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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박영선 때렸다, 우상호 "21분 도시? 민주당 답지 않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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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호 서울시장 보궐선거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가 14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박영선 예비후보의 정책을 검증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우 의원은 민주당 경선 시작 13일을 앞둔 이날, “박 후보는 지금까지 매우 한정된 분야의 공약만 말했다. 구체성이 결여된 추상적 영역에 머물러 있다”고 비판했다. 뉴시스

우상호 서울시장 보궐선거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가 14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박영선 예비후보의 정책을 검증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우 의원은 민주당 경선 시작 13일을 앞둔 이날, “박 후보는 지금까지 매우 한정된 분야의 공약만 말했다. 구체성이 결여된 추상적 영역에 머물러 있다”고 비판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 후보 우상호 의원이 14일 맞대결 상대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정책 공약에 대해 직격탄에 날렸다.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한 우 의원은 ‘21분 도시’를 비롯한 박 전 장관의 공약들이 “구체성이 결여된 추상적 영역에 머물러 있다”며 “오늘부터 박영선 후보에 대한 본격적인 정책 검증을 시작하려 한다”고 밝혔다.

두 후보는 그간 서로를 ‘누나’, ‘동생’으로 부르며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해왔지만, 경선 투표 개시(26일)를 13일 앞둔 이날 우 의원이 먼저 공세로 전환한 것이다.

우상호, “박영선 공약, 민주당답지 않아”

우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1분 도시 공약이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주장하지만, 민주당다운 공약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박 후보는 지금까지 매우 한정된 분야의 공약만 말했다”고 지적했다. 박 후보가 시정 전반을 아우르는 공약보다는 ‘21분 도시’, ‘수직정원’ 등 특정 지역과 사업에 국한된 공약만 내세운다는 지적이다.

21분 컴팩트 도시는 박 전 장관이 내세우는 대표 공약이다. 서울 어디서든 주거·일자리·여가시설 등이 시간 거리로 21분 내에 해결되도록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21분 도시를 실현할 수단 중 하나인 수직 정원은 건물 중간에 공원과 스마트팜을 조성하고 1인 주택을 포함시켜 주거와 휴식 등을 해결하겠다는 공약이다.

주 4.5일제·‘평당 1000만원 아파트’ 공약도 비판

우 의원은 또 박 전 장관이 최근 “주 4.5일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도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전 장관은 8일 당이 주최한 청년정책간담회에서 “서울시장이 된다면 주 4.5일제를 확립시키고 싶다”고 말한 데 이어 12일 서울역을 방문한 뒤 페이스북에 “더 확고해졌다. 안전을 책임지는 공공기관부터 주 4.5일제를 도입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우 의원은 박 전 장관이 중기부 장관 시절, “주 52시간제 법안에 찬성투표를 했는데, 반성하고 있다”(2019년 11월 13일)고 말한 사실을 언급하며 “불과 1년여 전 일이다. 주5일제, 주52시간 도입에 반대하신다고 했던 분이 느닷없이 4.5일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과거의 발언을 바꾸는 일관성 없는 행보로는 정책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우상호(왼쪽),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8일 서울 마포구 복합문화공간 그늘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경선후보, 청년 정책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우상호(왼쪽),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8일 서울 마포구 복합문화공간 그늘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경선후보, 청년 정책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박 전 장관의 ‘평당 1000만원 공공아파트 공급’ 정책에 대해서도 우 의원은 “협치 서울에 부족한 후보라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박 전 장관은 지난달 31일 서울 도봉구 창동을 찾아 창동 차량기지 일대에 평당 1000만원대 토지임대부 공공분양 아파트를 짓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그러자 인접 지역구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창동 차량기지는 이전이 확정될 때 아파트는 짓지 않기로 전제된 곳”(김성환 노원병 의원) 등의 공개 반박이 쏟아졌다.

우 의원은 이런 점을 거론하며 “서울시의 행정은 해당 지역의 국회의원, 구청장, 시의원과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며 “(박 후보는) 협력과 소통의 도시정책을 펼치기엔 부족한 후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전세 역전할 수 있다 확신”

이날 공세 전환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우 의원의 승부수로 분석된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0일 발표한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 전 장관은 26.2%를 얻어 여야 후보 통틀어 1위였지만, 우 의원은 7.7%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범여권 후보군만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박 전 장관이 32.8%, 우 의원이 11.7%로, 20%포인트 넘는 차이가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

우 의원은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이런 현실에 대해 “박 후보는 주로 쟁점을 만들지 않는 선거 방식을 유지하는, 디펜딩 챔피언의 자세라고 본다”며 “나는 초기에 (열린민주당과의) 통합론을 제기하고 정책 발표회를 이어왔다. 이런 게 쌓여있어서 정책 검증 과정에서 내용들이 비교되면 전세를 역전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우 의원의 공세에 박 전 장관 측은 “민주당답다는 게 무슨 말인지 되묻고 싶다”며“우리는 집권 정당이라는 것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정책에 대해서는 앞으로 TV토론에서 충분히 토론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짧은 입장을 내놨다. 두 후보는 이날 오후 이낙연 당 대표와 함께 설 민심 기자간담회에도 나란히 참석할 예정이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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