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중독성, 소비자에 정확히 알려야"

중앙일보

입력

초대형 담배회사의 연구개발 책임자에서 세계적인 금연운동가로.

삶의 축을 극에서 극으로 옮긴 주인공은 1997년 미국 담배소송에서 담배의 중독성.유해성과 관련해 결정적인 증언을 했던 제프리 와이건드(61)박사다.

담배회사 내부 고발자의 고뇌를 다룬 영화 '인사이더(Insider.내부고발자)'의 실제 주인공이기도 한 그가 3일 서울 가톨릭의대에서 열린 제1회 국제만성병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담배의 유해성에 대해 뛰어난 화술로 설명하는 그는 93년 미국의 3대 담배회사 중 하나인 브라운 앤드 윌리엄슨(B&W)의 연구개발 부소장 자리에서 쫓겨났다.

"담배의 중독효과를 높이기 위해 암모니아 화합물을 첨가제로 사용하려 해 막으려고 했었죠. 경영진과 부닥친 적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가 사사건건 충돌했던 직속 상사는 사장이 됐다. 이것이 자신이 해고된 배경이라고 한다.

뉴욕주립대에서 생화학을 전공한 그가 B&W에 몸을 담게 된 것은 88년. 생화학자로서 좀더 안전하고 신체에 덜 해로운 담배를 만들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현실은 달랐다.

"담배회사들은 니코틴을 조작하거나 다른 물질을 첨가해 중독을 부추기고 있었습니다."

그는 심지어 회사가 '어릴 때 담배를 피우게 해야 평생을 피운다'는 등의 자료를 만드는 것을 보고 죄책감이 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94년 담배의 유해성과 관련한 의회 청문회를 보면서 '내부 고발자의 길'을 택했다. '중독성을 높이기 위해 암모니아 화합물을 첨가제로 사용했다'는 B&W의 내부자료를 공개했던 것이다.

그의 폭로는 당시 미국 플로리다주 흡연 피해자 50만명이 필립모리스와 B&W 등에 제기한 2천억달러 규모의 소송에서 흡연 피해자들이 승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담배의 본질을 중독이라고 지적하는 와이건드 박사. 그는 "담배회사가 담배의 중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채 소비자에게 흡연 피해를 전가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강조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