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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회견 뒤 잠잠해진 여권···윤석열 때리기 시즌2, 불씨 남았다

중앙일보

입력

윤석열 검찰총장을 대하는 여권의 온도 변화가 완연하다. 변곡점은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다. 문 대통령은 “윤석열 총장에 대한 저의 평가를 한 마디로 말씀드리면 그냥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다”라며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지금부터라도 법무부와 함께 협력해서 잘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이전까지 ‘윤석열 탄핵론’이 공공연히 터져 나오던 여권의 기상도는 이때를 고비로 급변했다. 민주당의 수도권 재선 의원은 “문 대통령 메시지는 휴전 선언이나 마찬가지”라며 “검찰의 추가 ‘도발’이 없는 한 윤 총장의 임기가 끝나는 7월까지 검찰과 여권의 정치적 갈등은 소강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온·오프 혼합 방식의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윤석열 검찰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온·오프 혼합 방식의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윤석열 검찰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평가했다.

친문 지지층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공개 사과도 국면 전환의 촉매로 작용했다. 유 이사장은 지난 22일 “재단 계좌의 금융거래 정보를 열람했을 것이라는 의혹 제기로 의심을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 검찰의 모든 관계자들께 정중하게 사과드린다”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2019년 ‘조국 사태’ 당시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장관 가족을 상대로 인질극을 한다” “총칼만 안 들었지 윤석열의 난이다” 등의 원색적 비난으로 친문 진영의 반검찰 여론을 결집시켰던 유 이사장의 사과는 극적 반전으로 평가된다.

25일 인사청문회를 앞둔 박범계 법무부장관 후보자 역시 갈등의 증폭보다 완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국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서에서 박 후보자는 “검사 인사 시기에 검찰총장의 인사 의견청취를 공식화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일방적인 인사권 행사로 ‘학살’이란 비판까지 받았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겠다는 것이다.

불씨로 남은 ‘검찰개혁 시즌 2’

그러나 언제든 검찰과 여권의 전면전이 재점화할 불씨는 살아있다.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분리하는 법제화를 하겠다”(윤호중 위원장)며 지난달 29일부터 가동을 시작한 민주당 검찰개혁특별위가 검찰의 수사권 박탈을 위한 급진적인 아이디어들이 쏟아내고 있어서다. 최근 검찰개혁특위는 검찰의 인지·직접수사 기능을 완전히 도려내 새로운 기관(가칭 중대범죄수사청)을 설립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윤호중 민주당 검찰개혁틍위 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특위 4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 위원장은 "수사와 기소는 완전히 분리하겠다"고 말했다.

윤호중 민주당 검찰개혁틍위 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특위 4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 위원장은 "수사와 기소는 완전히 분리하겠다"고 말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에 남은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 대한 직접 수사권마저 떼어내 새 수사 기구를 만들고, 검찰에는 기소와 공소유지 기능만 남기는 것이 특위의 목표다. 특위 소속인 김용민 의원이 지난달 내놓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을 만들자”는 법안과 개념적으로 쌍을 이루는 방안이다. “아직 특위 차원의 단일안이 나올 단계는 아니다”라는 게 특위에 소속된 의원들의 공통된 반응이지만, 한 특위 위원은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을 폐지해야 한다는 방향에는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2월까지 특위 차원의 논의를 마무리 해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뒤 6월 내 처리하겠다는 게 민주당이 세운 계략적인 입법 시간표다.

사실상 검찰을 식물조직으로 만드는 법안의 추진이 현실화되면 검사들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해, 여권과 윤 총장의 충돌이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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