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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보신각, 닫힌 해맞이 명소…초유의 풍경으로 맞는 202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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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하루 앞둔 31일 오후 강원 강릉시 공무원들이 해맞이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동진 해변 주변에 안내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연합뉴스

새해를 하루 앞둔 31일 오후 강원 강릉시 공무원들이 해맞이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동진 해변 주변에 안내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연합뉴스

2020년을 ‘지배’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2021년 새해맞이 풍경도 바꿨다. 시민들의 카운트다운과 함께 시작되던 새해 행사도 ‘언택트(비대면)’가 대세가 됐다.

‘안방 1열’에서 소원 비세요

SK텔레콤이 서울시와 함께 실내에서 360도 VR을 통해 보신각 전경 및 종소리를 체험할 수 있는 '2020 제야의 종 VR관'을 준비했다고 30일 밝혔다. 사진은 제야의 종 VR관 구현 화면. 사진 SK텔레콤

SK텔레콤이 서울시와 함께 실내에서 360도 VR을 통해 보신각 전경 및 종소리를 체험할 수 있는 '2020 제야의 종 VR관'을 준비했다고 30일 밝혔다. 사진은 제야의 종 VR관 구현 화면. 사진 SK텔레콤

올해를 보내거나 새해를 맞는 행사들은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줄줄이 취소됐다. 매년 12월 31일부터 이듬해 1월 1일 오전까지 진행됐던 서울 광화문 보신각 ‘제야의 종’ 타종 행사는 올해 열리지 않는다. 대신 이날 0시부터 보신각종이 울리는 모습을 서울시 홈페이지에서 360도 VR(가상현실)로 지켜볼 수 있다.

강원도 강릉·속초 등 해맞이 명소가 있는 전국 지자체는 신년 행사를 중단하고 유튜브를 통해 1일 오전 7시부터 새해 일출 영상을 중계할 예정이다. 내년 2월 출산을 앞둔 ‘소띠맘’ 30대 신모씨는 “코로나19로 세상이 어지러운 때에 아이를 낳아서 미안한 맘뿐”이라고 했다. 그는 “새해 첫날 보신각 타종과 미국 타임스스퀘어에서 열리는 ‘크리스털 볼드롭(Ball Drop)’ 등을 집에서 생중계로 지켜보면서 내년 태어나는 아이들이 자라날 땐 코로나19가 없기를 빌겠다”고 말했다.

교회 대부분이 새해 전야 예배인 송구영신 예배를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경기도 성남 지구촌교회 등 대형교회는 31일 오후 11시부터 송구영신 예배를 유튜브 등 온라인으로 올린다고 알렸다. 성남에 사는 주부 김모(58)씨는 “50년 가까이 교회를 다녔는데 신년 ‘카운트다운’을 교회에서 안 하는 건 올해가 처음”이라며 “집에서 온라인 예배를 올리며 차분하게 보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집에서 울려 퍼지는 ‘카운트다운’  

지난 29일 직장인 김재희(29)씨가 학교 선후배들과 함께 랜선 송년회를 열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 김재희씨

지난 29일 직장인 김재희(29)씨가 학교 선후배들과 함께 랜선 송년회를 열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 김재희씨

시민들은 각자 방식으로 새해를 안전하게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직장인 장모(24)씨는 “매년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새해를 맞았지만, 올해는 집에서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온라인 콘서트를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미 온라인에서는 이날 오후 9시부터 열리는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합동 온라인 공연을 기대하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지난 30일 직장인 구다현(26)씨가 대학 친구들과 '랜선 홈파티'를 열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 구다현씨

지난 30일 직장인 구다현(26)씨가 대학 친구들과 '랜선 홈파티'를 열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 구다현씨

온라인 화상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지인과 ‘랜선 홈파티’를 계획하는 이들도 있다. 직장인 김재희(29)씨는 학교 선후배들과 화상 업무 시스템 ‘줌(Zoom)’을 이용해 지난 29일 랜선 송년회를 진행한 데 이어 1월 신년회도 열기로 했다. 김씨는 “코로나19 때문에 미뤘던 만남을 시간과 위치에 구애받지 않고 모일 수 있다는 게 랜선 송년회의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지난 30일 대학 친구들과 줌으로 연말 모임을 했던 직장인 구다현(26)씨도 “직접 못 봐 아쉬웠지만 채팅 앱에 있는 다양한 기능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방역 구멍’ 우려도

성탄절 연휴인 25일 강원 강릉시 강문해변을 찾은 관광객들이 출입 통제선을 무시하고 들어가 백사장을 거닐고 있다. 연합뉴스

성탄절 연휴인 25일 강원 강릉시 강문해변을 찾은 관광객들이 출입 통제선을 무시하고 들어가 백사장을 거닐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에선 곳곳에 남아있는 방역 구멍을 우려하는 시선도 나온다. 강릉시는 경포와 정동진 등 주요 해변을 전면 통제하는 등 해맞이 관광객 저지에 초강수를 두고 있지만, 지역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바닷가 막아봤자 소용없다. 통제선 앞에 인파가 우르르 모여 커피를 마신다” “바닷가 들어가겠다는 사람 제재하면 뭐하나. SNS 유명맛집엔 거리 두기를 지키지 않고 줄이 늘어선다” 등 불안을 호소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강릉시민 김모(32·여)씨는 “KTX 매진 소식을 듣고 난 후 너무 불안하다”며 “강원도까지 와서 해돋이 행사를 보면서 코로나19 없애달라고 비는 사람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방역 당국은 방역 조치에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전국 각지에서 방역공무원·의료진 등이 병원에서 새해를 맞을 것”이라며 “모임·여행은 취소하고 거리 두기에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채혜선·이우림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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