 매출을 바탕으로 협상을 통해 마진율을 높일 수 있고, 하늘길이 막히고 격리도 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도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 사업을 계속 영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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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렇게 기업적 규모를 갖추지 못한 '소상공인' 보따리상들은 어떻게 할까. 그들에게는 딱히 묘수가 없다.

이들은 주로 소규모 고객 군을 대상으로 영업한다. 중국 메신저 위챗이나 더우인(중국판 틱톡) 같은 쇼트클립 앱을 통해서다. 위챗을 통해서는 주로 지인이나, 지인의 지인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영위한다. '입소문 마케팅'인 것이다. 혹은 최근 대중화되고 있는 더우인(중국의 틱톡)같은 곳에서 고객을 모집한다.

이들의 매출 규모는 영세하다. 한국이나 일본 비행기 왕복 한 번에 트렁크 하나를 꽉 채워 수 십만원 버는 정도다. 그래서 코로나19로 항공편이 비싸지기라도 하거나, 2주 격리 기간 동안 호텔에 묵어야만 한다면 버는 것보다 오히려 지출이 더 많아지게 된다. '보따리상' 사업을 더는 계속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업계를 떠나 다른 곳으로 취직하거나, 여전히 집에서 손가락만 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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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구매가 생겨난 배경

애초에 이런 소규모 보따리상들이 '대리구매상'이 되기로 한 이유는 잘만 하면 다른 직업에 비해 큰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여행 다니면서 돈도 번다'는 장점 때문이다. 보통 이들 중에는 자주 한국으로 여행을 왔던 사람이거나 유학생들이 '투잡' 삼아 하다가 본업으로 전향하는 경우가 많다.

한곳에서 많게는 수백만원 어치의 제품을 사다 보니 고객들 대신 '돈 쓰는 맛'도 느낄 수 있다. 큰 손 대접받는 그 느낌은 이 직업만이 느낄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성취감'이다.

이들이 한국 면세점을 찾은 이유는 '가격 메리트'와 더불어 '정품 신뢰도'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같은 해외 브랜드의 화장품이라도 한국 면세점에서 사면 중국보다 싸게 살 수 있고, 정품이라 믿을 수도 있다. 중국은 관세 때문에 해외 브랜드 제품의 가격이 높고, 무엇보다 '가품 리스크'에 대한 걱정이 있다. 한국과 일본 제품을 더 선호하는 이유다.

'보따리상의 위기', 국내 면세업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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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거우'의 규모가 커지면서 한국 면세업계도 그 혜택을 봤다. 2019년 기준으로 한국 면세업계 매출은 세계 1위의 위용을 떨쳤다. 2019년 기준으로 1위가 스위스의 듀프리였고, 2위와 3위를 롯데와 신라가 나란히 차지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면세업계의 장밋빛 전망은 점점 흐릿해져만 갔다. 지난 1월 면세점 방문객 수는 약 34만여명으로, 지난해 1월 약 380만명 대비 10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내국인과 외국인 방문객 수 모두 큰 폭으로 감소했다. 매출 부분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면세점 매출의 8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던 외국인들이 사라진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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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영향으로 수많은 소규모 다이거우들은 생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더불어 국내 면세업계도 쉽지 않은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장기화가 보따리상과 더불어 국내 면세업계에도 위기를 가져오고 있다.

차이나랩 허재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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