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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29명 죽음 쇼크…백신 수급보다 포비아가 더 걱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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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 백신을 맞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화이자 백신을 맞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노르웨이에서 화이자ㆍ바이오엔테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은 뒤 사망한 이가 29명으로 확인되면서 백신 접종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사망자 대부분이 기저질환을 앓고 있던 75세 이상의 고령층으로 드러나면서 국내에서도 ‘집단시설 생활 노인’을 백신 접종 우선 대상 1순위로 올리는 게 맞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방역 당국은 고위험군 우선 접종에 대한 계획을 이어가겠다고 밝힌 가운데 지난해 ‘독감 백신 포비아(공포증)’가 생긴 것처럼 백신에 대한 불신이 생기지 않도록 대응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화이자 백신 맞고 노르웨이서 29명 사망

15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사람들이 부작용 여부를 관찰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사람들이 부작용 여부를 관찰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현지 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노르웨이에서 최근 화이자 백신을 맞고 숨진 사람은 총 29명으로 확인됐다. 노르웨이는 지난달 27일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했으며 지금까지 4만 2000여명이 주사를 맞았다. 특히 고령자를 포함해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중증 환자가 되기 쉬운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접종이 이뤄졌다.

노르웨이 의약품청은 블룸버그에 “지난 15일까지 사용했던 백신은 화이자 백신 뿐”이었으며 “모든 사망자는 백신과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당국은 현재 13명의 사망자가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잠재적 연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파악했고 16명에 대해선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사망한 이들은 모두 심각한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자로 모두 메스꺼움과 구토, 발열, 주사 부위의 국소 반응, 기저 질환 악화 등 백신 접종으로 예상되는 부작용을 경험했다”며 “건강이 안 좋은 고령층에는 가벼운 부작용도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독감 백신 공포증’ 재현될 수 있어

경기 성남시 셀리드 세포유전자치료제GMP센터에서 연구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성남시 셀리드 세포유전자치료제GMP센터에서 연구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방역 당국은 백신 접종을 한 달 여 앞두고 들려온 소식에 지난해 ‘독감 백신’ 사태가 재현될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가을 독감 백신을 맞은 이후 숨지는 이들이 연이어 나오자 ‘백신 공포증’이 확산했다. 예방 접종을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사망과 독감 예방 접종과의 인과관계가 없다”고 발표했다.

이번 논란을 예상하고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14일 더불어민주당 국난 극복 특위 회의에서 “백신 부작용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이 관건”이라면서 “요양시설에서 하루에도 2~3명씩 사망하는데 미리 사망 통계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사망 원인 통계에 따르면 연간 20만명(하루 550명꼴)이 암이나 만성폐쇄성질환 등 만성 질환으로 사망한다. 만성 질환을 오래 앓은 말기 환자들이 백신을 맞은 이후 사망할 경우 백신 부작용에 의한 사망으로 비칠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백신 부작용이라기보다 ‘트리거’ 역할

5일 오전 광주 북구 헤아림 요양병원에서 환자들이 퇴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오전 광주 북구 헤아림 요양병원에서 환자들이 퇴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 역시 노르웨이에서 발생한 사망자가 백신 부작용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올 경우 면역 반응이 일어나는데 이때 심장이나 몸의 세포가 튼튼해야 이길 수 있다.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층의 경우 이 기능이 떨어지면서 오히려 앓고 있던 질환이 악화할 수 있다”며 “백신이 일종의 트리거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백신의 영향이라기보단 이미 고령이고 기저질환을 앓고 있어 돌아가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 중 일부는 독감 백신 때처럼 아나필락시스 반응을 나타냈을 수 있다”며 “노르웨이 당국이 정확한 사인을 공개할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나필락시스 반응일수도…고령자 백신 접종은 우려

아나필락시스는 급성 알레르기 반응으로 백신뿐 아니라 모든 약물을 주입했을 때 나타나며 독감 백신에선 이 알레르기 반응으로 보통 100만명의 1명 정도가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화이자 1차 접종자들의 부작용 사례를 발표하면서 189만명 가운데 아나필락시스 사례가 21명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10만명당 1.1명 꼴로  독감 백신 접종 때보다 10배 높은 수치다. 이에 스테판 한 미국 식약처(FDA) 박사는 “화이자 백신 성분 중 한 성분이라도 알레르기가 있다면 접종받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독감 접종 때와 비슷한 상황”이라면서 “한국에서도 고령자나 중증질환자를 접종에서 제외하는 방법들을 논의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천은미 교수 역시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 계신 고령자의 경우 접종을 권하지 않는다. 이분들은 가족의 동의를 구하는 부분이 정부 지침에도 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방역 당국은 접종 대상자에 대한 검토를 이어가겠다면서도 계획대로 백신 접종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정은경 본부장은 “지금 상황에선 고령자에서 위ㆍ중증 사례가 많고 사망률이 높아 요양시설의 고위험군 중심의 대상자를 먼저 접종하는 게 우선 순위에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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