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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김수현 이어 김상조…불명예 제대 못 끊은 정책 수장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대통령이 정책 컨트롤타워를 다시 세워야 할 상황에 몰렸다. 30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노영민 비서실장과 함께 사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오른쪽)과 김상조 정책실장이 30일 사표를 제출했다. 이로써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팀을 이끌었던 3기 정책 컨트롤타워도 막을 내리게 됐다. 연합뉴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오른쪽)과 김상조 정책실장이 30일 사표를 제출했다. 이로써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팀을 이끌었던 3기 정책 컨트롤타워도 막을 내리게 됐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당장 사표를 수리하지는 않았다. 후임자를 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급하게 발표된 사의 표명이었다. 하지만 사표가 반려될 가능성은 극히 낮아 '홍남기 경제부총리-김상조 정책실장'의 정책 투톱 시대는 곧 막을 내릴 전망이다.

부동산 정책 논란에다 백신 문제가 김 실장에겐 카운터 펀치가 됐다. 결국 그 역시 전임자들처럼 불명예 제대의 꼬리표를 피하기 어려워졌다.

따지고 보면 '경제부총리-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짜여진 정책분야 두 기둥은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많은 잡음을 낳았다. '윈-윈'은 커녕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이는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김&장'으로 불렸던 초대 김동연 경제부총리-장하성 정책실장 조합이 특히 그랬다. 분란의 핵심 원인은 문 대통령이 제시했던 경제기조에 대한 견해차였고, 그 중심엔 ‘소득주도 성장론’이 있었다.

경제 관료 출신인 김 부총리는 경제정책의 수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분배를 통해 성장을 유도한다는 소득주도론에 대한 수정 요청이었다. 그러나 장 실장은 소득주도성장을 그대로 밀고 가려 했다. 전선은 최저임금 등 전방위로 확대돼 ‘김&장 갈등’은 연일 언론에 생중계됐다. 결국 문 대통령이 나서 김 부총리에게는 혁신성장을, 장 실장에게는 일자리와 소득주도성장을 이끌라며 역할구분까지 해야했다.

둘은 누가 경제 수장인지를 놓고도 싸웠다. 결국 문 대통령은 2018년 8월 "청와대와 정부의 경제팀 모두가 완벽한 팀워크로,결과에 직을 건다는 결의로 임해달라”며 경고했다. 경제 투톱의 불협화음속에 한 때 80%를 넘던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1년동안 꾸준히 하락했다. 경제 운영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가 특히 박했다. 결국 그해 11월 두 사람은 동시에 경질됐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두 사람은 '김앤장 갈등'으로 불리며 경제정책 기조를 놓고 대립했다. 뉴스1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두 사람은 '김앤장 갈등'으로 불리며 경제정책 기조를 놓고 대립했다. 뉴스1

앞서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 12월에도 경제관료 출신인 김진표 부총리와 교수 출신의 이정우 실장이 동시에 경질된 적이 있다. 당시 노 대통령은 김 부총리보다 7년 선배인 이헌재 전 재경부 장관을 부총리로 기용했다. 반면 정책실장엔 부총리보다 7년 후배인 박봉흠 당시 기획예산처 장관을 기용했다. 확실히 부총리에 힘을 싣겠다는 시그널이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반대로 갔다. 그는 두번째 정책 컨트롤타워에 현 부총리인 홍남기 당시 국무조정실장과 김수현 당시 청와대 사회수석을 앉혔다. 홍 부총리는 전임자인 김동연 전 부총리의 3년 후배다. 반면 김수현 실장은 초대 사회수석을 지내며 ‘왕수석’으로 불린 실세였다.

김 실장은 취임 일성으로 “경제부총리를 사령탑으로 하나의 팀으로 일하겠다. 나는 부총리를 지원하고 뒷받침하는 역할”이라고 몸을 낮추는 듯 했지만,실제 주도권은 김 실장이 바로 쥐게된다.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왼쪽)과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 실장은 실장 취임 전부터 '왕수석'으로 불린 청와대 실세였다. 변선구 기자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왼쪽)과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 실장은 실장 취임 전부터 '왕수석'으로 불린 청와대 실세였다. 변선구 기자

 두 사람의 동거는 7개월여만에 끝났다. 김 실장이 임명 7개월만인 2019년 6월 경질되면서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 사이에선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데 따른 경질로 봐야한다”는 평가가 많았다. 당시 문 대통령은 "경제 컨트롤타워는 새로운 비전을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했지만, 결국 김 실장이 이런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후 김상조 실장이 발탁돼 홍남기 부총리와 세번째 정책 투톱을 이루게 됐다. 문재인 정부 초대 공정거래위원장 출신인 김 실장은 '공정경제'를 역설했지만, '부동산과 백신'이란 아킬레스건에 발목이 잡히며 물러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몰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오른쪽)와 김상조 정책실장이 13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경제·금융 상황 특별 점검회의’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홍남기 경제부총리(오른쪽)와 김상조 정책실장이 13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경제·금융 상황 특별 점검회의’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강태화 기자 thak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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