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추신수 “대호 나온나, 한판 붙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추신수(左), 이대호(右)

추신수(左), 이대호(右)

날짜는 4월 3일, 무대는 인천 문학구장. 주연은 신세계 추신수(39)와 롯데 이대호(39)다. 프로야구 신세계 일렉트로스(가칭)의 창단 첫 경기가 동갑내기 친구의 맞대결로 더욱 뜨거워졌다.

초등학교 동창생 개막전 맞대결 #추신수 20년만에 한국 야구 복귀 #신세계vs롯데 라이벌 구도 관심

SK 와이번스를 인수해 창단하는 신세계 야구단은 23일 추신수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추신수가 KBO리그 무대를 밟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부산고 재학 중이던 2000년 미국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했다. 이후 클리블랜드, 신시내티 레즈, 텍사스 레인저스를 거치며 20년간 미국에서 뛰었다.

공교롭게도 추신수의 KBO리그 데뷔전 상대는 롯데 자이언츠다. 추신수는 롯데 연고지인 부산 출신이다. 외삼촌인 박정태는 1991년부터 14년간 롯데에서 활약했다. 자연스럽게 추신수도 어린 시절 롯데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비는 자신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며 성장했다.

미국에서 뛸 때도 “KBO리그로 온다면 롯데에서 뛰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2007년 해외파 특별지명 당시 SK가 추신수를 지명했고, 결국 14년 만에 SK를 인수해 창단한 신세계 유니폼을 입게 됐다. 류선규 SK 단장은 롯데 트레이드 가능성에 대해선 “1년만 쓸 선수와 계약할 이유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롯데의 간판스타는 추신수의 동갑내기 친구 이대호다. 이대호는 이번 겨울 롯데와 FA 계약(2년 총액 26억원)을 맺었다. 둘은 수영초등학교 시절부터 함께 야구를 했다. 먼저 야구에 입문한 추신수가 수영초 3학년 때 덩치가 큰 이대호를 눈여겨보고 야구부 감독에게 추천한 건 유명한 일화다. 추신수는 이후 부산중-부산고를 거쳤고, 이대호는 대동중-경남고를 졸업했다. 학창 시절 투·타에 모두 능했던 두 사람은 투수와 타자를 바꿔가며 대결을 펼쳤다.

같은 유니폼을 입고 뛴 기억도 많다. 2000년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선수권이 대표적이다. 추신수와 이대호는 고(故) 조성옥 감독이 이끈 한국 청소년 야구대표팀의 주축 멤버였다. 3-4-5번을 친 김태균(39·은퇴)-이대호-추신수 중심 타선은 우승의 일등공신이었다. 성인이 된 뒤에도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준우승),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금메달)에 함께 출전했다.

두 친구가 같은 리그에 몸담은 건 처음이 아니다. 이대호는 한국과 일본을 거쳐 2016년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단했다. 당시 추신수는 텍사스 소속이었다. 같은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에 소속돼 종종 맞대결했다. 이대호가 이듬해 롯데로 돌아오며 둘의 만남은 1년 만에 끝났다.

추신수는 신세계와 연봉 27억원에 계약, 이대호의 KBO리그 최고 연봉 기록(25억원)도 깨트렸다. 추신수는 연봉 27억원 중 10억원을 사회공헌활동에 사용한다.

소속팀 모기업의 경쟁 구도는 두 선수의 재회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주목 포인트다. 롯데와 신세계는 유통업계 1, 2위를 다툰다. 백화점-대형마트-아울렛-복합쇼핑몰-편의점-호텔 등 사업 영역이 두루 겹친다. 신세계가 야구단을 창단하면서 프로야구에서도 치열한 경쟁 관계가 만들어졌다.

한편 신세계그룹 이마트는 23일 SK텔레콤이 보유한 야구단 지분 100%를 인수하는 내용의 계약서에 사인했다. 이로써 SK와 야구단의 인연은 20년 만에 끝났다. 이마트 야구단의 정식 명칭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간판이 바뀌었지만, 선수단은 변함없이 SK 유니폼을 입고 제주도 서귀포에서 진행 중인 스프링캠프 훈련을 이어간다. 류선규 단장은 “전지훈련을 마친 뒤 연습 경기엔 ‘인천(INCHEON)’을 상의에 새기고, 신세계와 이마트 엠블럼을 부착한 임시 유니폼을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식 구단 명칭 및 유니폼 선정 작업이 늦어질 경우, 시범경기가 끝날 때까지 임시 유니폼을 사용할 수 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