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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지재룡조차 집에 못간다, 北대사 이상한 베이징 동거

중앙일보

입력

이용남(61) 신임 주중 북한대사가 베이징 현지에서 자가격리를 마치고 조만간 공식 활동을 시작할 것으로 관측된다고 익명을 요구한 외교 소식통이 15일 전했다.

이용남 신임 대사 베이징서 자가격리 마쳐 #지재룡 전임 대사 국경 막혀 귀국 늦어져 #코로나19 막기 위해 북한인 귀국까지 막아

홍남기 경제부총리(오른쪽)와 이용남 북한 내각 부총리가 지난 2019년 9월 러시아에서 열린 ‘동방 경제포럼’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오른쪽)와 이용남 북한 내각 부총리가 지난 2019년 9월 러시아에서 열린 ‘동방 경제포럼’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이 소식통은 “이용남은 비공개로 지난달 중국에 도착했다”며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중국 당국이 시행하는 21일 간의 자가격리가 지난주 말 끝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역성(현 대외경제성) 출신인 그가 자가격리 중 북ㆍ중 현안 업무를 인계받았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지난달 19일 외무성 홈페이지를 통해 이용남 중국 대사 임명을 전했다. 다른 소식통은 “북한은 대사가 현지에 부임하거나 평양 출발을 전후해 임명 사실을 공개해온 관례가 있다”며 “이용남은 지난달 19일 외무성 발표를 전후해 북한을 떠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그런데 지재룡 전임 주중 북한대사가 이용남 신임 대사의 베이징 부임 이후에도 베이징에 머문 것으로 파악됐다. 외교 의전 상 전현직 대사가 부임지에 함께 있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지재룡 전임 대사가 베이징에 머무는 배경은 코로나19로 인한 북한의 국경 폐쇄 때문이라고 한다. 소식통은 “통상 대사는 대통령을 대신하는 자리여서 한 명만 주재국에 머무는 게 관례인 만큼 후임이 부임하면 자리를 비운다”며 “그런데 이번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지재룡 전임 대사의 귀국이 늦어지면서 전ㆍ현직 대사가 ‘동거’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북한은 코로나19 차단 목적으로 북·중 국경을 닫고 교통편을 끊어 버리면서 평양에 근무하던 러시아와 동유럽 외교관들이 피난민처럼 걸어서 북ㆍ중, 북ㆍ러 국경을 통과하는 일까지 벌어지곤 했다. 이는 중국에 나가 있던 북한 관리들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자국민들에게도 국경을 닫으면서 중국의 선양(瀋陽)과 단둥(丹東)에 출장을 갔던 북한 관리 몇 명이 지난해 1월 북한의 국경 통제 이후 1년 넘도록 귀국하지 못해 아예 영사 자격으로 공관 근무에 나선 경우도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용남 대사는 20대에 잠시 외교관으로 공관(태국)근무를 했지만 이후 무역성으로 옮겨 2008년 48세의 나이에 장관(무역상)에 올랐고, 이후엔 내각 부총리로 무역을 담당했다. 북한은 그동안 노동당 국제부나 외무성 고위 인사를 중국 대사에 파견했는데, ‘무역통’을 신임 대사에 보낸 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인한 경제난 해결의 돌파구를 북·중 경제협력에서 만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대사는 1977~83년 주중 대사를 지낸 전명수 전 외무성 부상(고방산 초대소장)의 사위여서 장인과 사위가 연이어 중국 대사를 하는 이력도 남겼다.

이 대사의 북한을 떠나 어떻게 베이징으로 들어갔는지의 부임 경로는 확인되지 않았다. 북한이 최근 외국발 항공편을 운항한 사실이 없다는 점에서 이 대사가 신의주~단둥을 육로로 이동한 뒤 중국 국내선 항공 또는 고속열차 등을 이용해 베이징에 도착한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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