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코틴, 치매·정신분열증 등 치료 효과

중앙일보

입력

유해한 것으로만 알려진 담배의 니코틴 성분이 노인성 치매인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정신분열증에 치료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시카고 대학의 신경생물학자인 댄 머기히 박사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흡연자들을 중독시키는 니코틴이 정신병이나 퇴행성 질병을 앓는 환자들의 두뇌 활동에 강한 충격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영국의 가디언지 인터넷판이 19일 보도했다.

머기히 박사의 임상시험 결과 일부 환자들에게서 니코틴이 파킨슨병의 발병을 늦추고, 정신분열증의 환각증세를 덜어줄 수 있는 효과가 있음이 증명됐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니코틴의 이런 효과 때문인지 실제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의 50%, 정신분열증 환자의 95%가 담배를 피워 일반인들의 흡연율(25%)을 배 이상 능가했다.

머기히 박사는 "이는 자가치료의 모습"이라며 "환자들은 부분적으로 정신병 치료에 도움을 주는 니코틴 때문에 담배를 피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니코틴은 뇌의 특정 부분에 있는 세포 표면의 수용체를 자극, 쾌락의 감정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을 방출하게 함으로써 사람의 중독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최근 의학전문지 '네이처 메디신'에 "흡연은 정신병리학의 표지"라는 글을 기고한 예일대 토니 조지 박사도 "니코틴이 종종 뇌세포 파괴로 나타나는 파킨슨병의 진행을 느리게 한다"며 머기히 박사의 주장을 지지했다.

머기히 박사는 "니코틴의 치료 효과는 분명 뛰어나다"면서 "이번 연구는 니코틴의 추출물이 의학적으로 정신질환 완화에 도움을 줄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효과가 흡연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니코틴의 혜택보다는 흡연에 따른 치명적인 악영향이 더 심각하다"며 담배의 유해성에 대한 경고도 아끼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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