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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안 8분차 양보, 접점 찾은 단일화…조사 시기 불씨 남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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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8호 03면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19일 후보 단일화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19일 후보 단일화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야권 후보 단일화가 19일 가까스로 접점을 찾았다. 전날 협상이 무산되면서 ‘후보 등록 마감(19일) 전 단일화’는 무산됐지만 이날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서로 “양보하겠다”고 한발씩 물러나면서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25일 전까지 단일화를 마무리할 수 있는 토대는 마련했다. 하지만 여론조사 방식에서는 의견이 접근된 반면 여론조사 시기를 놓고 여전히 다투고 있어 최종 타결까지는 진통이 따를 전망이다.

후보 등록 마감날 긴박했던 야권 협상 #조사 방식 대립, 비판론 거세지자 #서로 “상대방 안 수용” 전격 선언 #25일 선거운동 시작 전 성사 접근 #오 “24일 확정” 안 “22일 결과 발표” #조사 시기 이견 커 막판 진통 예고

이날 양측이 의견 접근을 이룬 부분은 여론조사 문항(적합도·경쟁력)과 방식(유·무선 전화 비율)이다. ▶조사 대상을 무선전화(휴대전화)에서 100% 추출해 2개의 표본으로 나누고 ▶2개 여론조사 업체가 한 개씩의 표본으로 각각 ‘적합도’와 ‘경쟁력’을 물은 뒤 최종 결과를 합산하는 방식이다.

이날 오후 접점을 찾기까지 양측은 극심한 진통을 거듭해야 했다. ‘경쟁력+무선 100%’를 주장하는 안 후보 측과 ‘적합도+유선전화(집전화) 10% 포함’을 주장하는 오 후보 측이 각자 두 차례씩 번갈아 기자회견을 열고 설전을 벌이면서 감정싸움 양상으로까지 흘렀다.

이 과정에서 소통에 문제가 생겨 갑론을박이 오가기도 했다. 먼저 안 후보가 오전 10시30분쯤 기자회견을 열고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오 후보가 요구한 단일화 방식을 수용하겠다”며 양보를 선언했다. 하지만 곧바로 ‘김종인·오세훈 안’이 뭔지를 놓고 해석이 엇갈렸다. 안 후보 측은 “경쟁력+유선 10% 포함”(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이라고 이해한 반면 오 후보 측은 “경쟁력·적합도 따로 조사+유선 10% 포함”(정양석 국민의힘 사무총장)이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오 후보도 오후 1시30분쯤 직접 국회를 찾아 “(안 후보 측이) 어떤 안을 받아들이겠다는 건지 불투명하다”며 “다시 협상 재개를 요청한 정도의 내용일 뿐이고 새로운 내용은 없다는 판단이 든다”고 날을 세웠다.

양측이 세세한 내용까지 서로 치받으며 공방을 벌이자 야권에선 비판 여론이 거세졌다. 두 당의 당직자들마저 “그래서 누가 뭘 수용한 거냐”는 한탄을 쏟아냈다. “오늘 단일화를 못하면 둘 다 정치를 그만두라”(박수영 국민의힘 의원)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그렇게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다가 결국 실마리를 다시 푼 건 후보 본인들이었다. 두 후보는 오후 3시30분쯤 8분의 시간 차를 두고 “양보하겠다”는 입장문을 냈다. 안 후보가 국회에서 “김종인·오세훈 두 분이 요구하는 내용을 원하는 대로 다 수용하겠다”고 밝히는 동안 후보 등록을 위해 서울시선관위에 갔던 오 후보가 “제가 정치적 손해를 입게 될지도 모르지만 양보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두 후보는 모두 “서울시장 탈환을 위한 결단”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야권 내부에선 “통 큰 양보를 홍보해 여론조사에서 이득을 보려는 것” “야권 내부의 비판 여론에 등 떠밀린 모양새”라는 지적 또한 적잖았다.

안 후보를 원색적으로 비난해온 김 위원장도 이날은 양측 다툼에 개입하기보다 한발 물러난 모양새를 취했다. 오 후보가 입장문을 낸 뒤 찾아와 “무선전화 100%를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전달하자 “후보의 뜻을 존중한다”고 화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볼 때 여론조사 방식에서는 양측 의견이 모아지고 있지만 조사 시기는 여전히 쟁점으로 남아 있다. 안 후보 측은 “주말(20~21일)에 조사해 월요일(22일)에 단일화 결과를 발표하자”는 입장이지만 오 후보 측은 “주말 조사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월요일부터 이틀간 조사해 수요일(24일)에 결과를 발표하자”는 입장이다.

조사 시기를 두고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 것은 안 후보에 비해 오 후보가 상대적으로 느긋한 입장이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최근 나온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에 비해 오 후보가 상대적으로 상승세에 있다는 점에서다.

김 위원장도 이날 오후 당사에서 열린 회의에서 “월요일 여론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짐작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그 자체로 후보 단일화 문제가 해결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오 후보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만큼 다음주 초 여론조사에서 민심이 오 후보 쪽으로 더욱 쏠리는 것으로 나오면 단일화 협상이 훨씬 순조롭게 풀릴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이에 대해 안 후보 측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계속해서 시간 끌기만 하고 있다”며 “공식 선거 운동이 임박했는데 여론조사를 자꾸 늦추다 보면 단일화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맞받았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김종인 위원장이 단일화 과정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오전 열린 비대위·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공천관리위원장인 정진석 의원은 “남은 시간은 두 후보의 시간이자 두 후보의 공간으로 좀 할애했으면 좋겠다”며 김 위원장을 에둘러 비판했다. 장제원 의원도 페이스북 글에서 안 후보를 “단칸방집 아들”, 오 후보를 “부잣집 아들”에 비유한 뒤 “부잣집 아버지(김 위원장)가 온갖 심술을 부린다. 국민의힘이 깨끗하고 따뜻한 보수 정당으로 거듭나려면 리더십이 변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야권의 단일화 신경전을 강하게 비판했다. 박진영 중앙당 선대위 대변인은 논평에서 “서울시민은 안중에도 없는 막장 단일화의 막을 내려야 한다”며 “지난 몇 개월간 오로지 욕망의 밑바닥만 보여줬다. 배신과 음모의 막장극에 여론조사 게임까지 가관”이라고 꼬집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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