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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도, 코로나도 이겨낸다”…새해에 부활한 소래포구 어시장

중앙일보

입력

재개장 6일째를 맞은 지난달 27일 소래포구 어시장이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다 . 심석용기자

재개장 6일째를 맞은 지난달 27일 소래포구 어시장이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다 . 심석용기자

인천 남동구 소래포구엔 만국기와 플래카드가 펄럭였다. 지난달 27일 오후 3시 어시장 입구에 들어서자 넉 줄로 늘어선 수산물 가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천장에 번호판을 붙인 점포들은 제철 수산물을 가득 채우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연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소식이 이어지고 있지만, 상인들의 표정은 밝았다. 그도 그럴 것이 소래포구 어시장은 이날로 재개장 6일째였다. 소래포구는 지난 2017년 3월의 악몽에서 이제서야 벗어나고 있었다. 소래포구 어시장에 발생한 대형 화재는 좌판 244개와 상점 20곳 등을 태웠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6억 5000만원 상당의 피해가 났다. 전체 좌판 중 3분의 2가량이 불에 타면서 상인 대부분이 장사를 중단했다.

상인들은 3년 9개월 만에 제대로 된 어시장에서 손님을 맞았다. 연신 생선을 손질하던 안영수(62·여)씨는 “화재로 가게를 잃은 뒤론 다른 수산물 가게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생계를 꾸려왔다”고 했다. 그는 “오늘만 100여명이 온 것 같은데 생각보다 많은 분이 찾아줘서 너무 고맙고 다행”이라고 말했다.

물로 흥건히 젖은 바닥 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자 수산물 시세를 묻고 답하는 대화가 들렸다. 방어 1㎏ 주문에 칼질을 멈춘 가게 주인은 수조에서 뜰채로 물고기를 건져 올렸다. 방어가 파닥거리며 몸부림을 치자 마스크를 쓴 채 기다리던 손님들은 갑작스레 튄 물을 피하며 웃었다. 경기도에서 온 박모(40)씨는 “먼 길이지만 아이에게 재래 어시장을 보여주고 싶어 왔다”며 “화재 이후 부활해 문을 연 시장인 만큼 새해를 앞두고 좋은 기운을 얻어가려 한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과거의 화재만큼이나 두렵기만 하다. 35년째 이곳에서 장사한 이모(57·여)씨는 “우여곡절 끝에 가게를 새로 열었는데 코로나19로 다시 닫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떨칠 수가 없다”며 “가게 간 거리가 멀지 않으니 상인들끼리 마스크를 단단히 착용하는 등 항상 조심하자고 강조한다”고 했다.

지난달 27일 소래포구 어시장을 찾은 손님들은 우럭, 방어 등을 주문했다. 심석용 기자

지난달 27일 소래포구 어시장을 찾은 손님들은 우럭, 방어 등을 주문했다. 심석용 기자

화재 이후 3년 9개월 만에 문 열어

새 단장한 소래포구 어시장 입구에는 만국기와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심석용기자

새 단장한 소래포구 어시장 입구에는 만국기와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심석용기자

불이 난 뒤 인천 남동구는 기획재정부 소유인 어시장 용지를 매입해 현대화 작업에 들어갔다. 소래포구 어시장 조합이 4500㎡ 규모 부지에 지상 2층, 지하 1층짜리 건물을 짓고 남동구에 체납하는 방식으로 복구가 진행됐다. 지난달 22일 남동구는 상인들을 위해 완공된 1층 수산물 판매장을 먼저 열었다. 사전 승인을 받은 일반 수산물 가게, 젓갈 가게 등 점포 320여개가 들어설 곳이다. 다이닝 룸 등이 놓일 2층은 공사를 마치는 대로 곧 개방할 방침이다.

우선희 소래포구 어시장 협동조합 이사장은 “제비뽑기를 거쳐 점포 320여개의 입점 장소 등을 결정했다”며 “현재 전체 가게 중 3분의 1만 입점했고 나머지 가게는 차차 들어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감염에 대비해 남동구와 지역 주민단체와 협의해 정부방역수칙에 따라 주기적으로 소독 등을 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새해엔 바가지 시장 오명 씻겠다”

지난 22일 새 단장해 문을 연 소래포구 어시장 [남동구]

지난 22일 새 단장해 문을 연 소래포구 어시장 [남동구]

1960년대 문을 연 소래포구 어시장은 그동안 무허가 영업, 불법 호객행위, 비위생적 식품 취급 등의 민원이 잇따랐다. 이에 남동구는 주요 민원을 근절하기 위해 재개장을 앞두고 상인 300여명을 대상으로 지속해서 관련 교육을 했다. 고객 만족 센터를 설치해 민원을 받는 한편, 전담 공무원을 파견해 방역수칙을 포함한 주의사항이 지켜지는지 살피기로 했다.

위법행위가 3번 적발되면 영업을 중단하는 삼진 아웃제도 도입했다. 상인들도 동참을 약속했다. 남동구 관계자는 “소래포구 어시장에 부정적 인식이 아직 남아 있지만,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어렵게 시작하는 2021년에 새로 문을 연 어시장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이 되는 게 상인들과 남동구의 한결같은 소망이다.
인천=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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