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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 딸 위장취업시켜 아파트 산 회사 대표 국세청 덜미

중앙일보

입력

서울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서울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집값을 잡기 위해 정부 규제가 세지자 이를 피하기 위한 ‘아빠 찬스’가 교묘해졌다. 자녀를 회사에 위장 취업시킨 뒤 인건비 명목으로 불법 증여하거나, 자녀가 아파트를 산 뒤 아버지에게 전세를 줬다며 구매 자금을 받았다가 국세청에 덜미를 잡혔다.

아빠 회사 위장 취업해 서울 아파트 샀다

국세청은 A씨가 자녀와 부인을 회사에 위장취업시켜 인건비를 준 뒤 이를 아파트 구매 자금으로 썼다고 보고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

국세청은 A씨가 자녀와 부인을 회사에 위장취업시켜 인건비를 준 뒤 이를 아파트 구매 자금으로 썼다고 보고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

국세청은 7일 법인자금을 유용해 고가 주택을 구매한 사주일가 등 358명에 대해 세무조사를 착수했다고 밝혔다.

A씨는 회원 등급에 따라 월회비를 받고 주식 정보를 제공하는 사설 주식컨설팅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이 회사에서 일한 적 없는 유학생 미성년 자녀와 전업주부 아내에게 인건비를 줬다.

여기서 받은 돈 외에 별다른 소득이 없는 자녀와 부인은 최근 서울 고급 아파트까지 샀다. 국세청은 A씨가 허위로 가족들에게 월급을 주는 방식으로 아파트 구매자금 증여세를 탈루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또 A씨가 주식 정보를 주고받은 회원비도 회사 매출에서 누락한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유명 학원가에서 고시원을 운영하는 임대사업자 B씨는 고시생들에게 할인해준다며 현금 결제를 유도해 임대소득을 탈루한 혐의를 받는다. 해당 고시원은 건물 두 채를 '방 쪼개기' 방식으로 불법 개조해 객실을 수십 개로 늘렸다.

아빠에게 전세 줬다며 '변종 증여'

부모 혹은 친인척에게 돈을 빌리거나, 임대를 주는 방식으로 주택을 구매하는 ‘변종 증여’도 조사 대상에 올랐다. 특히 최근 금융권 부동산 대출이 막히면서, 가족에게 빌린 돈으로 집을 사는 젊은 층이 늘었다.

소득이 거의 없는 20대 C씨는 고가 아파트를 산 뒤 아버지에게 임대했다. 이때 받은 전세보증금에 아버지에게 추가로 돈을 더 빌려 주택을 샀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아버지와 아들이 해당 집에서 같이 살고 있었다. 국세청은 임대를 가장해 아버지가 아들에게 아파트 구매자금을 증여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당첨만 됐다고 하면 '로또'라고 불리는 분양권 다운계약(세금을 피하기 위해 실제 거래금액보다 낮게 계약서를 작성)도 조사대상이다. D씨는 수억 원에 달하는 수도권 인기 지역 아파트 분양권을 전매하면서 구매금액이 수천만 원에 불과하다고 신고해 다운계약 의심사례에 들어갔다.

국세청은 세금탈루 의심 사례에 대해 자금 흐름을 끝까지 추적해 조사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가족에게 돈을 빌려 부동산을 사는 ‘변종 증여’는 1년에 2회 정기 검증을 통해 실제 빌린 돈과 이자를 제대로 갚고 있는지 확인할 예정이다.

김태호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신종 변칙 탈루유형을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한편, 정밀한 부채 사후관리로 채무 자력 변제 여부 및 실제 증여인지 여부를 치밀하게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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