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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선거 부담됐나…결국 전기요금 인상 브레이크 건 정부

중앙일보

입력

21일 서울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관리인이 전기 계량기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21일 서울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관리인이 전기 계량기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한국전력이 2분기(4~6월) 전기요금을 동결했다. 요금 인상 요인이 컸음에도 불구하고 물가 상승을 우려한 정부가 제동을 걸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제가 타격을 입은 데다, 4월 서울ㆍ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민심 악화를 우려해서다.

한전은 2분기 전기요금 인상을 유보했다고 22일 밝혔다. 이에 따라 2분기에도 4인 가구 기준 매달 최대 1050원씩 인하 효과를 보도록 했다.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는 1분기에 이어 1㎾h(킬로와트시)당 -3원으로 책정했다. 한전 계산에 따른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는 ㎾h당 -0.2원이다. ㎾h 당 2.8원만큼의 요금 부담을 한전이 떠안는 셈이다.

한전은 과거와 달리 전기요금을 동결한 이유를 별도로 알렸다. 한전 측은 “국제유가 상승 등 영향으로 연료비 조정단가를 조정할 요인이 발생했지만, 지난겨울 이상 한파로 인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의 일시적인 급등 영향을 즉시 반영하는 것을 유보하기로 했다”며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 생활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정부로부터 유보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회사의 의지라기보다 정부 방침에 따랐다는 취지다.

사실 올해부터 적용한 연료비 연동제에 따르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했다. 연료비 연동제는 석유ㆍLNGㆍ석탄 수입가격 등락에 따라 3개월 주기로 연료비 조정요금을 인상ㆍ인하하는 제도다. 시장이 올해 들어 급등한 국제유가 추이를 고려해 전기요금 인상을 전망한 이유다. 요금을 올렸다면 2013년 11월 이후 7년여만의 인상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비상시 조정 요금 부과를 유보할 수 있다’는 한전 연료비 조정 요금 운영 지침을 적용해 요금 인상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최근 밥상 물가가 급격히 뛰는 상황에서 공공요금마저 오를 경우 서민 부담을 가중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서다. 4월 서울ㆍ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정책을 추진하는 점도 부담스러웠다.

산업부 관계자는 “추가경정예산안까지 편성해 소상공인ㆍ취약계층의 전기요금을 지원하는 상황이라 (전기요금을 올리는 건) 정책 일관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전도 "이번에는 정말 이례적인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갓 도입한 연료비 연동제를 무력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도를 정치적으로 운영할 경우 전기요금 조정의 신뢰성을 잃을 수 있다. 박광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연료 가격 인상분을 반영하면 요금 인상이 자연스럽다”며 “정부 편의에 따라 전기요금을 정책 수단으로 활용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전 주주들도 적잖은 손해를 봤다. 그간 상승세를 탔던 한전 주가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1150원(4.76%) 내린 2만3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료비 연동제는 한전 이익 변동성을 낮추고 요금 체계를 합리화시킨다는 점에서 오랜 기간 기다려온 디스카운트 해소 요인"이라며 "그럼에도 여전히 (연료비 연동제가) 정상적으로 적용될지에 대해 불신이 컸다"고 전했다

일단 동결했지만, 전기요금을 계속 묶어두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탈(脫)원전 정책에 따라 값싼 원자력ㆍ석탄 발전 대신 LNGㆍ신재생에너지로 전력 공백을 메우는 상황이라서다. 게다가 최근 세계 경기 회복세와 맞물려 국제유가가 상승세라 7월 발표할 3분기 전기요금을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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