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민성 대장증후군, 스트레스 날려야 잡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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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민성 대장증후군이 늘고 있다. 한양대병원 내과 이오영 교수팀이 최근 서울과 경기도 대학생 5백77명을 조사한 결과 27.2%인 1백57명이 과민성 대장증후군을 앓고 있었다.

2년 전 10.5%에 비해 2.5배로 늘어난 수치다. 취업난으로 대학생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증가한 탓으로 풀이된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우선 변비와 구별해야 한다. 변비와 달리 복통과 복부팽만감이란 특징적 증세를 보인다. 이 질환은 대장 속에 위치한 신경이 잘못돼 나타나는 질환이다.

장을 움직이는 신경이 둔해 대변을 바깥으로 밀어내지 못하는 반면 장의 감각을 지배하는 신경은 과민해져 조그마한 자극에도 쉽게 통증을 느낀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은 변비가 잦은 변비형과 설사를 많이 하는 설사형,이 두 가지가 번갈아 나타나는 교대형 등 세 가지가 있다. 대개 여성에겐 변비형이, 남성에겐 설사형이 많다.

설사형은 식중독 때 나타나는 설사와 달리 묽은 대변이 나오는 정도의 가벼운 설사가 두세 차례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주로 수업이나 회의 등 중요한 일을 해야 할 때 변의를 느끼는 경우가 많아 낭패를 겪는다. 어느 유형이든 복통과 복부팽만감은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을 극복하는 다음 단계는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다. 스트레스가 과민성 대장증후군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운동이나 취미생활 등으로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수단을 한가지는 가져야 한다.

일반적으로 천천히 걷기를 권한다. 스트레스로 날이 선 대장 속 자율신경을 누그러뜨리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트레스는 과민성 대장증후군의 악화요인일 뿐 원인은 아니다. 똑같은 스트레스를 받아도 대부분은 괜찮기 때문이다. 체질적으로 과민하게 타고난 대장의 자율신경이 주범이다.

따라서 모든 과민성 대장증후군을 스트레스 한가지만으로 해석하고 이를 줄이기 위해 강박적으로 매달리는 태도는 옳지 않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기 때문이다.

음식도 신경써야 한다. 채소와 과일 등 섬유소가 풍부한 식품이 권장된다. 기름이 많은 육류나 소화가 잘 안되는 유제품은 피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 소화가 안 되고 복통을 유발하는 음식이 다르므로 획일적으로 좋고 나쁜 식품을 구분하기보다 자신의 체험을 통해 가려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러한 생활요법으로도 좋아지지 않으면 약물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최근 미국식품의약국(FDA)의 공인을 거친 과민성 대장증후군 치료제 젤막이 국내 의료계에도 도입됐다.

젤막은 세로토닌이란 신경 전달물질에 직접적으로 관여해 대장의 신경이 정상 기능을 찾도록 도와준다.

장의 연동운동은 촉진시키지만 통증에 둔감하도록 작용하므로 변비를 위주로 나타나는 변비형 과민성 대장증후군에 좋다.

우리나라와 호주.홍콩 등 아시아 10개국 환자 5백20명을 대상으로 12주 동안 투여한 다국적 임상시험 결과 62%에서 증상이 좋아진 것으로 밝혀졌다. 변비 증상은 복용 첫날부터,복통은 이틀 후부터, 복부팽만감은 1주 이내 개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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