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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당뇨환자 절반이 발기부전

중앙일보

입력

숨은 환자까지 고려하면 국내에만 4백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당뇨병. 보건복지부의 공식 집계를 봐도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이 의사로부터 당뇨병 진단을 받는다.

당뇨병은 그 자체보다 합병증이 더 무서운 병. 협심증.심근 경색증.뇌졸중.백내장.망막증.신부전증과 양쪽 발.다리의 말초신경 장애 등이 대표적인 당뇨병 합병증이다.

이 병을 오래 앓아 피가 뻑뻑해지면서 혈액 순환이 잘 되지 않은 것이 원인이다.

남성 당뇨병 환자들에겐 한가지 고민이 더 있다. 의사에게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힘든 질환, 발기부전이 그것이다.

외국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의 35~75%가 발기부전을 경험한다. 당뇨병의 다양한 합병증 가운데 가장 흔한 것으로 꼽힌다.

최근 국내 처음으로 당뇨병 환자의 발기부전 유병률을 조사한 고려대 안암병원 내과 최동섭 교수는 "아직도 간호사가 옆에 있으면 발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말하기 힘들어 하는 당뇨병 환자가 대부분"이며 "의사들도 당뇨병 환자의 발기부전 문제에 대해 먼저 물어보기를 꺼리는 경향"이라고 지적한다.

그만큼 당뇨성 발기부전은 잘 드러나지 않아 조기 진단과 치료가 어렵다는 것.

최교수팀이 최근 국내 7개 대학병원을 찾은 40~65세 당뇨병 환자(병 평균 지속기간=7.3년) 1천3백12명을 대상으로 이들의 발기부전 유병률(경증.중간 정도.완전 발기부전 포함)을 조사한 결과 40대는 49%, 50대는 68%, 60대는 79%로 나타났다.

이는 정상인(9백15명 조사)의 발기부전 유병률(40대 29%, 50대 44%, 60대 71%)보다 훨씬 높은 것이었다. 특히 완전 발기부전의 경우 당뇨병 환자가 정상인보다 5~24배 높은 유병률을 기록했다.

이 조사에 참여한 아주대 의대 조남한 교수(예방의학)는 "당뇨병 환자가 규칙적인 운동을 하거나 적당한 음주를 하면 각각 30%.20%의 발기부전 예방효과가 있었다"며 "매주 3회 이상, 하루 30분~1시간 걷기.조깅 등을 하거나 하루 소주 한잔 정도의 술을 하면 이 같은 효과를 얻는다"고 조언한다. 그러나 심한 음주는 오히려 발기부전 발생위험을 높였고, 고혈압은 발기부전과 별 상관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 왜 발기부전이 오나

발기는 우리 몸의 전깃줄에 해당하는 신경계를 타고 전달된 성적 자극이 성기의 혈관을 부풀어 오르게 하는 현상이다. 그리고 그 팽창력을 통해 빠져나가려는 혈류를 막아 성기의 단단함을 계속 유지한다. 따라서 정상적인 발기가 이뤄지려면 신경과 혈관이 온전해야 한다.

한림의대 강동성심병원 비뇨기과 양대열 교수는 "당뇨병 환자의 경우 동맥경화로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기고 자율신경 기능이 떨어지기 쉽다"이며 "이처럼 혈관.신경이 망가지면 성적 자극의 전달이 미약해질 뿐 아니라 음경 혈관의 팽창.강직도가 떨어지고 유지가 어려워진다"고 설명한다.

또 남성호르몬의 감소로 인한 성욕 감퇴에 이은 발기력 저하, 오래 병에 시달리면서 갖게 되는 심리적 부담 등이 당뇨병 환자의 발기력을 낮춘다는 것이다. 당뇨병 환자의 발기부전은 한가지 요인보다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 60%는 약으로 해결돼

남성 당뇨병 환자가 발기부전을 피하려면 혈당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혈당 조절을 소홀히 하면 발기부전은 물론 다른 합병증도 빨리 온다. 일단 발기부전이 오면 그후에 혈당을 조절해도 '사후약방문'에 그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이미 발기부전을 경험한 당뇨병 환자는 비아그라.시알리스.레비트라 등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를 복용, 잃어버린 발기력을 되찾을 수 있다.

특히 레비트라의 경우 당뇨병에 의한 발기부전 환자의 57(10㎎ 복용시)~72%(20㎎ 복용)가 효과를 본 것으로 임상시험에서 드러났다. 그러나 약물 의존성이 높아지는 것이 문제다.

최동섭 교수는 "비아그라를 복용한 당뇨병 환자가 처음엔 25㎎을 복용해도 효과를 봤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50㎎.1백㎎ 등으로 복용량이 늘어났다"고 지적한다.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이성원 교수는 "당뇨병 환자의 발기부전 치료시 성상담도 필수적"이라며 "상담시 부인과 함께 오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경구용 약이 효과가 없을 때는 음경 해면체 주사(프로스타글란딘) 치료나 음경보형술 수술을 하면 정상적인 성생활이 가능하나 통증이 있고 불편하며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 단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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