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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 "尹 정치중립 위반" 징계했는데…文 "정치한다 생각 안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윤석열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온·오프 혼합 방식의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정국 이슈 및 올해 국정운영 방향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경향신문 강윤중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온·오프 혼합 방식의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정국 이슈 및 올해 국정운영 방향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경향신문 강윤중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두고 이렇게 말하자 대검찰청은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가 나왔다. 지난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배제 및 징계 추진으로 여권과 극한 갈등을 빚어온 윤 총장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재신임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극도의 혼란을 겪었던 검찰 조직이 안정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文 대통령 신년회견 '재신임'에 안도 분위기도

“윤석열, 정치 생각하며 총장 역할한다 생각 안 해”

문 대통령은 이날 윤 총장에 대해 “여러 가지 평가가 있지만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다’라고 말씀드리고 싶다”며 “정치할 생각을 하면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윤 총장은 지난해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을 만한 행동을 했다는 이유 등으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징계권 발동으로 검사징계위원회를 거쳐 2개월 정직 처분을 받았었다. 법원이 지난달 24일 징계효력을 정지시킨 이후에도 여권은 검찰의 원전 수사 등을 두고 “윤 총장이 자기 정치를 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검찰총장이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문 대통령이 신년 회견에서 "원전 수사는 감사원의 수사의뢰로 하는 것"이라고 밝히는 등 윤 총장에 대한 이런 논란을 감싸고 나선 것이다. 법조계에선 "적어도 표면적으로 윤 총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재신임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차기 대선구도에서 야권의 대표 주자로 자리 매김하고 있는 윤 총장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한 데 대해서는 윤 총장을 ‘여권 인사’로 각인시켜 정치적 입지를 줄이려는 의도도 담겨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대통령 기자회견 관련 윤 총장의 특별한 입장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측근들 사이에선 "대통령이 직접 회견에서 법무부-검찰간 협력 등을 주문했기 때문에 변화의 조짐이 있지 않겠느냐"는 조심스럽게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앞서 “법무부와 검찰은 검찰 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놓고 함께 협력할 관계인데 그 과정에서 갈등이 부각된 것 같아 국민에게 정말 송구스럽다”고 '추-윤' 갈등에 대해 거듭 사과했다. 그러면서 “지금부터라도 법무부와 검찰이 함께 협력해 검찰개혁이라는 대과제를 잘 마무리하고 더 발전시켜나가기를 기대하겠다”고 주문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안경을 쓰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안경을 쓰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검찰 갈등…민주주의 일반적 과정”

문 대통령이 윤 총장의 임기를 보장한다면서도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재가한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전적으로 잘못된 생각”이라고 강변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 같았으면 검찰총장보다 선배인 법무부 장관이나 민정수석을 통해서 아무 갈등이 없는 것처럼, 임기도 상관없이 물러나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그런 시대가 더 좋았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임기제가 보장되니까 파면이나 징계에 의한 방법으로 책임을 묻게끔 제도화된 것”이라며 “장관과 총장, 법무부와 검찰 사이에 검찰 권력을 견제하기 위한 갈등이 생길 수 있다는 건 민주주의의 일반적 과정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재판 결과 인정 않는 사면 받아들이기 어려워”

이‧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과 관련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엄청난 국정농단, 권력형 비리가 사실로 확인됐고, 국정농단이나 권력형 비리로 국가적 피해가 막심했다”며 “하물며 잘못을 부정하고, 재판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차원에서 사면을 요구하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상식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저 역시 받아들이기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국정농단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징역 20년형이 최종 확정됐다. 2017년 9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모습. 뉴스1

국정농단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징역 20년형이 최종 확정됐다. 2017년 9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모습. 뉴스1

이어 “국민들이 사면에 공감하지 않는다면 이 사면이 통합의 방안이 될 수 없다”며 “사면을 둘러싸고 또다시 극심한 국론 분열이 있다면 그것은 통합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국민통합을 해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면 권한을 가진 문 대통령의 이같은 입장에 따라 사면논의는 당분간 수면 아래로 사그라들 가능성이 커졌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말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사면을 언급하며 논란이 불거졌다.

다만 사면 가능성에 대한 문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문 대통령은 “언젠가 적절한 시기가 되면 아마도 더 깊은 고민을 해야 될 때가 올 것”이라며 “그에 대해서도 대전제는 국민들에게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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