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설정환율 달성시 자동해지, 1달러 '짠테크'…진화하는 ‘달러예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달러화. 셔터스톡

미국 달러화. 셔터스톡

외화 예금이 진화하고 있다. 환차익과 이자를 함께 얻을 수 있고 투자자가 원하는 환율을 달성하면 자동으로 해지되는 기능으로 무장한 상품까지 등장했다. 1달러처럼 소액 투자가 가능한 상품도 인기몰이하고 있다. 원화가치 급등 속 싼값에 달러를 사려는 수요가 늘면서 이들을 잡기 위해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다. 지난해 1월 달러당 1190원대에 머물던 원화가치는 지난달 1117원대까지 상승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일 ‘자동 해지’ 기능이 포함된 외화 예금상품인 ‘KB TWO테크외화정기예금’을 선보였다. 고객이 가입할 때 지정한 환율이 넘어가면 예금을 자동으로 해지한 뒤 환전해주는 상품이다. 환전된 예금은 고객이 원하는 계좌로 입금된다. 원하는 환율을 달성해 자동으로 해지가 돼 계좌에 입금되면 갱신 주기에 따른 예금 이자도 함께 받을 수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환차익 등을 노리는 상품들에 대한 수요가 커지며 외화 정기예금을 원하는 투자자를 겨냥해 해당 상품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외화예금이 자산가들의 전유물이란 고정관념을 깨는 상품도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하나은행이 지난해 9월 선보인 ‘일달러 외화적금’이다. 1달러부터 적금할 수 있는 ‘짠테크’ 상품으로 소액으로 쪼개 투자할 수 있고, 가입 기간인 6개월 동안 매달 1000 달러(약 111만원)까지 자유롭게 납입하는 적금 상품이다. 특히 가입한 뒤 한 달이 지나면 현찰 수수료 없이 달러로 찾을 수 있다.

소액 외화예금을 원하는 수요를 제대로 겨냥한 덕에 가입 좌수는 출시 후 한 달 만에 1만좌를 돌파한 뒤 지난 1일 기준 5만8300좌를 기록했다. 신지숙 하나은행 미래금융사업부 차장은 “소액으로도 투자가 가능하고 비대면으로 가입 가능한 상품이다 보니 젊은 층에 인기가 있다”며 “최근에는 환테크 목적으로 중장년층의 가입비율도 함께 높아지는 추세”라고 밝혔다.

NH농협은행도 지난해 10월 원화와 외화 적금 상품을 ‘패키지’로 묶은 ‘NH 주거래우대 외화 적립예금’을 출시했다. 기존 ‘NH 주거래우대적금’에 가입한 고객이 외화 예금 상품 ‘NH 주거래우대외화적립예금’에 가입하면 각각 0.1% 우대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이어진 원화 강세와 진화하는 외화예금의 등장 속에 달러예금의 덩치도 커지고 있다. 3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 (우리ㆍ신한ㆍKB국민ㆍ하나ㆍNH농협)의 지난달 달러예금 잔액은 503억 달러(약 56조원)로 지난해 9월(479억 달러) 이후넉 달 사이 24억 달러(5%)나 불어났다. 원화의 몸값이 오르며 이를 달러로 환전해 은행 예금에 쌓아두려는 투자 심리가 커진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거주자 가운데 개인이 보유한 달러예금은 177억8000만 달러(약 19조8100억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1월(153억5000만 달러)보다 15.8% 늘어난 수치다. 전체 달러예금 잔액은 지난해 9월 이후 넉 달 연속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 중이다.

다만 자산 배분을 위한 외화 예금 상품이 아닌 단기 환차익 등을 위한 외화 매입은 위험 요소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단기 환차익을 노리기 위한 외화 상품은 단기적인 환율 변동성 등의 위험성이 있다”며 “주식 투자 리스크 대비를 위한 달러화 자산 매입 등 포트폴리오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외화 투자를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