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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거물 태운셈"…우즈와 제네시스 대회 4년 악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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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 [AP=연합뉴스]

타이거 우즈. [AP=연합뉴스]

현대차는 2016년까지 하와이에서 열리는 PGA 투어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대회의 타이틀 스폰서를 했다. 이전 스폰서가 메르세데스 벤츠라서, 이를 잇는 현대로서는 이미지상 나쁘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스폰서로서 가성비는 높지 않은 대회였다.

현대차, LA 대회 스폰서 최고의 투자 #"슈퍼스타를 공짜로 차에 태웠다" #그러나 거물 교통사고로 앞길 험난

1월 첫 주 휴가 시즌에 열려 관심이 적었고, ‘우승자들의 대회’라는 전통적인 이름에 타이틀 스폰서의 이름이 가려지는 대회다. 무엇보다 타이거 우즈가 참가하지 않아 미디어가 심드렁했다.

2017년 현대는 로스앤젤레스 인근 리비에라 골프장에서 열리는 LA 오픈(현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으로 옮겨 탔다. 로스앤젤레스라는 대도시를 기반으로 하며, 95년 전통이 있고, 리비에라라는 명문 코스에서 열린다. 참가 선수들의 수준도 높다. 현대의 브랜드 노출이 하와이 대회보다 훨씬 컸다.

타이거 우즈는 이 대회와 관련이 있다. LA에서 자란 그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와 함께 이 대회를 참관했다. 1992년 만 16세의 아마추어로 처음 나간 PGA 투어 대회가 LA오픈이다. 당시 그는 “이 대회가 마스터스나 US오픈 같은 메이저대회는 아니지만 나는 그렇게 여기겠다”고 말했다.

우즈는 아버지가 사망한 2006년 이후 이 대회에 참가하지 않았다. 그러다 2017년부터 대회장에 왔다. 현대차가 스폰서를 맡은 이후 LA에 위치한 그의 자선재단이 제네시스 오픈의 운영을 맡았기 때문이다. 우즈로서는 자선재단 때문에 꼭 참가하는 대회가 됐다.

유서 깊은 LA오픈을 잇는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AP=연합뉴스]

유서 깊은 LA오픈을 잇는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AP=연합뉴스]

제네시스 오픈은 2020년 인비테이셔널급 대회로 격상되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로 이름이 바뀌었다. 현대차로서는 대박이었다.

대회 위상이 올라간 이유는 타이거 우즈 때문이다. PGA 투어는 전설적인 선수들이 관계된 대회에 특별한 자격을 준다. 잭 니클라우스가 주최하는 메모리얼, 고 아널드 파머가 만든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이 그런 대회다. PGA 투어는 제네시스 대회를 우즈 대회로 인정하고 급을 올린 것이다.

우즈는 협약식장에서 "내가 자랐고, 첫 대회에 참가한 여기보다 더 나은 곳은 없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은 “타이거 우즈와 우즈 재단 그리고 PGA투어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제네시스 오픈을 한 층 발전된 대회로 이끌 수 있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PGA 투어는 일반 대회 우승자는 2년, 인비테이셔널급 대회는 3년, 메이저 대회는 5년 출전권을 준다. 선수들은 니클라우스가 주최하는 메모리얼, 우즈가 호스트인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은 메이저 다음으로 중요한 대회라고 여긴다.

현대차는 인비테이셔널 대회가 된 후 상금을 740만 달러에서 930만 달러로 190만 달러 올렸다. 그러나 타이거 우즈와 한배를 탄 것을 고려하면 괜찮은 투자다.

우즈를 초청하는 비용만 300만 달러가 든다.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타이거 우즈 대회’라는 등식이 만들어져 우즈의 후광을 완전히 업을 수 있으니 현대차로서는 최고 스타를 거의 공짜로 제네시스에 태운 셈이었다. 제네시스의 이미지가 몰라보게 좋아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거물을 태우는 것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LA오픈은 우즈가 가장 우승하고픈 대회였는데, 우즈답지 않게 한 번도 우승을 못 했다. 현대차가 스폰서를 맡은 이후에도 우즈는 불참(허리 수술)-컷 탈락-공동 15등-68등-불참(허리 수술)이라는 결과에 그쳤다. 대회와 우즈의 악연은 제네시스 SUV를 타고 가다 중상을 입는 사고로 이어졌다.

우즈가 운전하다가 사고가 난 제네시스 자동차. [로이터=연합뉴스]

우즈가 운전하다가 사고가 난 제네시스 자동차. [로이터=연합뉴스]

“(이렇게 큰 사고에서) 살아난 게 다행”이라는 경찰의 발언은 현대차에는 큰 도움이다. 제네시스는 안전한 차라는 이미지도 생겼다. 현지 경찰은 운전자의 과속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등에 대한 사고 조사 결과도 봐야 한다. 운전자인 우즈가 워낙 거물이라 그를 태운 제네시스의 앞길도 조사결과에 따라 함께 출렁거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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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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