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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교육 '빛과 그림자'] "못세운다" 맹학교

중앙일보

입력

서울시내 초등학교 부지에 들어설 예정인 맹(盲)학교 시설의 기공식이 학부모들의 반발로 결국 교문 밖에서 열렸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해 9월 서울 종로구 서울맹학교의 시설이 낡았고, 학생수도 수용가능 인원의 세배 가까이 되는 점을 감안해 용산초등학교에 일부 성인과정을 이전.신축하기로 결정했다. 용산초등학교는 3천명 수용 규모지만 학생수가 2백10명으로 급감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서울맹학교는 지난 19일 오후 용산초등학교 운동장에서 기공식을 열 예정이었다. 그러나 용산초등학교 학부모회는 학생들과 함께 "앞으로 학생수가 늘어날 텐데 학교 운동장을 줄여가면서 장애시설을 들이는 것은 옳지 않다"며 교문을 걸어 잠근 채 맹학교 측의 진입을 막았다.

맹학교 측 학생 및 가족 4백여명은 이들 학부모와의 몸싸움 끝에 결국 교문 밖에 천막을 치고 기공식을 열었다.

맹학교 이창화 총동문회장은 "학생들까지 동원해 맹학교의 기공식을 막는 것에 시각장애인으로서 서글픔을 느꼈다"며 "교육인적자원부의 허가까지 받아 이전하려는데 이를 막는 건 지역이기주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용산초등학교 학부모회 원영일씨는 "장애인 초등학교라면 몰라도 성인 시각장애인들의 안마기술 교육시설이 교내에 들어서는 것은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용산구청은 지난해 12월 "용산 부도심 개발계획에 따라 신축 및 재건축 사업을 통해 3년 후 7천4백여 세대가 늘어날 것을 감안하면 용산초등학교 축소는 문제점이 있다"는 입장을 교육부에 전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중부교육청은 "용산초등학교에 맹학교가 들어오더라도 학생 1천2백여명을 더 수용할 수 있으므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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