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상장 카카오엔터, 기업가치 올린 뒤 ‘멜론’과 합병 전망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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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8호 13면

실전 공시의 세계

2019년 8월 열린 카카오의 개발자 컨퍼런스 if kakao 에서 김병학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부사장이 강연하고 있다. [사진 카카오]

2019년 8월 열린 카카오의 개발자 컨퍼런스 if kakao 에서 김병학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부사장이 강연하고 있다. [사진 카카오]

기업의 경영전쟁에서는 뭉쳐야 할 때는 뭉쳐야 하고, 흩어져야 할 때는 흩어져야 합니다. ‘합병’과 ‘분할’ 전략을 적절하게 구사해 효율과 수익성,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야 경쟁기업을 이길 수 있습니다.

카카오, 음원 서비스 물적 분할 #전문성 강화로 독자 성장 분석도

카카오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멜론’ 사업을 분할해 ‘멜론컴퍼니’라는 새 회사를 만든다고 지난 12일 공시했습니다. 카카오가 두 자회사(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를 합병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웹툰 웹소설 플랫폼 운영 및 영화·드라마 제작)라는 합병회사를 출범시킨 지 불과 열흘 만에 내린 결정입니다.

신설 회사 멜론컴퍼니가 발행하는 주식은 모두 카카오가 가집니다. 즉 카카오와 멜론컴퍼니는 100% 모자(母子)회사 관계가 되는데요, 이런 방법을 ‘물적분할’이라고 합니다.

기업이 물적분할을 하는 목적은 다양합니다. 지난해 10월 산업계 최대 이슈 가운데 하나가 LG화학의 배터리사업 물적분할이었습니다. 공시가 나자마자 주주들은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물적분할하면 새로 설립되는 배터리회사(LG에너지솔루션)가 발행하는 주식을 LG화학이 모두 갖게 되고, 기존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회사 측은 배터리 사업에 들어가는 막대한 투자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물적분할을 한 다음 증권시장에 상장시켜 공모자금을 확보하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설득했습니다. 상장 이후에도 LG에너지솔루션은 여전히 LG화학의 자회사이고, 글로벌 시장 선두 업체로 성장하면 그 수혜를 모회사인 LG화학 주주들이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결국 주주총회에서 분할안은 통과됐고, 분할 공시 이후 한동안 하락하던 LG화학 주가는 이전보다 크게 올랐습니다. 이처럼 회사 내의 어떤 사업을 독자적으로 상장시켜 사업을 훨씬 더 크게 키우기 위해 물적분할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합작회사를 설립하기 위한 목적의 분할도 있습니다. 지난해 말 LG전자가 전기차부품사업 일부를 분할한 경우입니다. 전기차용 모터, 인버터 등 구동계열 사업을 물적분할해 신설 회사를 세우면 글로벌 자동차부품 회사인 캐나다 마그나가 이 신설 회사의 지분 49%를 인수(약 5000억원)하는 방식입니다. 올해 7월쯤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면 신설 회사 ‘LG마그나e파워트레인’은 LG와 마그나가 각각 51%, 49% 지분을 가진 합작법인이 됩니다. 분할 공시 이후 LG전자 전장사업의 가능성과 성장성이 재조명 받으며 주가가 크게 오르기도 했습니다.

물적분할은 부실 사업을 외부에 매각하거나, 회사의 주력으로 키울 의사가 없는 사업을 매각해 신규 사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차원에서 분할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습니다.

다시 카카오로 돌아가보면, 멜론사업 분할과 관련해 시장에서는 여러 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전문적이고 신속한 의사결정 등을 통해 멜론을 독자 성장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에서부터, 연내 상장 예정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기업가치를 올리기 위해 분할 이후 적절한 시점에 이 회사로 합병시킬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다양합니다.

김수헌 글로벌모니터 대표
국제경제 분석 전문 매체 글로벌모니터 대표다. 중앙일보·이데일리 등에서 기자생활을 했다. 오랫동안 기업(산업)과 자본시장을 취재한 경험에 회계·공시 지식을 더해 재무제표 분석이나 기업경영을 다룬 저술·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1일3분1공시』 『하마터면 회계를 모르고 일할뻔 했다』 『이것이 실전회계다』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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