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약사'들의 가난한 이웃 사랑

중앙일보

입력

여성 약사들이 모여 가난한 이웃들을 위한 지역 사회복지 활동을 벌여 화제다.

지난 92년 서울 구로구 가리봉1동 '우리네 약국'에서 약사로 일하기 시작한 박혜경(37)씨.

박씨는 지난 2000년 2월 약국 맞은편 3층 건물에 후원금과 약국 수입으로 마련한 5천만원을 들여 동료 약사들과 '구로건강복지센터'를 열었다.

이 센터는 지역 공부방 지원에 나섰던 약사들이 경제적 사정으로 건강권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주민이 많은 것을 보고 시민단체와 힘을 합쳐 좀더 적극적으로 복지활동을 펼쳐보자는 뜻에서 시작됐다.

처음 시도한 사업은 임산부 요가 교실을 비롯해 어려운 가정을 병원과 맺어주는 사업이었지만 몇 달 후에는 푸드뱅크의 도움으로 가리봉동 일대 독거 노인을 위해 매주 두번 도시락 배달에도 나섰다.

2001년부터는 지역 치과의사들과 장애인 치과진료 활동을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약사라서 진료는 할 수 없지만 센터가 차츰 자리를 잡으면서 지금은 치과의사들과 매주 토요일 센터 한쪽에서 무료 진료소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네 약국'은 지난 1991년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에서 함께 일하던 박씨의 동료 김진숙(38)씨가 회원 5명과 함께 문을 연 곳.

박씨는 이듬 해부터 일했고 이후 몇 명이 거쳐간 뒤 현재는 정애랑(35)씨와 이소희(27)씨 등 박씨를 포함해 3명이 약국을 운영하고 있다.

박씨는 숙명여대 약학과 86학번, 정씨는 88학번이고 센터가 문을 연 뒤 약국에 참여한 이씨는 중앙대 약학과 96학번이다.

대형병원이 없어 약국 운영이 쉽지는 않지만 회원 20여명과 구로구 약사회, 지역 치과의사들이 재정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또 카톨릭대 대학원에서 상담심리학 과정을 밟고 있는 정소영(35)씨와 단국대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있는 곽은정(27)씨가 참여, 고아원 등 복지시설에 있는 어린이들의 상담을 맡고 있다.

최근에는 돈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하는 이웃들을 위해 의료비를 지원해 주는 사업을 새로 펼치고 있다.

박혜경 센터 대표는 "약국은 문턱이 낮다보니 지역 실정을 잘 알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의약분업이 시작된 이후 본격적으로 의사들과 함께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게 돼 더 바빠졌다"며 환하게 웃었다. (서울=연합뉴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