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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이엔 변칙으로 맞선다?···美선 '반토막 백신' 접종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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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들어가면서 초기 백신 물량이 부족해지자 각종 '변칙'까지 동원하고 있다. 영국이 1차와 2차 접종 사이 간격을 늘리겠다고 한 데 이어 미국은 백신의 투약 용량을 절반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점점 가팔라지자 한 차례라도 백신을 맞은 사람을 빠르게 늘리려는 고육지책이다.

미국의 백신 개발 프로그램인 '초고속 작전'을 이끄는 몬세프 슬라위 최고 책임자는 3일(현지시간) CBS 방송에서 "모더나 백신 용량을 절반으로 줄여 접종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슬라위의 설명에 따르면 18~55세 성인을 대상으로 한 모더나 백신 임상 시험에서 50㎍(100만분의 1g) 용량의 백신을 2회 접종받은 사람은 100㎍ 백신을 2회 맞은 사람과 비교했을 때 동일한 면역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는 "절반 용량의 백신을 접종하는 것은 더 많은 사람에게 면역력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사실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다"고 강조했다. 슬라위는 현재 미 식품의약국(FDA), 개발사인 모더나와 함께 이 '반토막 접종' 계획을 논의 중이다. 실제 시행은 FDA의 허가 여부에 달려 있다.

이같은 계획은 최근 미국 내 하루 확진자 수가 30만명에 달한 가운데 나온 자구책이다.

미국 모더나사의 코로나19 백신. [AFP=연합뉴스]

미국 모더나사의 코로나19 백신. [AFP=연합뉴스]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플로리다대의 백신 전문가 나탈리 딘 박사는 뉴욕타임스(NYT)에 "(영국의 사례처럼) 2차 접종 시기를 늦추는 것보다는 절반을 투여하는 것이 과학적 근거가 더 있다"면서 "만약 더 적은 양을 투여하고도 비슷한 면역 효과를 보인다면 진전된 방법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미 행정부의 코로나 백신 프로그램인 '초고속 작전'의 몬세프 슬라위 최고 책임자 [중앙포토]

미 행정부의 코로나 백신 프로그램인 '초고속 작전'의 몬세프 슬라위 최고 책임자 [중앙포토]

보스턴대의 전염병 전문가 크리스 길도 "모더나가 개발한 백신은 한 번의 접종만으로도 효과적일 수 있다"면서 "가능한 한 빨리 더 많은 사람에게 한 번만이라도 접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두 번째 접종을 기다리는 3주 동안 한 번도 접종받지 못한 많은 사람이 사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백신접종 고육책과 논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백신접종 고육책과 논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반면 코넬대 백신 전문가인 존 무어 교수는 "백신은 이미 아주 적은 양으로 나누어져 있어 어떤 것은 (투약량을) 절반으로 줄이기 어려울 수도 있다"면서 "불가피하지 않은 이상 '절반 투여'를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고 밝혔다.

앞서 영국에서는 '교차 접종'과 '접종 간격 확대' 방안 등을 내놓은 상태다.

영국에서 4일(현지시간)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시작한 가운데 지난 2일 잉글랜드의 프린세스 로열 병원에서 의료진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도착 물량을 확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영국에서 4일(현지시간)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시작한 가운데 지난 2일 잉글랜드의 프린세스 로열 병원에서 의료진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도착 물량을 확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영국 정부는 대안이 없는 다급한 상황을 전제로 “1차와 2차 접종 때 서로 다른 백신을 교차 투여해도 된다”며 ‘교차 접종’을 허용하는 지침을 내놨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1차에서 화이자 백신을 맞은 사람이 2차 접종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으로 바꿔서 맞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영국에서는 지난해 12월 8일 화이자 백신을 접종했고, 4일부터는 세계 최초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

그러나 1·2차에 서로 다른 백신을 맞았을 때 안전한지, 효과가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FT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코로나 백신 가이드라인이 “두 차례의 접종은 반드시 동일 제품으로 완료해야 한다”고 권고했다며 “백신을 혼용할 경우의 안전성과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존 무어 교수도 "영국 관리들이 과학을 버리고 혼란에서 빠져나올 길만 찾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영국은 두 차례의 백신 투여 간격을 기존의 3~4주에서 12주까지 늘리는 방침을 발표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화이자 측은 성명을 통해 “3상 임상시험 결과 3주 간격으로 투여한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은 확인했지만, 그 간격을 넘긴 뒤 접종한 경우의 데이터는 없다”고 밝혔다.

'용량 줄여 맞기', '섞어 맞기'에 '기간 늘려 맞기'까지 고육책이 연이어 나오는 이유는 승인 과정을 통과한 백신의 초기 생산 물량이 제한적인 반면 각국의 코로나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백신 물량이 달려 고민스러운 건 독일도 마찬가지다. 현지 매체 도이체벨레는 "백신 물량이 부족해 예방접종을 시작하고도 며칠 뒤 접종센터가 일시적으로 폐쇄되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면서 "유럽의약품청(EMA)이 백신을 뒤늦게 승인하고 주문도 적게 한 탓"이라고 보도했다.

백신 초기 물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독일에서도 '쪼개기 접종'을 고민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독일의 한 요양원에서 접종을 준비하는 의료진. [로이터=연합뉴스]

백신 초기 물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독일에서도 '쪼개기 접종'을 고민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독일의 한 요양원에서 접종을 준비하는 의료진. [로이터=연합뉴스]

이 때문에 독일에서도 한정된 양의 백신을 더 많은 사람에게 맞히는 '쪼개기 접종' 논의가 나오고 있다고 슈피겔지가 전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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