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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상륙 언제? 콜드체인 다 됐나? 1순위 누가? 3가지 물음표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전 경북 안동시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을 방문해 코로나19 백신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전 경북 안동시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을 방문해 코로나19 백신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정부가 다음 달부터 시작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앞두고 종합계획을 짜는 등 준비가 한창이다. 와중에 20일 미국 ‘노바백스’사의 백신(NVX‑CoV2373) 2000만명분의 추가 확보 가능성도 나왔다. 실제 구매 계약이 이뤄지면 한국은 기존 4개 제약사·코백스 퍼실리티(백신 공동구매·배분을 위한 국제협의체) 계약 물량을 포함해 모두 7600만명분의 백신을 보유하게 된다. 인구(5182만명) 대비 146.7%에 달하는 물량이다.

앞서 18일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2월부터 접종을 시작해 9월까지는 접종이 필요한 국민(우선 대상자)의 1차 접종을 다 마칠 계획”이라며 “그쯤 되면 대체로 집단 면역이 형성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산적한 과제 

하지만 장밋빛 미래를 그리기에는 과제가 산적하다. 우선 이미 확보한 5600만명분 백신이 정확히 언제 들어올지 불확실하다. 이에 계획대로 접종이 이뤄질지 미지수다. 또 화이자 같은 극저온 보관 백신의 경우 저온 유통체계(콜드체인)를 갖춰야 한다. 여기에 최근 외국에서 백신 접종 후 사망자가 연이어 나오자 “접종 우선 대상자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 만큼 난관이 예상된다.

① 백신접종 계획 완성하려면 ‘수급’이 관건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전 경북 안동시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을 방문해 코로나19 백신 생산 현장을 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전 경북 안동시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을 방문해 코로나19 백신 생산 현장을 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계획대로 백신 접종이 이뤄지려면 백신 수급이 필수다. 정부가 확보한 백신의 도입 시기는 ▶아스트라제네카 2월 말 ▶모더나, 얀센 2분기 ▶화이자 3~4분기 순이다. 하지만 가장 먼저 공급될 것으로 보이는 아스트라제네카의 초도 물량은 75만명분이다. 코백스 퍼실리티(백신 공동 구매ㆍ배분 위한 국제 프로젝트) 물량도 마찬가지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0일 한 인터뷰에서 “코백스를 통해 확보한 1000만명분 중 초도 물량 5만명분이 2월초 들어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 총리가 언급한 5만명분은 화이자 백신으로 2월 초 들어올 전망이다. 나머지는 언제 들어올지 알 수 없다.

김신우 경북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정부는 시기를 앞당기려고 하겠지만, 접종 시작 시기에 맞춰 공급이 그만큼 따라올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2~3개월 안에 빠른 속도로 백신을 접종하면 좋겠지만, 화이자나 모더나 등 공급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천은미 이대목동 호흡기내과 교수도 “계약은 했지만, 물량이 아직 손에 들어온 게 아니다”며 “미국이나 유럽도 돈을 다 지불했는데 백신 수급이 늦어져 용량을 절반으로 나눈다든지, 기간을 늘리는 계획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② 백신 운송·관리, 훈련 필요

15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희망자가 의료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희망자가 의료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극저온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일부 백신의 운송ㆍ보관 작업 체계 구축도 남은 과제다. 지난해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국가접종 사업 때 ‘상온노출’ 사태가 터지기도 했다. 106만명분이 전량 폐기됐었다. 정부가 확보한 백신 물량 중 화이자(1000만명분)는 영하 70도, 모더나(2000만명분)는 영하 20도에서 보관ㆍ유통하는 것이 원칙이다. 콜드체인(저온유통)이 필수적으로 요구돼 별도의 냉동 설비가 필요하다. 정부는 이달 안에 모더나·화이자용 냉동고 100대를 구매할 계획이다. 이후 냉동시설을 갖춘 거점 접종센터에서 주사를 놓을 방침이다. 동네 의원에서는 접종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반신반의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콜드체인 구축 자체는 어렵지 않다. 특히 한국은 미국보다 영토가 좁기 때문에 운송에 있어 이동 동선이 짧다”고 말했다.

반면 천은미 교수는 “외국보다 우리는 냉동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천 교수는 “시설뿐 아니라 의료진 교육도 필요하다”며 “특히 아스트라제네카와 모더나, 화이자의 경우 여러 명분이 한 번에 들어 있다. 이를 1명 분씩 담는 ‘분주’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현 한림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역시 “콜드체인 구축은 어렵지는 않지만,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거라 ‘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③ 기저질환 있는 고령자, 접종 우선순위 논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지 1년째가 되는 20일 오후 광주 북구선별진료소 의료진이 코로나19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지 1년째가 되는 20일 오후 광주 북구선별진료소 의료진이 코로나19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발표한 우선 접종 대상자 중 ‘요양병원ㆍ요양원에 있는 고령자’가 1순위다. 순위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백신 접종을 본격화한 노르웨이나 프랑스 등에서 백신을 맞은 뒤 사망한 고령자가 늘어서다. 일각에서 접종 대상자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국내에서도 접종 후 사망자가 나올 경우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아도 당장 백신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 있다. 이 경우 접종률을 떨어뜨리게 된다.

천은미 교수는 “요양병원 시설 종사자 등을 우선 맞추고 고령자의 경우 건강이 좋은 분들을 먼저 접종하는 게 대책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반면 김신우 교수는 “급성 질환을 앓고 있지 않은 이상은 다 맞아야 한다”며 “코로나19에 걸렸을 때 미치는 영향과 이 백신의 부작용 측면을 비교해볼 때 백신을 맞아서 면역력을 올려놓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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