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소재, 정반대 해석" 두 우한 다큐 공개

중앙일보

입력 2021.01.27 09:00

1월 22일 중국 우한 영화관에서 한 관객이 다큐멘터리 ″우한의 낮과 밤″을 관람하고 있다. ⓒAP

1월 22일 중국 우한 영화관에서 한 관객이 다큐멘터리 ″우한의 낮과 밤″을 관람하고 있다. ⓒAP

코로나 19 최초 발생지인 후베이성 우한 봉쇄 1주년을 하루 앞둔 2021년 1월 22일, 우한의 봉쇄부터 해제까지 76일간의 일상을 다룬 다큐멘터리 두 편이 동시 개봉했다.

한 작품은 중국에서, 다른 한 작품은 외국 온라인 사이트에서 공개됐다. 이처럼 두 다큐멘터리는 상영 장소도, 방향성도, 겨냥한 관객의 성격도 극명히 다르다.

《우한의 낮과 밤, 武汉日夜》

중국 전통 민간 공예품 '매듭'을 소재로 제작된 상단 포스터는 중국의 유명 디자이너 황하이(?海 )의 작품이다. ⓒ바이두백과

중국 전통 민간 공예품 '매듭'을 소재로 제작된 상단 포스터는 중국의 유명 디자이너 황하이(?海 )의 작품이다. ⓒ바이두백과

“서로 도우며 함께 풍랑을 헤쳐온 중국인 일상의 축소판”을 주제로 우한 주민, 의료 종사자, 자원봉사자들의 헌신과 희생, 바이러스로부터의 승리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국가적으로 전폭적인 지원과 지지를 받은 이 작품은 우한(武汉)시를 시작으로 중국 전역에서 상영 중이다. 해당 작품은 코로나 19에 대한 당국의 대응을 확고히 지지하는 관객들을 겨냥했다.

해당 다큐멘터리 감독은 관영 CCTV 방송을 통해 “바이러스에 맞서 싸우는 과정을 영화를 통해 기록하고 싶었다. 엄격한 보살핌, 불안한 기다림, 가슴 아픈 이별 등의 디테일이 관람객들의 심금을 울릴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중국 리뷰 사이트 더욱 반에 기재된 해당 작품의 평점은 9점대로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AP에 따르면 이를 관람한 우한 주민들은 “실제로 발생한 사건들을 현실감 있게 잘 다룬 데다 가족들의 슬픔은 물론 바이러스와 싸우던 의료 종사자들의 노고를 잘 표현했다”며 깊은 감명을 받은 모습을 내비쳤다. 해당 매체는 많은 우한 주민들은 바이러스가 다른 곳에서 왔다고 주장하며 자신들을 순전히 희생자로 보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해당 다큐멘터리는 봉쇄를 포함한 중국의 대대적인 조치가 전 세계가 전염병에 대비하는 데 귀중한 시간을 벌었다는 중국의 공식적인 말을 반영한다. 그러나 비평가들은 공산당의 습관적인 비밀 유지와 약한 통제 조치가 바이러스의 초기 확산을 허용했다고 말한다.

한편 〈우한의 낮과 밤〉은 개봉 첫날에만 77만 달러(약 8억 원) 이상을 벌어들였다. 향후 해외 개봉 일정은 따로 밝히지 않았다.

《대관식, Coronation 》

ⓒIMDb

ⓒIMDb

중국 반체제 성향의 예술가이자 정치 활동가인 아이웨이웨이(艾未未)가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우한의 실상을 포착한 다큐멘터리다. ‘대관식’이라는 뜻도 있지만 ‘Corona’와 ‘Nation’을 합친 ‘코로나의 나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해당 다큐멘터리는 우한의 시민과 친척 등 14명을 동원해 임시 병동 상황과 방역 과정을 기록했으며, 감독인 아이웨이웨이는 당국의 눈을 피해 유럽에 거주하며 제작을 원격 지휘했다.

다큐 'Coronation'에서 우한 병원에서 근무 중인 ICU 팀. ⓒ Ai Weiwei 필름

다큐 'Coronation'에서 우한 병원에서 근무 중인 ICU 팀. ⓒ Ai Weiwei 필름

완치되었음에도 퇴원할 수 없는 환자, 병원을 짓기 위해 고용된 노동자가 집에 돌아갈 수 없어 거리에서 무일푼으로 생활하는 모습 등 인간성을 강탈당한 시민의 모습도 여과 없이 보여준다.

병원 측의 입원 거부, 사망자에 대한 미흡한 후속 처리, 통계 조작 등 방역 과정에서 드러난 중국 당국의 부조리와 잔혹함을 폭로한다. 이러한 국가의 제한에 맞부딪혀야 했던 환자 가족들은 “의료진 누구도 진실을 말해주지 않는다”며 비통해하고 분노했다.

감독 아이웨이웨이는 “중국은 세계 무대에서 초강대국의 지위를 차지했지만 다른 국가에서는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감시, 이데올로기 세뇌 등 중국의 위기관리 및 사회 통제 메커니즘을 보여주려 한다”고 밝혔다.

1월 22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온라인 기자 회견에서 아이웨이웨이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AP

1월 22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온라인 기자 회견에서 아이웨이웨이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AP

해당 다큐멘터리는 중국에서 상영되지 못하고 오직 온라인을 통해서만 시청이 가능하다. 아이웨이웨이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넷플릭스와 아마존 등으로부터 영상 스트리밍이 거부 됐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2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에서 “각종 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상영을 희망했지만, 뉴욕 영화제, 토론토국제영화제, 베니스영화제 등에서 모두 상영을 거부했다”라고도 밝혔다.

ⓒNY Times

ⓒNY Times

그는 “(대부분의 영화 업계에서) 중국과의 비즈니스를 위해 민감한 주제를 피한 것 같다”며, 영화산업을 통제하는 당국을 불쾌하게 할 수 있다는 데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말한다. 현재 해당 다큐멘터리에 관한 정보는 중국 포털사이트 바이두 내에서 검색되지 않는다.

AP통신에 따르면 코로나 19 발생 후 세계 최초로 봉쇄령이 떨어진 우한은 현재 회복기에 들어서고 있다. 현재 우한주민들은 과거 아픔을 잊고 쇼핑거리를 거닐며 평범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 봉쇄가 끝난 이래로 대부분 바이러스로부터 자유로워진 모습이다.

한편 중국에서 베이징 등 지역 감염 사례가 연이어 보고되자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소규모 발병으로 타 도시에서 새로운 봉쇄 조치를 시행하는 등 중국은 최대 명절인 춘절을 대비해 방역 초비상 사태에 돌입했다.

차이나 랩=김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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