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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대법 "비상상고 사유 안돼" 형제복지원 원장 무죄 유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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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이 진상규명을 요구하던 국회 앞 농성장. [피해생존자 한종선]

피해자들이 진상규명을 요구하던 국회 앞 농성장. [피해생존자 한종선]

부랑자 수용을 명분으로 시민 불법 감금과 강제노역, 폭행, 암매장 등을 자행한 고 박인근 전 형제복지원 원장의 무죄 판결을 취소해달라며 검찰이 제기한 비상상고가 기각됐다.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지난 2018년 11월 대법원에 비상상고를 신청한 지 약 2년 4개월여만이다.

11일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특수감금 혐의로 기소돼 무죄를 확정받은 박씨의 비상상고심에서 기각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형제복지원은 거처없는 부랑인들을 선도한다는 명분으로 내무부(현 안전행정부) 훈령 410호(1987년 폐지)에 따라 1975~1987년 운영돼 장애인, 고아 등 3000여명을 마구잡이로 잡아들여 강제노역과 학대를 일삼았다는 의혹을 받는다.

복지원 자체 기록만으로도 사망자는 513명으로 집계됐고, 일부 시신은 암매장돼 아직도 정확한 위치를 찾지 못한 상태다.

박씨는 부랑인들을 울주작업장에서 강제노역에 종사시킨 혐의(특수감금)로 기소됐으나 법원은 수용이 정부훈령에 따른 것이므로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며 무죄판결했다.

형법 제 20조는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29년이 지난 2018년 11월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은 대검찰청 산하 검찰개혁위원회와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박씨 사건을 비상상고 신청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비상상고란 확정된 형사판결에서 위법 사항이 발견됐을 때 검찰총장이 대법원이 재심리를 제기하는 비상구제절차다. 신청기간에 제한이 없고 판결을 받은 자가 사망했을 때도 허용된다. 박씨는 2016년 사망했다.

지난해 10월 열린 재판에서 검찰 측은 형제복지원 운영이 위법하지 않다고 본 법원의 판단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고경순 대검 공판송무부장은 “피해자들을 사회로부터 격리해 기한 없이 강제수용하게 한 것은 과잉금지 원칙과 적법절차 원칙에 위배된다”며 “형법 제20조에서 정한 ‘법령에 의한 행위’는 합법·합헌에 따른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해자들 감금이 내무부 훈령에 따라 정당하다고 본 것은 형법 제20조를 잘못 해석·적용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날 “이번 사건은 비상상고의 사유로 정한 ‘그 사건의 심판이 법령에 위반한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비상상고를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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