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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소울 푸드, 라면의 모든 역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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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9호 20면

라면의 재발견

라면의 재발견

라면의 재발견
김정현·한종수 지음
따비

두 사람이 라면을 끓인다. A는 물을 딱 500ml만 잡는다. 면과 스프만 넣고 3분만 끓인다. 봉지에 적힌 대로다. 그리고 말한다, “라면은 본연의 맛.” B는 물을 눈어림으로 대충 잡는다. 계란·파는 물론, 청양고추·양파·소시지·명란·콩나물 등 눈에 띄는 부재료를 잔뜩 넣는다. 그리고 말한다, “라면은 거들뿐.”

100인 100색, 다양한 조리법이 존재하는 게 라면이다. 그만큼이나 종류도 다양한 게 라면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라면 중에서도 인스턴트 라면이다. 면에 따라 생면, 숙면, 건면, 유탕(처리)면 등이 있다. 스프에 따라서는 일반면, 우동면, 칼국수면, 카레면, 스파게티면, 짜장면, 비빔면, 볶음면 등이 있다.

조리법만 다양한 게 아니다. 탄생 시점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라면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가 존재한다. 그 이야기에는 ▶일본에 귀화해 라면을 발명한 대만 출신 이민자 C ▶미군 음식쓰레기를 끓인 이른바 ‘꿀꿀이죽’에 충격받은 한국인 D ▶굶주림 해결을 위해 찾아온 D를 발 벗고 도와준 일본인 E ▶라면 먹고 달린 끝에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F ▶슬픔에 잠긴 대참사 유가족 옆에서 컵라면을 먹다 손가락질받은 G ▶지하철 스크린도어를 고치던 중 컵라면이 든 가방을 남기고 숨진 H 등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이 책의 뼈대는 부제(‘후루룩 맛보는 라면 연대기’)가 말해주듯 라면의 역사다. 여기에 다양한 종류로 분화한 과정과 관련 일화, 그리고 문학작품과 영화 속 이야기 등을 살로 붙였다. C~H의 영문자로 표시된 사람은 책에 나온다. (단 A·B는 기자와 지인이다) 이 책 4장의 제목인 ‘라면은 어떻게 한국인의 소울 푸드가 되었나’를 보면 떠오르는 말이 있다. 책에도 나오는 소울 메이트에게 하는 바로 그 말. “라면 먹고 갈래요?”

저자는 김정현 중앙대 교수(광고홍보학)와 한종수 작가다. 한종수 작가는 2016년 『강남의 탄생』(미지북스), 2018년 『서서울에 가면 우리는』(프시케의숲) 등 우리가 살아왔던 가까운 과거, 또 사는 현재를 다룬 역사책을 잇달아 펴냈다. 이 책도 그중 하나다.

장혜수 기자 hsc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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