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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로 나선 구자철 KPGA 회장, 성적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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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평소 70대 초반을 치는 구자철 회장은 강풍 속 공식대회에서 96타를 쳤다. [사진 KPGA]

평소 70대 초반을 치는 구자철 회장은 강풍 속 공식대회에서 96타를 쳤다. [사진 KPGA]

구자철(66)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회장이 선수로 나섰다. 24일 충남 태안 솔라고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시니어 마스터즈에서다. 이 대회는 구 회장이 사재를 내서 만든 총상금 1억원인 대회다. 시니어 투어는 만 50세 이상 선수가 나간다. 지난해 10월 열렸는데, 대회 중 한 선수(박승룡)가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나 중단됐다가 다시 열렸다. 고인을 기념해 고인의 빈자리를 구 회장이 메웠다.

시니어 마스터즈 출전해 96타 #1R 컷오프 뒤 “프로는 범접 불가”

예스코 회장이기도 한 구 회장은 열정이 넘친다. 스폰서를 유치하거나 사재를 출연해 코로나19에 휘청거린 투어를 잘 이끌었다는 평가다. 투어 홍보를 위해 소셜미디어 활동에도 열정적이었다. 일을 많이 하다 보니 깨지는 접시도 없지 않았다. 인스타그램에 여자(KLPGA)만 후원하는 회사명을 열거하며 “너넨 다 죽었어ㅎㅎ 남자 프로 공공의 적”이라고 적었다가 삭제했다. 한국 여자오픈은 열면서 (남자) 한국오픈을 열지 않는 대한골프협회를 공개 저격했다. 엠바고를 깨고 페이스북에 “최경주 대회에 최경주가 불참한다”고 ‘특종’ 보도해 시끄럽게 했다.

“관심받기 좋아하는 회장님”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인기가 적어 얘깃거리가 안 나오는 상황에서 그나마 뉴스거리를 만들어주는 KPGA 최고 스타”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번 대회 참가도 ‘구 회장이 또 한 번 화제를 만들기 위한 희생한 것’이라고 KPGA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구 회장은 자신이 참가한다는 걸 여러 차례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렸다. 그러면서 “걱정되고 후회한다”는 속마음도 털어놨다.

구 회장은 평소 자신의 골프 스코어도 공개했는데, 70대 초중반이다. 이날은 공식 대회라 부담감도 있고 상대적으로 젊은 선수와 경쟁해 80대 중반 정도로 예상됐다. 결과는 96타였다. 전반 9홀에서 52타를 쳐 100타를 넘길 분위기였으나 후반을 44타로 막았다.

경기 후 구 회장은 “1번 홀에서 티샷할 때 정말 떨렸다. 강한 바람 때문에 플레이하기 힘들었다. 파 4홀에서 10타가 나오기도 했다. 대회를 앞두고 나름 맹훈련했는데 100% 발휘하지 못해 아쉽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함께 경기한 선수들 플레이에 방해되지 않도록 하는 게 목표였다. 동반자들이 배려해줘 고맙다. 다행히 세 선수 다 최종라운드에 진출했다. 역시 프로의 세계는 범접할 수 없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구 회장은 평소 KPGA 선수들이 얼마나 뛰어난지 많이 자랑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몸으로 그걸 직접 증명했다. 대회는 2라운드 경기로 1라운드 후 컷통과가 결정된다. 선두는 4언더파의 김종덕(60)이고, 컷 라인은 5오버파였다. 구 회장은 131명 중 122위로 컷탈락했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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