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이 태아 못 지킬 정도로 환경오염"

중앙일보

입력

"미나마타병은 일본 미나마타시(市)에서만 발생한 특별한 병이 아닙니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발병할 수 있습니다."

미나마타병 연구에 평생을 바친 일본 구마모토가쿠엔(熊本學園)대의 하라다 마사스미(原田正純.70) 교수는 "미나마타병의 가장 큰 교훈은 인간이 자연을 훼손하면 더 크게 되돌려 받는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미나마타병은 1950~60년대 구마모토현 미나마타시에서 메틸수은에 오염된 어패류를 먹은 주민들이 고통을 겪으며 죽어간 데서 비롯한 병명이다. 공장 폐수 속의 수은이 메틸화(化) 과정을 거쳐 체내에 잘 축적되는 형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제9회 환경의 날(5일)을 맞아 중앙일보와 시민환경연구소가 지난 3일 공동주최한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하라다 교수는 "미나마타병이 가리키는 또 다른 사실은 어머니의 자궁이 태아를 지켜낼 수 없을 정도로 세상이 오염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이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화학물질을 만들어 사용하면서 어머니의 자궁마저 더 이상 안전한 곳이 못된다는 것이다. 미나마타에서 수은에 중독된 채로 태어나 1년 안에 사망한 유아는 60여명에 이른다.

하라다 교수는 60년 구마모토가쿠엔대 의학부 대학원에 입학하면서 미나마타병 연구에 뛰어들게 됐다.

그는 "당시 이 대학 전 의학부가 미나마타병의 원인을 밝히는 데 매달려 있었다. 나는 신경과 전공이라 특히 열심히 일해야 했다"면서 "고칠 수 없는 환자를 눈앞에 두고 뭘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가장 견디기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환자들은 중추신경계에 이상이 생겨 언어장애.운동장애를 일으켰고, 고양이 울음소리 같은 특이한 소리를 내면서 발작을 일으키기도 했다.

공식 집계된 미나마타병 환자는 1200명. 그 가운데 절반 정도가 사망했다. 오랜 소송 끝에 법적 화해를 하고 의료비 보조 정도만 받는 사람까지 합하면 미나마타병 피해자는 약 1만2000명에 이른다.

하라다 교수는 "5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미나마타병의 악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서 "피해 환자들이 아직 많이 생존해 있고, 이 병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규명이 완전히 안 됐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2002년 구마모토가쿠엔대에 '미나마타학(學)'이란 강좌를 개설했다. 미나마타병의 교훈을 후세에게, 그리고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였다.

"미나마타병을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뭐가 문제였는지를 충분히 분석해보려고 합니다. 인간이 만들어내고 있는 신종 화학물질이 지구상에서 수억년간 진화해 온 생물체들에게 한 순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연구해 반성의 자료로 내놓으려고 합니다."

최근 경남 고성군에서 중금속 카드뮴이 원인인 '이타이 이타이'병으로 의심되는 환자까지 나타난 상황에서 하라다 교수의 지적은 결코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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