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순간’이 성큼 다가온 것 같다.”
여권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움직임에 강력 반발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영남 지역 국민의힘 중진 의원의 3일 반응이다. 이 의원은 “연이은 윤 총장의 언론 인터뷰는 사실상의 정치 참여 선언으로 보였다”고 덧붙였다.
‘별의 순간’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이른바 ‘대권’에 빗대며 유명해진 표현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윤 총장을 겨냥, “인생에 ‘별의 순간’은 한 번 오는데 놓친 뒤 후회해봐야 소용없다”고 말했다.
野 “尹 사퇴 타이밍은 ‘3말 4초’”
윤 총장이 차기 대통령 선거를 1년가량 앞둔 시점에 여권과 각을 세우면서 정치권의 관심도 다시 그에게로 옮아가고 있다. 윤 총장은 검찰의 수사권 박탈이 목적인 여권 강경파의 중수청법 발의 움직임에 대해 “직을 100번이라도 걸겠다” “자리 그까짓게 뭐가 중요한가”라며 사퇴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정치권에선 윤 총장의 반발이 4ㆍ7 재ㆍ보궐선거에 얼마큼의 영향을 끼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에선 윤 총장의 반발이 반문세력의 결집으로 이어져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권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여기엔 “직을 걸겠다”는 윤 총장의 사퇴가 기본 전제로 걸려 있다.
야권에선 보는 윤 총장의 사퇴 적기는 보궐선거 이전인 3월 말 이전, 늦어도 4월 초까지다. 반대로 윤 총장이 선거 직전까지 거취를 결정하지 못할 경우 그를 향한 정치권의 관심이 급격히 사그라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수도권 지역의 한 국민의힘 의원은 “윤 총장이 선거 전 사퇴한 뒤 야권이 서울시장 자리를 탈환한다면 이 모든 게 윤 총장의 정치적 자산이 될 것”이라며 “지금 시점에 중수청 반대를 명분으로 전면에 나선 윤 총장도 이런 포석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부장검사 출신인 김웅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선거가 끝난 뒤엔 후임 검찰총장 인사 이야기가 나오면서 윤 총장의 힘은 자연스레 빠질 것이다. 그때 가서 총장직을 걸어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며 “이제 윤 총장은 명분만 있으면 옷을 벗으려고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도 최근 주변 인사들에게 “윤 총장이 3월 안에 나오지 않겠냐”고 말했다고 한다.
윤석열 마중 나온 권영진 대구시장
윤 총장은 이날 오후 대구고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중수청법을 강행하면 사퇴할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지금은 그런 말씀을 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기자들이 정계 진출 가능성을 묻자 그는 “이 자리에서 드릴 말씀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윤 총장의 이날 대구고검 방문엔 국민의힘 소속인 권영진 대구시장이 꽃다발을 들고 마중을 나와 눈길을 끌었다. 권 시장은 윤 총장과 악수하며 “헌법 가치를 수호하는 총장님의 행보를 응원한다”고 말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