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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男兒) 성비 사상 최저…사라지는 '남아선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출생아 중 남자아이 비중이 지난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통계청의 2020년 인구동향 조사 출생ㆍ사망통계 잠정 결과를 보면 지난해 출생성비는 104.9명을 기록했다. 출생성비는 여아 100명당 남아 수를 뜻한다. 지난해 태어난 여자아이 100명당 남자아이가 104.9명이라는 의미다.

이는 통계청이 관련 데이터를 보유한 199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출생성비는 1990년 116.5명을 기록한 후 1995년 113.2명, 2000년 110.1명, 2005년 107.8명, 2010년 106.9명, 2015년 105.3명, 2020년 104.9명으로 꾸준히 내려가고 있다.

자료: 통계청

자료: 통계청

지난해 출생성비는 통계청이 판단하는 출생성비 정상범위(103~107명)의 거의 한 가운데다. 성비에 대한 선호 없이 수정된 아이를 그대로 자연스럽게 낳았을 때 나타나는 성비에 도달했다는 의미다. 출생성비는 2007년에 106.2로 처음으로 정상범위로 들어왔고 이후 점차 정상범위의 한가운데로 수렴해왔다.

‘셋째 아이 이상’의 성비 변화는 더 극적이다. 1990년 193.7명, 2000년 143.6명, 2010년 110.9명을 기록하더니 2020년에 106.7명으로 낮아졌다. 2019년에는 셋째 아이 이상의 성비가 103.2명으로 전체 출생성비 105.5명보다 낮아지는 현상이 처음 발생하기도 했다.

보통 셋째 아이 이상은 이른바 ‘대를 잇기 위해’ 남자아이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다. 첫째와 둘째 모두 딸을 낳은 부모가 임신 초기 불법 성감별을 통해 아들인 경우만 낳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실제 1993년의 셋째 아이 이상 출생성비는 209.7명을 기록했다. 여아 100명당 남아가 200명을 넘어설 만큼 성비 불균형이 심각했지만 반대의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전체 출생성비와 셋째 아이 이상 출생 성비가 정상범위에서 거의 일치하는 것은 과거부터 뿌리 깊이 박혀있던 남아선호 사상이 사라지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통계청은 2018년에 내놓은 2017∼2047년 장래인구 특별추계에서 2029년에 여초(女超) 사회가 시작된다고 예측했다. 남아선호 분위기가 사라지고, 평균 수명에서 남성이 6년 안팎 더 짧아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여성 100명당 남성의 인구수를 뜻하는 ‘성비’는 2029년에 처음으로 99.9명을 기록, 100명을 밑돌 전망이다. 이후 성비는 2047년(98.3명)까지 단 한 해도 빠짐없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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