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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립정부’ 화답한 나경원·오세훈…안철수·금태섭은 삐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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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설 연휴 시민들을 만나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왼쪽부터)와 오세훈·나경원 국민의힘 예비후보. 연합뉴스

지난 10일 설 연휴 시민들을 만나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왼쪽부터)와 오세훈·나경원 국민의힘 예비후보. 연합뉴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고 있는 야권의 ‘서울시 연립정부’ 구상에 탄력이 붙고 있다. 지난해 12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연립정부를 제안한 지 두 달여 만에 국민의힘 주자들이 화답하면서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지난 13일 언론 인터뷰에서 “서울시를 함께 힘을 모아 공동 운영하는 형태의 (야권) 단일화가 된다면 유권자들 입장에서 기대해볼 만할 것”이라며 “(나는) 중도 우파로 안철수 후보와 노선이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에는 연립정부 실험이 있지 않느냐”고도 했다.

나경원 전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안 후보뿐 아니라 금태섭 후보, 더 넓게는 (시대전환) 조정훈 후보까지 함께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성공적인 단일화로 선거에서 승리하면, 서울시 공동 운영은 당연히 실천해야 할 기본 과제”라고 적었다. 이어 “(이들을 모두 아우르는) ‘자유주의 상식 연합’이 정치혁신 플랫폼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철수 대표도 이튿날인 14일 기자들과 만나 “저는 초기부터 범야권 인재를 널리 등용하겠다고 말씀드렸다”며 “(오 전 시장과 나 전 의원이) 단일화에 대해서 의지가 있고, 진정성이 있다고 말씀하신 것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반응했다.

안 대표가 ‘서울시 연립정부’ 구상을 밝힌 건 출마 선언 이튿날인 지난해 12월21일이었다. 그는 당시 “다음 서울시 집행부는 ‘범야권 연립 지방정부’가 돼야 한다”고 했지만 그동안 국민의힘은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당 대 당 통합을 원하는 안 대표와 달리 국민의힘은 당밖의 안 대표에게 야권 단일화 주도권을 내주기를 원치 않았던 까닭이다.

하지만 설 연휴 전 야권 단일화 방식은 ‘투 트랙’ 방식으로 사실상 정리가 됐다. 국민의힘 내부 경선과 안 대표+무소속 금태섭 전 의원 등 제3지대 경선을 각각 치른 뒤 최종적으로 3월 초에 야권 단일 후보를 정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이제는 단일화 과정에서 불가피한 논공행상을 위해서도 연립정부 구상이 힘을 얻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안 대표가 지난해 처음 연립정부를 언급했을 때 ‘당 대 당 경선’을 위한 노림수라는 말이 많아 국민의힘에서 선뜻 반응이 나오기 어려웠다”며 “그러나 이제는 단일화 밑그림이 다 그려진 만큼 각 후보들도 단일화 이후를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나경원·금태섭은 둘레길 걷고, 안철수·금태섭은 삐걱=나경원·금태섭 전 의원은 14일 오후 남산 둘레길을 함께 걸으며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해 교감했다. 이 자리에선 문재인 정부에 맞선 야권의 후보 단일화뿐 아니라 선거 뒤 ‘새 판 짜기’를 염두에 둔 반문연대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대화가 오갔다. 나 전 의원은 “선거를 이기는 걸 넘어 새로운 정치의 판을 짜야 한다”며 “단순히 반문연대에 그쳐선 안 된다. 새로운 정치에 대한 희망, 정치의 변화에 대한 국민 욕구를 총족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상식적인 대한민국을 상식의 대한민국으로 바꿔주는 게 ‘자유주의 상식 연합’이 될 것”이라며 “그것에 뜻을 같이 하는 모든 세력은 새로운 정치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금태섭 전 의원도 “선거뿐 아니라 선거가 지나서도 어떻게 힘을 모을 수 있는지 논의도 있어야 한다”며 “이번 선거가 계기가 돼서 새 판이 열리고 정치가 근본적으로 달라지길 바란다”고 했다. 두 사람은 오디오 기반의 새로운 소셜미디어인 ‘클럽하우스(Clubhouse)’에서 서로 소통하자는 얘기도 나눴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무소속 금태섭 전 의원이 '제3지대' 단일화 방식을 협상하기 위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회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무소속 금태섭 전 의원이 '제3지대' 단일화 방식을 협상하기 위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회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안철수 대표와 금태섭 전 의원 간의 제3지대 단일화 논의는 삐걱였다. 금 전 의원은 이날 안 국민의당 대표와 15일 예정된 TV토론이 무산됐다는 입장문을 냈다. 토론회 방식을 둘러싼 양측의 신경전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금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안 후보와 1차 TV토론을 공지대로 진행하기 어려워졌다. 예정된 토론 일자는 내일(15일)인데 아직 실무협의가 끝나지 않았다”고 썼다. 이어 “후보 간 치열한 공방만 보장된다면 저는 토론 형식이나 기타 사항에 대한 안 후보 측의 의견을 적극 수용할 것”이라며 “단일화 합의를 하고 보름이 지나도록 실무협상만 계속되는 상황에 대해 유감”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도 논평을 통해 “양측의 조속한 실무논의 재개를 통해 차이점을 극복해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금 후보 실무협상팀은 실무협상 거부를 철회하고 협상에 임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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