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태아에 다양한 손상 가능성

중앙일보

입력

임신 중 음주로 섭취하는 알코올이 태아에게 미치는 영향은 매우 다양하며 치명적인 뇌 손상을 입힐 수도 있다고 4일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이 최근 각종 연구결과를 인용, 경고했다.

알코올에 노출된 태아가 신경 이상이나 저체중, 정신 지체, 안면 기형 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밝혀진 것은 불과 30년 전이다.

최근 알코올이 다른 어떤 약물보다 태아에게 더 치명적일 수 있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으며 특히 뇌의 발달에 중요한 특정 단백질이 알코올에 의해 손상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알코올과 관련된 각종 행동.학습장애의 원인을 규명할 수 있게 됐다.

다음은 뉴욕타임스가 소개한 알코올이 태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성과들이다.

◇알코올 영향 편차= 태아에 따라 알코올이 미치는 영향이 매우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어떤 태아는 어머니가 아무리 술을 많이 마셔도 별 영향을 받지 않지만 어떤 태아는 심각한 손상을 입는다.

디트로이트 소재 웨인 주립의대의 샌드라 제이콥슨 박사는 산모가 복용하면 태아가 반드시 손상을 입는 탈리도마이드 수면제와는 달리 알코올의 영향에는 편차가 크다고 말했다.

폭음을 한 산모 100명중 4명이 낳은 태아가 질병으로 분류되는 '치명적알코올 증후군'을 겪을 수 있지만, 어떤 아이들은 약간만 영향을 받을 수 있고, 또 다른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정상으로 보이면서도 행동장애나 학습 부진 같은 증세를 겪을 수 있다.

◇알코올 섭취량의 영향= 얼마나 많은 알코올이 영향을 미치느냐를 밝히는 것도 복잡한 문제다. 최근 몇년간의 연구결과는 아주 적은 양의 알코올도 태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신경외과 의사인 낸시 데이 박사의 조사 결과 일주일에 한 차례 반 잔 정도 술을 마신 임신부가 낳은 아기는 대체로 정상범위에서 성장하고 있었지만 전혀 술을 마시지 않은 임신부가 낳은 아기보다는 체중이 덜 나가고 키와 머리 둘레도 작았다.

물론 이 차이는 텍사스 A&M대학의 제임스 웨스트 박사의 지적대로 "지능지수 120의 아기 대신 지능지수 115의 아기를 갖는 정도의 미미한 차이"이다.

그러나 웨스트 박사는 알코올은 다양한 신경전달물질에 두루 영향을 미치고 모든 세포에 흡수되는 '더러운 약물'로 한 가지 신경전달물질만 손상시키는 코카인과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산모 음주시기.습관의 영향= 산모의 음주시기와 음주습관에 따라 태아가 받는 영향도 제각각이다.

전문가들은 임신부가 하루에 한 잔씩 매일 술을 마시는 것보다 하루에 5잔을 한꺼번에 마시는 것이 더 나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임신 초기 3개월간 음주시 태아의 안면 기형을 가져올 수 있고, 중기 3개월간은 뇌 속의 신경 형성을 방해할 수 있으며, 말기 3개월간은 이미 형성된 신경세포를 파괴하거나 신경전달체계의 발달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웨스트 박사는 지적했다.

◇치명적알코올증후군= 1973년 학자들은 특정한 패턴의 정신.신체적 손상을 입고 태어난 아기들에게 '치명적알코올증후군'이라는 용어를 붙여 사용하기 시작했다.

워싱턴대학의 앤 스트라이스쿠트 박사는 ▲집중력 부족 ▲과잉행동 ▲특히 산수를 비롯한 학습 장애 ▲언어 장애 ▲기억 장애 ▲크고 작은 운동신경 장애 ▲충동억제 부족 ▲판단력 부족 ▲지적능력 부족 ▲미래 행동을 위해 과거 경험을 계획.구성하는 능력 부족 등을 알코올증후군의 증세로 꼽았다.

◇알코올 영향 차단 약물 개발 가능성 = 과학자들은 알코올의 영향을 받고 태어난 아기들은 세포와 세포를 붙이는 'L1' 접착세포를 통제하는 유전자가 손상된 채 태어난 아기들과 유사한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버드 대학의 마이클 차니스 박사팀은 'NAP'라는 단백질이 알코올이 L1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차단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지난해 발표, 태아에 대한 알코올의 영향을 차단할 수 있는 약물의 개발 가능성을 열었다.

그러나 차니스 박사는 임신부에게 약을 투여하는 것에 대해서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태아에게는 좋을지 모르지만 산모에게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차니스 박사는 아프리가 남부 지역의 경우 알코올증후군을 갖고 태어나는 아기가 4.5%에 달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해 약물 사용을 고려해 볼 때가 됐다고 말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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