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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무료 검사 하면서" 정부 중단 명령에 당혹스런 병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715명 증가한 5일 대전의 한 보건소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시민들을 검사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715명 증가한 5일 대전의 한 보건소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시민들을 검사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경기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동식 선별검사소를 운영하는 A병원은 최근 지방자치단체(지자체)에서 보낸 공문을 받고 검사를 계속 진행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정부가 지원했던 코로나19 검사 비용이 끊길 처지에 놓여서다.

A병원이 이동식 선별검사소 운영을 시작한 건 지난해 12월 14일이다. 당시 일주일 평균 일일 확진자가 1000명을 넘는 등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지자 방역 당국은 만연한 무증상 감염자를 미리 찾아 선제 대응하기 위해 수도권 150곳에 ‘임시 선별검사소’를 마련하고 익명·무료 검사를 진행했다. A병원과 같은 민간 병원도 지자체와 협의해 정부 예산을 지원받아 무료로 검사를 시행했다.

A병원 주변에는 산업단지가 많아 기업체에서 단체 검사를 예약하는 경우가 많았다. 무증상 감염자에 의한 직장 내 집단감염을 막기위해서였다. 의료진들이 출장을 나가 회사 앞에 천막을 치고 하루종일 추위와 싸워가며 검사를 해왔다. A병원은 지자체와 협의해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종료 기간인 오는 17일까지 기업체 별 검사 예약을 마쳤다. 검체 채취를 위해 대량의 시약과 용기, 집기 등 준비도 끝냈다. 그러던 중 지난 2일 지자체로부터 공문이 내려왔다.

부산시는 코로나19 방역 사각지대가 없도록 29일까지 산단지역을 찾아 ‘찾아가는 이동식 선별검사소’를 설치 운영한다. 사진은 5일 부산 기장군 장안산단 내 구기공원에 설치된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근로자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송봉근 기자

부산시는 코로나19 방역 사각지대가 없도록 29일까지 산단지역을 찾아 ‘찾아가는 이동식 선별검사소’를 설치 운영한다. 사진은 5일 부산 기장군 장안산단 내 구기공원에 설치된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근로자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송봉근 기자

공문에는 “최근 요양병원 등 감염 취약시설의 집단감염 급증에 따른 고위험집단시설 종사자 대상(42만 명) 주기적 선제검사 의무 시행, 무증상 감염자 조기발견을 위한 임시선별검사소 운영 등 검사 건수가 매우 증가하고 있다”며 “현재 일일 최대 검사역량을 약 13.2만 건으로 이보다 검사 건수가 증가하면 역학조사 및 필요한 조치도 늦어져 감염병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적혀있었다.

이어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진단검사를 계획하는 경우나 수탁검사 기관을 통해 검사를 수행하는 경우 질병 대응센터와 사전 협의하길 바란다”며 “협의 없이 진행할 경우 국비가 지원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A병원 관계자는 “무료로 진행하라고 해서 예약을 다 받아놨는데 이제 와서 비용처리를 안 해준다고 하니 당황스럽다”며 “서울역 등에서 무작위로 하는 선별검사보다 기업체 전수 조사하는 편이 효율성이 높은데, 이런 식으로 갑자기 중단하라고 하니 납득이 안된다”라고 말했다.

공문에 따르면 코로나19 검사 우선순위는 ①기존 사례정의에 부합하는 검사(유증상자, 확진자의 접촉자, 해외 입국자 등) ②감염 취약시설(요양병원·시설 등) 주기적 선제 검사 ③수도권 임시선별검사소 검사 ④지자체 자체 검사 ⑤기업체 및 사업장 자체검사 순이었다. 방역 당국은 “제한된 검사역량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무분별한 검사를 지양한다”며 이 가운데 4, 5순위는 국비를 지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우선순위가 방역적인 측면에서 맞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4일 운영을 시작한 후 수도권 임시선별 검사소에서 시행한 총 검사 건수는 7일 0시 기준 86만4220건이다. 이 가운데 2518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확진율은 0.3% 수준이다. 이는 전체 검사 확진율(1.5%)의 5분의 1수준이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임시선별 검사소를 운영한 목적은 무증상 감염자 등을 미리 찾아 적극인 방역을 하기 위해서다. 유증상자나 감염 취약 시설 검사와 다른 루트로 움직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지역사회에서 무증상 감염된 채 코로나19를 퍼뜨릴 가능성이 높은 집단은 이동량이 많은 직장인이나 대학생 등 젊은 층이다”며 “현재 정부가 운영하는 임시선발검사소에서 무작위로 검사하는 것보다 직장, 대학 등에서 집중적으로 검사하는 편이 효율적이다”라고 말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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