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병을 이기자] ´한국인은 고혈압이 무서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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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이 대대적인 심장병 예방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대한순환기학회(이사장 박의현)는 29일부터 10월 5일까지 제1회 심장수호주간으로 정하고 무료강연회 등 다양한 행사를 한다. 특히 10월 3일 오전 9시 여의도공원에선 선포식과 함께 심장건강 걷기대회를 할 예정. 필요한 경우 상담과 심장초음파 촬영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대한순환기학회 노영무 회장(고려대 의대 교수)은 "우리나라 사람 4명 중 1명은 심장병과 뇌졸중 등 혈관질환으로 숨진다"며 "교육과 홍보를 위해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대한순환기학회가 발표한 자료를 중심으로 국내 심장병 실태와 문제점.대책들을 짚어본다.

◇ 심장병이 급속히 늘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의 사망원인 1위 질환은 암이 아닌 심장병이다. 불행은 우리도 이런 패턴을 닮아가고 있다는 것. 해마다 2만여 명이 심장병으로 숨진다. 암과 뇌졸중에 이어 현재 사망원인 3위를 달린다.

최근 순환기학회가 1996년부터 2002년까지 서울대병원.전남대병원.계명대병원을 찾은 외래 환자 74만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고혈압을 포함한 심장병 환자가 5년 동안 3.1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오병희 교수는 "고지방식 등 서구식 생활습관의 확산과 경기 불황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장병 증가의 중요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 잘못된 상식이 많다

대한순환기학회는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 성인 1천5백여명을 대상으로 심장병에 대한 인식조사를 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56%가 자신의 심장엔 관심을 갖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가장 위중한 심장병인 심근경색 증상에 대해선 60%가 '전혀 모른다'고 응답했다.

자신의 혈압을 알고 있는 사람은 51.8%였으나 혈당은 8.1%, 콜레스테롤은 4.7%에 불과했다. 특이한 것은 젊은 연령층일수록 오답률이 높았다는 것. 고려대구로병원 오동주 교수는 "최근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30~40대 돌연사의 대부분이 심장병 때문"이라며 "평소 심장병 위험요인을 갖고 있다면 젊은 연령이라도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고혈압이 가장 문제다

혈액 중 콜레스테롤의 수치.흡연.복부 비만.고혈압.당뇨.과음.스트레스 등 심장병을 일으키는 위험요인은 많다. 의학 교과서엔 심장병 3대 위험요인으로 '흡연과 고혈압,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꼽고 있으며 이중에서도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가장 위험한 것으로 싣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서양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다. 실제 한국인에겐 무엇이 가장 위험한 요인일까. 심장병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고혈압을 꼽는다.

경북대병원 전재은 교수는 "혈압이 올라가면 심장이 혈액을 펌프질하기 위해 훨씬 많은 일을 해야하고, 수압이 센 수도관에 녹이 잘 스는 것처럼 혈관 구석구석에 혈전도 잘 생긴다"며 "현재 한국인에겐 콜레스테롤보다 고혈압이 더욱 중요한 위험요인"이라고 강조했다.

◇ 7대 생활수칙을 만들었다

대한순환기학회는 심장병 예방을 위한 일곱가지 생활수칙을 제정, 발표했다.

채소와 과일은 하루 머그잔으로 5컵 이상 먹는 것이 권장된다. 술은 주종(酒種)에 관계없이 하루 석 잔 이내로 제한한다. 심장병 전조증상도 알아둬야한다.

갑자기 식은 땀과 함께 가슴 가운데에서(흔히 알고 있듯 왼쪽이 아니다) 뻐근하고 둔탁한 통증이 나타난다면 협심증 등 심장병 발작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전남대병원 박종춘 교수는 "심근경색증으로 악화할 경우 4~5분만 지체해도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초응급 상황이므로 다시 좋아졌다고 방심하지 말고 바로 응급실을 찾아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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