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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에 잔혹살해, 시신도 도굴···미얀마 10대 17명이 숨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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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에서 반 쿠데타 시위에 참가했다가 군의 무력 진압에 사망한 여성 쥐 텟 소에의 장례식이 5일 열렸다. [AFP=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에서 반 쿠데타 시위에 참가했다가 군의 무력 진압에 사망한 여성 쥐 텟 소에의 장례식이 5일 열렸다. [AFP=연합뉴스]

“너무 끔찍해서 아직 충격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군부 인사 찾아가 일가족 찔러 2명 피살 #"미얀마 군 10대 청소년에 머리 조준 사격"

군부의 진압으로 희생자가 다수 발생한 만달레이 거주 미얀마인 텟은 6일(현지시간) 중앙일보에 전날 마궤 지역에서 벌어진 '백색테러' 사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17세 소년이 잔혹하게 살해됐다는 내용을 관련 자료와 함께 전하면서다.

현지 매체 미얀마나우에 따르면 5일 마궤 지역의 한 마을에서는 군부의 지원을 받는 통합단결발전당(USDP)의 지지자 약 25명이 이 마을의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지역 대표 트웨이 아웅(53)과 그의 조카인 17세 소년 난 와이 아웅을 살해하고 이들의 가족 5명에게 흉기 등을 휘둘러 다치게 했다. 두 사람은 자상으로 숨졌다.

생존자들이 현지 매체에 전한 내용에 따르면 이들은 목공소 앞에서 피해자들을 기다리다가 갑자기 공격했다고 한다. 트웨이의 아들은 “그들은 흉기와 무기를 준비해놓고 우리를 기다렸다가 공격했다“며 “‘저들을 죽이면 우린 뭐든지 할 수 있다, 모두 죽여라’라고 소리쳤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도망가야했기에 아버지를 구할 수도 없었다”면서 숨진 친척에 대해 “너무 어린 아이”라고 말했다.

6일(현지시간)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에서 반 쿠데타 시위 참가자가 경찰의 최루탄 공격을 받고 의료 처치를 받고 있다. [EPA=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에서 반 쿠데타 시위 참가자가 경찰의 최루탄 공격을 받고 의료 처치를 받고 있다. [EPA=연합뉴스]

군부의 무력 진압에 이어 군부 지지 세력까지 공공연하게 테러에 나서면서 미얀마는 공포에 휩싸였다.

양곤에 거주하는 미얀마인 킨은 6일 중앙일보에 “매일 밤 인터넷이 끊기고, 대낮 거리에서도 군부의 통제가 심각하다”며 “군은 전쟁용 무기를 쓰는데, 시민들은 무기 없이 전쟁 중인 것이나 마찬가지”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도청이 우려된다”며 기자에게 메신저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전화를 걸었다. 또 다른 양곤 시민은 자신의 아버지가 일감을 찾던 중 길에서 체포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기자에게 전송하며 “시위도 하지 않았고, 아무 이유도 없는데 교도소로 끌고 갔다”고 분노했다.

10대 희생자 키알 신 묘지 시멘트로 덮여 

CNN은 미얀마에서 어린 희생자들이 늘면서 미얀마가 슬픔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시위의 주축이 된 젊은 세대가 저격으로 피살되고 있어서다. 키알 신(19), 마이 묘 아우(16), 진 코코 자우(22)는 머리와 복부에 총탄을 맞고 사망했다. 현지 매체들은 지난 5일 밤 군 소속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키알 신의 묘지를 도굴한 뒤 시신을 시멘트로 덮었다고 보도했다. 총격 피살 증거를 없애려 도굴을 했다는 것이다.

지난 3일 군부의 무력 진압으로 사망한 '태권 소녀' 키알 신의 묘지가 6일 시멘트로 덮여있다. [SNS 갈무리]

지난 3일 군부의 무력 진압으로 사망한 '태권 소녀' 키알 신의 묘지가 6일 시멘트로 덮여있다. [SNS 갈무리]

지난 3일 군의 무력 진압으로 최소 38명이 사망하면서 국제 사회의 규탄이 이어졌지만 미얀마 군경은 이를 아랑곳하지 않는 듯 계속해서 희생자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5일 만달레이에선 경찰이 시위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20대 남성이 목에 총을 맞고 사망했다.

시위 도중 체포된 이들도 성치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미얀마나우에 따르면 3일 양곤에서 시위 도중 체포된 18세 소년 윈 칸트 마웅은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상처와 멍으로 덮여 돌아왔다. 윈의 어머니는 “얼굴도, 어디도 만질 수 없다”며 “내 아들은 무기도 없는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라며 흐느꼈다.

엠네스티 “군부 잔혹성 늘고 있어”

국제인권단체 엠네스티는 4일 성명을 발표하고 “현재 미얀마 전역에서 나오는 끔찍한 장면은 군부의 잔혹성이 증가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들”이라며 “명백한 초법적 처형과 불법 살인이 급증하는 것을 보고 있다”고 규탄했다.

미얀마 시민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군의 진압으로 사망한 48명 중 절반이 25세 미만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20세 미만 사망자 수는 이들 가운데 17명이었다. 유엔아동기금 (UNICEF)도 3일 벌어진 진압에서 14~17세 사이의 청소년 다수가 사망했으며 최소 4명의 어린이가 중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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