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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전역에 울린 한국어 교가…교토국제고, 고시엔 첫 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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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 선수들이 24일 봄 고시엔 대회 첫 경기에서 연장 접전 끝에 승리한 뒤 환호하며 그라운드로 달려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 선수들이 24일 봄 고시엔 대회 첫 경기에서 연장 접전 끝에 승리한 뒤 환호하며 그라운드로 달려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고교 야구의 성지인 고시엔 구장에 '동해 바다 건너서…'로 시작하는 한국어 교가가 울려 퍼졌다. 이 가사는 TV 생중계 화면을 타고 일본 전역으로 뻗어 나갔다.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등학교가 제93회 일본 선발고교야구대회(봄 고시엔 대회) 첫 경기에서 승리를 따냈다. 24일 일본 효고현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시바타고와 1회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5-4로 이겼다.

봄 고시엔은 고교야구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일본에서도 가장 권위 있고 명망 높은 대회다. 프로야구의 인기를 능가하는 일본 야구 최대 축제 중 하나로 꼽힌다.

교토국제고는 올해 외국계 국제학교로는 최초로 봄 고시엔 대회 출전권을 따냈다. 1만 관중이 운집한 이 날 경기에는 교토와 도쿄, 오사카 등 일본 각지에서 재일동포 1000여명이 모여 한 마음으로 응원을 펼쳤다.

교토국제고는 1회 말 2점을 먼저 내준 뒤 6회까지 0-2로 끌려갔다. 반전 기회는 7회 초에 찾아왔다. 1사 만루에서 1번 타자 다케다 유토가 주자 셋을 모두 홈으로 불러들이는 싹쓸이 역전 적시 3루타를 작렬했다. 7회 말 다시 1실점 해 동점을 허용했지만, 리드를 빼앗기지 않고 정규이닝을 버텼다.

봄 고시엔 대회에서 기념비적인 첫 승을 거둔 뒤 한국어로 된 교가를 듣는 교토국제고 선수들 [연합뉴스]

봄 고시엔 대회에서 기념비적인 첫 승을 거둔 뒤 한국어로 된 교가를 듣는 교토국제고 선수들 [연합뉴스]

결국 승부는 연장 10회 초에 갈렸다. 1사 2루에서 3번 타자 나카가와 하야토가 우전 적시타로 결승점을 뽑았고, 볼넷으로 이어진 1·2루에선 5번 타자 쓰지이 진이 우익 선상 바로 안쪽에 떨어지는 적시 2루타로 쐐기점을 냈다. 승리가 확정된 순간, 까까머리를 한 교토국제고 선수들은 일제히 그라운드로 쏟아져 나와 환희를 만끽했다.

이 경기는 공영방송 NHK를 통해 일본 전역에 생중계됐다. 교토국제고의 한국어 교가도 1회 말 종료 후와 경기 후, 두 차례 전국적으로 방송을 탔다. TV 자막에는 '동해(東海)'가 '동쪽의 바다(東の海)'로 수정돼 나왔지만, 야구장에 있던 선수들은 한국어 가사 그대로 '동해'를 노래했다.

교토국제고엔 학생 131명이 다닌다. 일본인이 93명, 재일 교포가 37명이다. 야구부 소속 학생 40명은 모두 일본 국적자로 알려졌다. 교가의 마지막 가사는 '우리의 정다운 보금자리, 한국의 학원'이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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