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묘.벌초길 안전사고 응급처치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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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가까워지면서 조상의 묘소를 찾아 벌초를 하는 가정이 많다. 하지만 벌초를 하다가 벌에 쏘이거나 뱀에 물리는 등 예기치 않은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성묘 나들이 때 자주 발생하는 안전사고의 응급처치 요령을 살펴본다.

◇ 벌에 쏘인 경우

벌에 쏘이면 보통은 쏘인 자리가 아프고 붓는 정도지만 만약 벌 독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라면 호흡곤란, 의식장애 등의 증상과 함께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벌 독에는 여러 단백질 성분이 함유돼 있기 때문에 알레르기를 잘 일으킨다. 벌 독 알레르기는 나이나 성별보다는 물린 사람의 체질이 더 문제다. 따라서 자신이 벌 독 알레르기가 있는지, 있다면 어느 정도 심한지를 먼저 알아야 하는데 이는 벌에 물리기 전에 미리 의료기관에서 알레르기 반응검사를 받아보면 알 수 있다.

벌에 쏘이면 대부문 피부 두드러기가 나타나지만 심하면 저혈압, 의식불명, 천식발작, 호흡곤란, 복통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우리 나라에 서식하는 벌 가운데 가장 흔한 벌 독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 꿀벌과 말벌, 땅벌인데 이중 복부에 노란 줄무늬가 있는 땅벌은 땅속이나 썩은 나무에 집을 짓고 살기 때문에 벌초할 때 무심코 건드리기 쉬운 만큼 주의해야 한다.

■ 벌에 쏘이지 않으려면
벌을 유인할 만한 향수, 화장품, 요란한 색깔의 옷을 피하고 벌이 가까이 접근하면 벌이 놀래지 않도록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낮은 자세를 취해야 한다. 벌 독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꽃밭, 과수원, 쓰레기장 등 벌이 많은 장소의 출입을 삼가야 한다. 옥외에선 언제나 양말과 운동화를 착용하고 몸에 맞는 옷을 입되 밝은 색깔의 옷은 피하는 것이 좋다.

벌에 쏘였으면 지혈대를 감아 벌 독이 전신에 퍼지는 것을 방지하고 병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항히스타민제와 에피네프린 자동주사약 등을 휴대하는 것도 괜찮다.

꿀벌의 경우 벌침이 남아 있는 경우는 핀셋 등을 이용해 빼내지 말고 신용카드 등으로 밀어서 빠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핀셋으로 집으면 침이 빠지기 어렵고 안으로 밀려들어가기 쉬우며 독이 더 퍼지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독사에 물린 경우

우리 나라에는 분류 방법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략 3~4종의 독사가 있다. 살모사 등의 독사에 물리면 즉시 화끈거리는 통증이 발생하며 물린 부위부터 붓기 시작해 점점 부기가 퍼진다. 출혈, 물집, 피부조직 괴사, 전신 쇠약, 구역질, 구토, 식은땀, 감각둔화 등의 증상도 생긴다.

독사에 물린 뒤 흥분해 걷거나 뛰면 독이 더 빨리 퍼지는 만큼 물린 사람을 바닥에 눕혀 안정시킨 뒤 움직이지 않게 해야 한다. 물린 부위가 통증과 함께 부풀어 오르면 물린 곳에서 5~10㎝ 위쪽을 넓은 끈이나 고무줄, 손수건으로 묶어 독이 더 이상 퍼지지 않게 해야 한다.

그러나 묶인 팔.다리가 저릴 정도로 너무 세게 묶는 것은 좋지 않으며 동맥 순환은 어느 정도 가능하나 정맥을 통하여 심장 쪽으로 가는 순환만 방지하는 정도로 느슨하게 묶어야 한다.

물린 부위는 심장보다 아래쪽에 둬야 하며, 팔을 물렸을 때는 반지와 시계를 제거해야 한다. 그냥 두면 팔이 부어오르면서 손가락이나 팔목을 조이기 때문이다.

이후에는 나무와 판자 등으로 부목을 해 환자가 물린 부위를 움직이지 않게 하는 것이 좋다.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은 환자에게 먹거나 마실 것을 절대 주지 말아야 한다.

입으로 독을 빨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현장 처치라고 알려져 있지만 이는 효과가 검증된 방법은 아니다. 오히려 입 속의 균이 물린 상처를 통해 감염시킬 가능성도 있으며 입 속에 원래 상처가 있던 사람은 독이 퍼질 위험도 있다.

독을 빨아내려고 물린 부위를 칼로 절개하는 것도 특별한 효과가 증명된 방법이 아닌 만큼 삼가야 한다.

뱀에 물린 상처에 된장, 소주 등을 바르는 것은 되레 통증을 증가시키고 감염의 위험도 늘어나므로 하지 말아야 한다.

병원에 갈 때는 물린 뱀의 종류가 무엇인지 알고 가는 게 좋으며, 뱀을 잡아서 가져가면 도움이 된다.

◇ 벌초하다 베이거나 절단한 경우

예초기나 자동톱을 이용해 벌초하는 사람이 늘면서 칼날에 손이나 다리, 발 등을 베이는 사고 자주 일어난다. 예초기의 칼날은 고속으로 회전하는 데다 날카로워 풀 속에 있는 돌에 칼날이 부딪힐 경우 부러지면서 파편이 튀어 상처를 입을 수 있다. 따라서 작업을 할 때는 칼날이 돌에 부딪히지 않도록 주의하고 목이 긴 장화나 장갑, 보안경 등을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피가 많이 나면 깨끗한 물로 상처를 씻어 흙이나 오염물질을 제거하고 소독약을 바른 뒤 깨끗한 수건이나 가제로 감싼 채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역시 상처에 소주나 된장, 담뱃가루 등을 바르는 행위는 금물이다.

보통 연고를 바르거나 항생제 가루를 뿌리는 사람이 많은데 이보다는 소독약을 바르고 씻어내는 것이 좋다.

출혈이 심한 경우에는 출혈 부위를 씻어낸 후 소독약을 바르고 가제를 대어 그 위에 수건을 대고 상처를 압박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이 같은 국소압박으로도 피가 멈추지 않는다면 출혈부위에서 가까이 위치한 동맥부위를 누르는 것이 효과적이다.

기계를 사용하다가 손가락이나 발가락 등이 절단될 수도 있다. 절단된 상처는 베인 경우와 마찬가지로 깨끗한 물로 상처를 씻어 흙이나 오염물질을 제거하고 소독약을 바른 후 깨끗한 수건이나 가제로 감싸 지혈을 한다.

절단된 손.발가락 마디는 깨끗한 물로 여러 번 씻고 생리식염수를 약간만 적신 가제로 손가락 마디를 싸서 비닐봉지에 넣은 뒤 비닐봉지를 얼음이 담긴 물에 넣어 가는 게 좋다.

이 때의 원칙은 잘린 마디가 너무 건조하지도 너무 젖지도 않아야 하고 얼지 않을 정도의 차가운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절단된 손가락 마디를 물 속에 담가 운반하면 조직이 퉁퉁 불어 접합 수술이 불가능해지며 얼음물이 아닌 얼음에 재어 오면 조직세포가 얼면서 파괴되므로 접합결과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도움말 : 한림대성심병원(평촌) 응급의학과 왕순주 교수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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