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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승리 이끈 김종인 "4월8일 뒤도 안보고 집 가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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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23일 서울 마포구 DMC첨단산업센터에서 열린 중소기업위원회 현장간담회를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23일 서울 마포구 DMC첨단산업센터에서 열린 중소기업위원회 현장간담회를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오세훈ㆍ안철수 후보 간의 단일화 국면에서 ‘순리’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 “제1야당 후보인 오 후보가 이기는 게 자연스러울 뿐 아니라 당연하다. 지난해 12월부터 3자 대결에서 안철수 후보는 매번 3위였다”는 논리였다.

오세훈 후보가 4ㆍ7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야권 단일후보가 된 23일 김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오 후보로 단일화된다는 건 처음부터 상식이라 생각했는데, 정치 상식이 통했다는 것을 서울시민이 입증해줬다”고 말했다. 경선 논의단계 내내 험한 말까지 주고받으며 각을 세웠던 안 후보에 대해 그는 “야권의 흥행을 위해 노력을 많이 해준 것에 대단히 감사드린다. 열심히 시장 선거를 돕는다고 했으니, 그 말이 지켜지길 바란다”고 여전히 냉소적이었다.

국민의힘에선 경선 승리의 주역 중 한 명으로 김 위원장을 꼽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김 위원장이 줄곧 상대 후보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각을 세우며 악역을 자처한 덕분에 주인공 오 후보가 더 돋보일 수 있었다”(야권 전직 의원)는 것이다. 단일화 과정을 둘러싼 당 안팎의 비난은 오롯이 김 위원장이 뒤집어썼다. 특히, 후보 등록 시작일까지 양측이 극한 대립을 이어가자 지난 18일 김무성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오ㆍ김문수 전 의원 등 보수 진영 원로 인사들이 “단일화의 걸림돌인 김 위원장은 즉각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일도 있었다.

국민의힘 김무성 전 의원과 폭정종식 비상시국연대 공동대표인 이재오 전 의원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직접 만나 단일화할 것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즉각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무성 전 의원과 폭정종식 비상시국연대 공동대표인 이재오 전 의원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직접 만나 단일화할 것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즉각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 안팎의 공격이 거세지자 사퇴 주장이 터진 이튿날인 19일, 김 위원장은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과의 비공개회의에서 “(재보선 다음날인) 4월 8일이 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으로 가겠다”며 “내가 무슨 사심이 있겠느냐”고 못 박았다고 했다. 줄곧 재보궐 선거 이후 사퇴 입장을 밝혀왔지만, 특정 날짜를 콕 집어 얘기한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중진의원은 “야권 단일화를 자신이 방해한다는 등의 주장에 대한 김 위원장의 반박성 발언이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자신이 밀어붙이다시피 한 오세훈 후보의 경선 승리로 예선 레이스가 막을 내린 데다, 떠나는 날까지 못 박으면서 ‘재보궐 후 김종인의 행보’에 대해 자연스레 관심이 쏠린다.
당 일각에선 차기 대선을 치를 때까지 김 위원장의 비대위원장 임기를 연장하거나 당 대표로 김 위원장을 추대하자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이날 “오 후보가 이기는 것으로 내가 국민의힘에 와서 할 수 있는 기여의 90%는 다 했다. 나머지 10% 더해 오 후보를 당선시키면 그것으로써 내가 국민의힘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비대위원장 연장론에 대해선 재차 “내가 결심할 사안으로, 다른 사람이 이야기해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가능성은 ‘제로’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일축했다.

정치권에선 김 위원장이 차기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잠재적 야권 대선주자들과 국민의힘을 한데 묶는 야권 재편 시도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김 위원장의 권력 의지나 지금까지의 정치 행보로 봤을 때는 보선 이후 ‘정권 교체’라는 큰 그림을 갖고 움직일 것 같다”며 “보선 이후 국민의당을 대체할 제3지대 세력과 국민의힘을 한데 묶는 가교, 또는 중재 역할을 할 수도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해 8월19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무릎 꿇고 참배하고 있다. 뉴스1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해 8월19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무릎 꿇고 참배하고 있다. 뉴스1

◇24일 김종인 호남행=김 위원장은 야권 단일 후보 선출 다음 날인 24일 오전 광주 5ㆍ18 민주묘지를 참배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원장 취임 직후 “호남의 지지 없이는 정권 탈환이 요원할 것”이라며 줄곧 호남에 공을 들여왔다. 그는 지난해 8월 19일 5ㆍ18 민주묘지 참배 당시엔 추모탑에 헌화한 뒤 무릎을 꿇고 15초간 5ㆍ18 희생 영령을 향해 묵념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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