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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에 꽂혔다…정유경·정지선·구본걸의 ‘이유 있는 외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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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인터내셔날은 '한국의 샤넬급' 브랜드를 만들겠다며 오는 25일 럭셔리 화장품 뽀아레의 첫 매장을 연다. 사진 신세계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한국의 샤넬급' 브랜드를 만들겠다며 오는 25일 럭셔리 화장품 뽀아레의 첫 매장을 연다. 사진 신세계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빅2’가 버티는 화장품 시장에 유통·패션·제약업 강자들이 속속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코로나로 화장품 시장이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 굳이 시장에 발을 들이려는 이유가 뭘까.

정유경·정지선·구본걸 잇단 도전 #신세계 오늘 ‘뽀아레’ 매장 첫 오픈 #LF, 비건 제품으로 생활기업 도전 #이익률 높고 고객 데이터 활용 쉬워 #보복 소비로 화장품시장 반등 예상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색조를 중심으로 화장품 시장이 위축되면서 거의 모든 화장품 기업이 성장성 하락의 위기를 겪었다”며 “동시에 력셔리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 패턴이 강해져 이를 잘 활용하면 후발주자가 앞서갈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코로나 사태가 견고했던 시장에 틈새를 만든 셈이다.

기업 입장에서 화장품은 매력적인 신성장 동력이다. 다른 제품군에 비해 고마진인 데다 코스맥스·한국콜마 등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를 활용하면 별도의 시설 투자 없이 사업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존 백화점·면세점 유통 채널, 디자인 인력, 주요 고객 데이터 또는 제약 기술 등을 활용하면 시장 안착은 더욱 쉬워진다. 올해도 대기업의 화장품 브랜드 런칭은 계속될 전망이다.

정유경 “한국의 샤넬 화장품 키울 것”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은 패션업계 오너 중에서도 일찌감치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진 신세계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은 패션업계 오너 중에서도 일찌감치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진 신세계

신세계그룹 계열 패션기업인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한국의 샤넬급’ 브랜드를 만들겠다며 오는 25일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럭셔리 화장품 뽀아레의 첫 매장을 연다. 프랑스 파리와 미국 뉴욕 등 해외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가격대는 에르메스 뷰티와 비슷한 수준으로 샤넬보다 비싸다. 립스틱이 8만2000원, 세럼 22만~68만원, 크림이 22만~72만원대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최고급 스파 브랜드 스위스 퍼펙션을 인수했다. 사진 신세계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최고급 스파 브랜드 스위스 퍼펙션을 인수했다. 사진 신세계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은 자체 화장품 브랜드인 연작·로이비 출시, 6성급 호텔 스파에서 사용하는 최고급 스위스 브랜드 스위스퍼펙션 인수, 세계 1위 색조 제조업체인 이탈리아의 인터코스와의 합작법인 설립 등으로 화장품 사업에 공을 들여왔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자사 스킨케어 브랜드 연작. 사진 신세계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자사 스킨케어 브랜드 연작. 사진 신세계

그 결과 2019년 기준으로 화장품은 전체 매출의 25%, 영업이익의 81%를 차지할 정도로 그룹 내 주력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정용진 “키덜트족 자극하는 디자인으로 차별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센텐스와 스톤브릭 두 가지 화장품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중앙포토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센텐스와 스톤브릭 두 가지 화장품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중앙포토

오빠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도 끊임없이 화장품 분야를 두드리고 있다. 2019년 런칭한 색조 화장품 스톤브릭은 장난감 ‘레고’를 컨셉트로 차용해 디자인의 차별화를 강조했다. 정 부회장이 기획 초기부터 관심을 기울였으며 런칭 소식을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직접 알리기도 했다.

이마트는 2019년 스톤브릭을 런칭하며 처음으로 색조 화장품 시장에 진출했다. 사진 이마트

이마트는 2019년 스톤브릭을 런칭하며 처음으로 색조 화장품 시장에 진출했다. 사진 이마트

다만 아직 ‘대박’은 터지지 않았다. 앞서 선보인 스킨케어 브랜드 센텐스는 5년 만에 재정비에 들어갔다. 이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을 모두 없애고 제품군도 향수·뷰티는 없애고 헤어·기초 화장품 제품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정 부회장은 이미 헬스앤뷰티(H&B) 시장에서도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이마트는 2017년 영국 월그린 부츠 얼라이언스와 손잡고 국내에 H&B 매장 부츠를 들여왔지만, 시장 안착에 실패해 지난해 2월 철수했다.

출사표 던지고 신중 기하는 정지선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은 지난해 처음으로 화장품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중앙포토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은 지난해 처음으로 화장품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중앙포토

올해 화장품 업계 최대 기대주는 현대백화점이다.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은 지난해 클리젠 코스메슈티칼 지분 51%를 인수했고 석 달 만에 국내 천연화장품 원료시장 1위 기업 SK바이오랜드를 인수하면서 투자에 박차를 가했다. 국내 최대 H&B스토어 CJ올리브영에 대한 투자도 고려할 정도로 다방면에서 화장품 사업에 관심을 두고 있다.

결과물은 조만간 베일을 벗는다. 현대백화점의 패션 계열사 한섬은 오는 하반기 첫 화장품 브랜드 런칭을 앞두고 있다. 한섬 패션 브랜드 타임·마인의 고급스러운 디자인이 적용될 전망이다.

구본걸, 비건 화장품으로 틈새시장 공략  

구본걸 LF 회장은 비건 화장품을 통해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중앙포토

구본걸 LF 회장은 비건 화장품을 통해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중앙포토

LF는 “패션을 넘어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의 생활문화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구본걸 회장의 뜻에 따라 2019년 비건(채식주의) 뷰티 브랜드 ‘아떼’를 론칭했다. 아떼는 동물성 원료 사용은 물론 화장품 제조 과정에서도 동물 실험을 진행하지 않는다. 윤리·가치 소비를 추구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타깃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LF 비건 화장품 아떼의 모델인 정려원이 에센틱 립밤을 바르고 있다. 사진 아떼

LF 비건 화장품 아떼의 모델인 정려원이 에센틱 립밤을 바르고 있다. 사진 아떼

LF 관계자는 “국내 화장품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이지만 비건 화장품에서 새로운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향후 이슬람 국가가 등 글로벌 진출도 염두에 둔 결정”이라고 말했다.

화장품 늪에 빠진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에게 화장품 사업은 '아픈 손가락'이다. 김상선 기자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에게 화장품 사업은 '아픈 손가락'이다. 김상선 기자

대기업의 화장품 사업이 늘 잘되는 건 아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에게 화장품 사업은 ‘아픈 손가락’이다. 셀트리온스킨큐어는 2013년부터 8년째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서 회장은 장남인 서진석 셀트리온 수석부사장을 셀트리온스킨큐어 대표로 앉히며 화장품 사업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으나, 올해도 흑자 전환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로 인한 기저 효과가 큰 가운데 전세계적으로 보복 소비가 시작되면서 올해 화장품 시장의 큰 반등이 예상된다”며 “비대면 소비에 대한 선호는 여전하기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 보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유통 채널을 확대하는 브랜드가 유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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