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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이어 인텔도 파운드리 투자 가세…삼성은 첩첩산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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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인 미국 인텔이 파운드리(위탁생산) 진출을 선언하면서 삼성전자가 긴장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미래 먹거리로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가 파운드리라서다.

인텔 200억 달러 투자 선언…긴장하는 삼성 

삼성전자는 2019년 4월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1위에 오르겠다”며 ‘시스템 반도체 2030’ 비전을 발표했다. 이 목표에는 파운드리 세계 1위라는 구상도 담겨 있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인 삼성전자는 비메모리 분야에서는 입지가 약하다.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시스템 반도체의 비중은 70%로, 메모리 반도체(30%)보다 덩치가 훨씬 크다. 삼성전자나 인텔이 시스템 반도체인 파운드리를 공략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파운드리 시장에서 1위는 대만 TSMC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분기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점유율이 56%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그 뒤를 삼성전자(18%)가 추격하고 있지만 점유율이 30%포인트 가까이 벌어진다. 이어 대만 UMC(7%), 미국 글로벌파운드리(7%), 중국 SMIC(5%) 순이다.

세계 파운드리 반도체 시장점유율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트렌드포스]

세계 파운드리 반도체 시장점유율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트렌드포스]

반도체 업계에선 인텔이 당장 삼성전자에 위협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한다. 기술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설계를 잘하는 강점을 살릴 수도 있지만, 현재 인텔은 삼성전자보다 두 세대(4년) 정도 뒤처져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TSMC 추격해야 하는데 강력한 경쟁자 등장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인텔의 진입은 파운드리에서 압도적인 1위인 TSMC보다 삼성전자에 위협적이다. TSMC를 따라잡기 위해 분투하고 있는 상황에서 강력한 경쟁자의 추격까지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먹거리 자체도 줄어든다. 인텔은 파운드리 시장에선 대형 발주처다. 인텔이 자사 물량만 소화해도 삼성전자로선 수주할 수 있는 물량이 줄어들게 된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23일(현지시간)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모바일용 칩 등을 다양하게 제조할 것이며 고객사로 아마존과 구글, MS, 퀄컴, 애플 등을 끌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삼성전자의 주요한 고객이다.

투자 방식도 비슷하다. 인텔은 미국 애리조나주에 200억 달러(약 22조원)를 들여 파운드리 라인으로 활용할 공장 2개를 짓겠다고 밝혔다. 현재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에 170억 달러(약 19조원)를 들여 파운드리 라인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 문제는 속도다. 증설 논의가 시작된 지 2개월이 지났지만, 텍사스 주정부 등과 세제 혜택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주요국의 세계 반도체시장 점유율 추이, 시스템 반도체 점유율, 반도체 기업의 정부 지원금 비중, 세계 반도체시장 구도, 반도체 세계 톱3 지난해 실적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OECD·IHS마켓·전국경제인연합회·트렌스포스·카운터포인트리서치·IHS마켓 등·각 사]

주요국의 세계 반도체시장 점유율 추이, 시스템 반도체 점유율, 반도체 기업의 정부 지원금 비중, 세계 반도체시장 구도, 반도체 세계 톱3 지난해 실적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OECD·IHS마켓·전국경제인연합회·트렌스포스·카운터포인트리서치·IHS마켓 등·각 사]

“원활한 공급 지원” 美정부 발표도 한몫  

더구나 인텔은 든든한 지원군도 있다. 인텔이 대대적인 투자를 결정한 데는 미국 정부의 정책 행보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반도체 공급망을 점검하고 원활한 반도체 공급을 위해 정부가 필요한 지원을 하겠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내렸다.

반도체 생산의 해외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 기업의 반도체 생산 능력을 제고하겠다는 의미다.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결국 과감한 투자와 기술개발이 관건인데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 수감 중인 상황이라 장기적인 대응이 수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6개 공장 설립에 360억 달러(약 40조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삼성전자로선 첩첩산중인 셈이다.

현재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은 폭설·한파로 인한 단전으로 지난달 16일부터 36일째 가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부문이 대폭 성장하기 위해서는 TSMC를 앞서는 3나노 기술과 수율‧원가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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