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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공공기관 승진 심사 때 軍 경력 반영은 남녀차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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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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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직원의 승진 연한에 군 복무 기간을 반영하는 규정을 삭제하라고 권고한 사실이 확인됐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13일 공공기관엔 ‘승진 시 남녀차별 규정 성비’라는 제목의 공문이 전달됐다.

이 공문에서 기재부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10조에 따르면 사업주는 근로자의 승진에 있어서 남녀를 차별하지 못 하게 하고 있다”며 “군 경력이 포함되는 호봉을 기준으로 승진자격을 정하는 경우 이 규정을 위반할 소지가 있으니 각 기관에서는 관련 규정을 확인해 필요한 경우 조속히 정비해 달라”고 요구했다. 군 경력을 승진 자격에 포함할 경우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현행법(제대군인 지원에 관한 법률 제16조)은 제대군인의 호봉이나 임금을 결정할 때 군 복무 기간을 근무 경력에 포함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군필자에게 월급을 더 줄 수 있다는 현행법에 따라 다수의 공기업·사기업에 군필자에게 혜택을 주고 있다.

더 나아가 일부 공공기관은 승진 때 필요한 최저 근속연한에 군 복무 기간을 포함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같은 학력을 가진 남녀가 같은 직급으로 채용된 경우에도 군 미필자인 여성은 군필자인 남성보다 약 2년 승진이 뒤처지게 된다.

정부는 이 대목이 불합리한 남녀차별이라고 판단했다. 현행법에 따라 군필자에게 금전적 혜택을 줄 수는 있으나, 승진 과정에서까지 군 복무 경력을 반영하는 것은 성별 등을 이유로 근로조건을 달리하거나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된다는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군 복무기준을 포함해 승진 자격을 정하면 법률 위반이 될 수 있다는 해석에 따른 것”이라며 “강제하는 것은 아니고 제도를 개선하라는 취지로 공문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같은 공문 내용이 알려진 뒤 군필자들 사이에선 반발이 나오고 있다. “병역 의무 때문에 취업 늦어지는 건 무시하냐”는 것이다. 이들은 승진 연한에 군 복무 기간을 제외할 경우 오히려 역차별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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