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정책 컨트롤타워를 다시 세워야 할 상황에 몰렸다. 30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노영민 비서실장과 함께 사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당장 사표를 수리하지는 않았다. 후임자를 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급하게 발표된 사의 표명이었다. 하지만 사표가 반려될 가능성은 극히 낮아 '홍남기 경제부총리-김상조 정책실장'의 정책 투톱 시대는 곧 막을 내릴 전망이다.
부동산 정책 논란에다 백신 문제가 김 실장에겐 카운터 펀치가 됐다. 결국 그 역시 전임자들처럼 불명예 제대의 꼬리표를 피하기 어려워졌다.
따지고 보면 '경제부총리-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짜여진 정책분야 두 기둥은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많은 잡음을 낳았다. '윈-윈'은 커녕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이는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김&장'으로 불렸던 초대 김동연 경제부총리-장하성 정책실장 조합이 특히 그랬다. 분란의 핵심 원인은 문 대통령이 제시했던 경제기조에 대한 견해차였고, 그 중심엔 ‘소득주도 성장론’이 있었다.
경제 관료 출신인 김 부총리는 경제정책의 수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분배를 통해 성장을 유도한다는 소득주도론에 대한 수정 요청이었다. 그러나 장 실장은 소득주도성장을 그대로 밀고 가려 했다. 전선은 최저임금 등 전방위로 확대돼 ‘김&장 갈등’은 연일 언론에 생중계됐다. 결국 문 대통령이 나서 김 부총리에게는 혁신성장을, 장 실장에게는 일자리와 소득주도성장을 이끌라며 역할구분까지 해야했다.
둘은 누가 경제 수장인지를 놓고도 싸웠다. 결국 문 대통령은 2018년 8월 "청와대와 정부의 경제팀 모두가 완벽한 팀워크로,결과에 직을 건다는 결의로 임해달라”며 경고했다. 경제 투톱의 불협화음속에 한 때 80%를 넘던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1년동안 꾸준히 하락했다. 경제 운영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가 특히 박했다. 결국 그해 11월 두 사람은 동시에 경질됐다.
앞서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 12월에도 경제관료 출신인 김진표 부총리와 교수 출신의 이정우 실장이 동시에 경질된 적이 있다. 당시 노 대통령은 김 부총리보다 7년 선배인 이헌재 전 재경부 장관을 부총리로 기용했다. 반면 정책실장엔 부총리보다 7년 후배인 박봉흠 당시 기획예산처 장관을 기용했다. 확실히 부총리에 힘을 싣겠다는 시그널이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반대로 갔다. 그는 두번째 정책 컨트롤타워에 현 부총리인 홍남기 당시 국무조정실장과 김수현 당시 청와대 사회수석을 앉혔다. 홍 부총리는 전임자인 김동연 전 부총리의 3년 후배다. 반면 김수현 실장은 초대 사회수석을 지내며 ‘왕수석’으로 불린 실세였다.
김 실장은 취임 일성으로 “경제부총리를 사령탑으로 하나의 팀으로 일하겠다. 나는 부총리를 지원하고 뒷받침하는 역할”이라고 몸을 낮추는 듯 했지만,실제 주도권은 김 실장이 바로 쥐게된다.
두 사람의 동거는 7개월여만에 끝났다. 김 실장이 임명 7개월만인 2019년 6월 경질되면서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 사이에선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데 따른 경질로 봐야한다”는 평가가 많았다. 당시 문 대통령은 "경제 컨트롤타워는 새로운 비전을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했지만, 결국 김 실장이 이런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후 김상조 실장이 발탁돼 홍남기 부총리와 세번째 정책 투톱을 이루게 됐다. 문재인 정부 초대 공정거래위원장 출신인 김 실장은 '공정경제'를 역설했지만, '부동산과 백신'이란 아킬레스건에 발목이 잡히며 물러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몰렸다.
강태화 기자 thak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