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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삼킨 항공시장...국제선 여행객 전년보다 84% 폭락

중앙일보

입력

코로나 19의 여파로 인천공항 입국장이 한산한 모습이다. [뉴시스]

코로나 19의 여파로 인천공항 입국장이 한산한 모습이다. [뉴시스]

 '84.2%.'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제선 승객은 2019년에 비해 무려 84.2%가 급감했다. 전년도에 해외로 가는 여행객이 10명이었다면 지난해에는 채 2명이 못 됐다는 의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확산이 주된 원인이다.

국토부, 2020 항공시장 동향 발표 #IMF 이후 세 번째 적은 항공 여객 #일본과 중국 노선의 승객 감소 커 #화물 선방, 전년 대비 8.1% 증가

 14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0 항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국제선 여객은 1424만명으로 전년도(9039만명)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국내선과 국제선을 합한 항공 여객은 2019년보다 68.1%가 줄어든 3940만명이었다.

 허경민 국토부 항공산업과장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맞았던 1997년 이후 세 번째로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98년에는 항공 승객이 3361만명이었고, 99년은 3789만명이었다. 코로나 19의 충격이 외환위기 때와 버금간다는 의미다.

 지난해 국제선 승객은 1월 말까지는 전년도와 크게 차이가 없었으나 이후 코로나 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많은 항공노선이 폐쇄되면서 급격히 줄기 시작해 지난해 5월에는 전년 대비 98% 넘게 감소했다.

 주요 노선별로는 일본이 88.2%로 감소 폭이 가장 컸고, 중국(87.8%)·아시아(83.4%)·유럽(82.2%)·미주(72.3%) 등의 순이었다. 일본 노선은 지난해 3월부터 감소율이 90%대를 기록하기 시작해 작년 연말까지 이어졌다.

 중국 노선 역시 작년 3월부터 90% 넘게 승객이 줄기 시작해 지난 연말에는 97.3%의 감소 폭을 기록했다. 일본과 중국을 제외한 다른 아시아 노선 역시 3월 이후 90% 이상 승객이 줄어들었다.

연도별 국제선 승객 추이. [자료 국토교통부]

연도별 국제선 승객 추이. [자료 국토교통부]

 우리 항공사의 경우 국제선 승객 감소는 대형항공사(FSC, Full Service Carrier) 보다 저비용항공사(LCC, Low Cost Carrier)가 더 심했다. 대형항공사가 전년 대비 82.3% 줄어든 반면 저비용항공사는 86.7% 감소했다. 저비용항공사가 주로 취항하는 일본, 중국 등 단거리 노선이 상당수 폐쇄된 탓이다.

 국내선 승객은 23.7%가 줄어들어 국제선보다 상대적으로 감소 폭이 적었다. 지난해 11월에는 오히려 전년도보다 2.5%가 증가하기도 했다. 해외 여행길이 막히면 제주 등 국내 항공여행객이 늘어난 덕분으로 분석된다.

 여객에 비하면 항공화물은 그나마 선방한 분야였다. 수치상으로는 전년도에 비해 23.9%가 줄어들었지만, 여객들이 맡기는 짐(수하물)까지 포함한 수치로 이를 제외한 순수 항공화물만 따지면 0.6% 감소에 그친다.

코로나의 여파로 운항을 멈춘 항공기들이 인천공항 계류장에 줄지어 서있다. [뉴시스]

코로나의 여파로 운항을 멈춘 항공기들이 인천공항 계류장에 줄지어 서있다. [뉴시스]

 특히 우리 항공사가 운송한 국제화물(수하물 제외)은 2019년에 비해 오히려 8.1%가 성장했다. 미주 지역 화물이 12.8% 증가했고, 중국도 4.6% 늘어났다. 코로나 진단키트와 방역물품 등이 증가한 덕분이다. 그러나 항공화물은 주로 대형항공사가 담당해 저비용항공사는 그다지 도움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도 상황이 녹록지는 않아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이 상당 수준 완료돼 집단면역이 형성되고, 치료제도 개발돼 코로나 공포가 어느 정도 잦아들어야만 항공 여객 수요가 살아날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김상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올해에도 코로나 19 여파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지원과 더불어 항공업계의 빠른 수요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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