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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역설…'치유의 새' 퍼핀이 돌아왔다

중앙일보

입력

[내셔널지오그래픽 유튜브]

[내셔널지오그래픽 유튜브]

북대서양 연안에 사는 새 '퍼핀'(댕기바다오리)은 영국과 미국에서 사랑받는 마스코트다. 어린이들은 퍼핀 동화를 보며 자라고, 어른들은 퍼핀을 직접 보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인적 드문 섬을 찾아간다. 퍼핀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평화로운 마음이 깃든다면서다.

퍼핀은 일부일처제에 알도 한 번에 하나만 낳고 암수가 공동으로 육아를 한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유명하다. 인적 드문 청정 자연 속에 살지만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호기심 가득한 퍼핀이 카메라를 든 사람에게 뒤뚱뒤뚱 다가와 서성이는 모습이 자연 다큐멘터리를 통해 곧잘 소개되기도 한다.

한쪽 다리 따라 드는 퍼핀

퍼핀의 사회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진이 있다. 퍼핀 한 마리가 바닷가에 설치된 퍼핀 모형을 보면서 다리 한쪽을 드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다. 2년 전 영미권 SNS 사용자들 사이에서 온라인상 유행인 '밈'(meme)으로 유명해졌다.

[SNS 갈무리]

[SNS 갈무리]

모형은 실제 퍼핀과 똑같은 크기로 만들어졌지만 다리 부분만 못 하나로 갈음해 바위에 세웠다. 퍼핀의 눈에는 이 모형이 다리가 하나밖에 없는 친구로 보였던 것이다. 퍼핀이 친구를 보며 한쪽 다리를 든 것은 아마 공감 능력 때문이었을 거라고 사람들은 추측했다.

기후변화로 개체 수 급감  

조류학자들에 따르면 퍼핀은 사회성이 강해 무리지어 있는 것을 좋아한다. [CBS sunday morning 유튜브]

조류학자들에 따르면 퍼핀은 사회성이 강해 무리지어 있는 것을 좋아한다. [CBS sunday morning 유튜브]

사랑받는 조류지만 사실 퍼핀은 멸종위기종이다.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로 개체 수가 급감해왔다. 지난해 5월 미 공공과학도서관 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은 '베링해에서 발견된 퍼핀의 비정상적인 떼죽음'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수온 상승과 먹이 감소 탓에 퍼핀 수백 마리가 사체로 발견됐다고 보고했다. 연구진은 발견된 사체 숫자와 분포도를 봤을 때 2016년 10월~2017년 1월 사이 알래스카 베링해에서 3150~8800마리의 퍼핀이 굶어 죽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과거 퍼핀의 서식지였던 미국 메인주(州) 해안에서는 퍼핀 복원 프로젝트도 벌어지고 있다. CNN에 따르면 조류학자 스티브 크레스는 퍼핀이 이 지역으로 돌아오게 하기 위한 '퍼핀 프로젝트'를 수십 년째 진행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 자연환경을 개선하고 퍼핀 모형을 세워 사회성 좋은 퍼핀들이 이 지역에 자연스럽게 머물게 한 것이다. 현재 이 지역에는 퍼핀 1300쌍이 둥지를 틀었다.

그런 그도 최근에는 기후 변화로 인한 위기를 체감하고 있다고 한다. 크레스는 지난해 10월 CNN과의 인터뷰에서 "해수가 따뜻해지면 퍼핀이 사냥할 물고기가 서식하기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코로나19의 역설? 美, 퍼핀 멸종위기종서 제외 

호기심 많은 퍼핀이 카메라를 구경하고 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유튜브]

호기심 많은 퍼핀이 카메라를 구경하고 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유튜브]

퍼핀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을 받았다. 메인주에서 이어져 온 퍼핀 추적 관찰 프로젝트도 일시 중단됐다. 지난 6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로 어민들이 어려움을 겪게 됐다며 퍼핀의 주요 서식지에 대한 보호 조치를 풀어 주정부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에 퍼핀이 피해만 본 것은 아니다. 영국에서는 코로나19 영향에 관광객이 끊긴 노섬벌랜드주 해안가 섬에 퍼핀 떼가 몰려드는 현상도 관찰됐다. BBC에 따르면 3월부터 이 지역에 나타난 퍼핀은 관광객이 사라진 틈을 타 알을 낳고 더 많은 둥지를 트는 모습이 관찰됐다.

실제 퍼핀의 개체 수도 안정화하면서 지난해 12월 미국어류야생동물보호국(USFWS)은 퍼핀을 멸종위기종 리스트에서 제외했다.

일부 과학자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전 지구적 고통을 안겼지만 역설적으로 기후변화 시간표는 다소 늦출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본다. 이동제한, 봉쇄조치로 온실가스 배출이 감소했고 저탄소 에너지 투자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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