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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집 "사면론, 文이 띄웠을 것...이낙연 통해 여론 살핀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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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최정동 기자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최정동 기자

진보 정치학자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전직 두 대통령에 대한 사면 발언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애드벌룬을 띄웠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해 최근 쓴소리를 이어오고 있는 최 교수는 11일 보도된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이 (사면) 이야기를 꺼냈고 이 대표가 자기 의견으로 얘기해 여론의 반응을 살펴봤을 것"이라며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사면이 이 대표의 독자적 판단으로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최 교수는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사면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촛불시위의 연장선상으로 (박 전 대통령을) 탄핵까지 시킬 순 있었어도 사법처리까지 한 건 곤란하다"며 "현직에 있을 때의 통치행위에 대해선 정치적인 고려도 중요하다. 순수하게 법적 기준만으로 판결해 대통령을 가둬놓는 건 한국 정치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촛불 이후 보수·진보 간 극심한 적대 정국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문 대통령의 사면 결단이 있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최 교수는 특히 오는 4월 진행되는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 대해 "누가 봐도 대통령 선거 전초전"이라며 "야당이 얼마나 당과 후보를 정비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야당은 촛불시위 이후 한 번도 제대로 정비된 적이 없다"며 "사실상 지금 정당 체제는 여당 하나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진단했다.

내년 대선에서의 유력 주자로 검찰총장이 떠오르고 있는 '윤석열 현상'에 대해서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최 교수는 윤 총장의 부상을 예상치 못한 '기이한 현상'이라고 칭하며 "이러한 현상이 왜 생겼나를 봐야 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국가 운영 방식과 직결되는 부분"이라고 했다. 그는 "개혁 과정에서 보여준 법치 위기, 한국 민주주의 위기에 국민 다수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 위기를 해소해 줄 강력한 인물을 바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민주주의의 세가지 요소를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언론·집회·결사에 대한 개인의 자유 ▲법의 지배로 들며 "현 정부 들어 특히 법의 지배에 위기가 생겼다"고 진단했다. 이어 "윤 총장이 일부에게 영웅으로 인식되는 건 그가 이 과정에서 법의 ‘수호자’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라며 "그가 이전 정권에서만 강하고 현 정부에서 변했다면 그저 권력의 시녀로 비쳤을 텐데 그렇지 않고 현재 권력에서도 검찰의 역할을 다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한 가지 특정한 사건이 아닌, 그동안 많은 사건에서 역할을 보였기 때문에 일시적 지지로 보이진 않는다"며 윤 총장 지지세는 대선까지 계속될 거라고 내다봤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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