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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통화스와프처럼, 백신스와프 하자" 미국통 박진 나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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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국민의힘은 미국 정부와 협상을 벌여 화이자, 모더나 등 백신을 긴급 지원 받고 향후 위탁 생산해 되갚자는 '백신 스와프'를 체결해야한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로이터

화이자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국민의힘은 미국 정부와 협상을 벌여 화이자, 모더나 등 백신을 긴급 지원 받고 향후 위탁 생산해 되갚자는 '백신 스와프'를 체결해야한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로이터

코로나19 백신 확보 논란 속에 국민의힘이 “한미동맹을 활용해 백신을 조기 공급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른바 한미 ‘백신 스와프(vaccine swap)’를 체결하자는 것인데, 미국 정부와 협상을 벌여 1월 중에 백신을 긴급 지원 받은 뒤 한국에서 백신을 위탁 생산해 되갚자는 주장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이뤄진 ‘한·미 통화 스와프(currency swap·미국 중앙은행에 원화를 맡기고 달러화를 가져온 뒤 나중에 되갚는 방식)’에서 따온 말이다.

전날(29일) 청와대가 “문 대통령과 스테판 방셀 모더나 대표가 전화 통화에서 2000만명 분 백신을 2분기로 앞당겨 공급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하자 국민의힘에선 “제약회사와의 개별 협상만으론 물량 확보에 한계가 있다. 백신 스와프가 답”(30일 주호영 원내대표)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코로나19 백신 확보 등 현안과 관련한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코로나19 백신 확보 등 현안과 관련한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최형두 원내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자화자찬과 오판 속에 백신 확보 접종 시기가 전세계 주요 국가에 비해 늦어졌다”며 “우리 제안대로 우방과의 백신 스와프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의안과에 1월 6일 백신 관련 본회의를 소집하자는 긴급현안질문요구서를 제출했다. 국민의힘은 다음주 초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새로 임명된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백신 스와프를 촉구하는 요청문을 보낼 예정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이 연일 백신 스와프를 강조하는 건 1월 중에 조기 접종이 이뤄져야 집단 면역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백신 스와프의 근거는 2007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당시 마련된 ‘FTA 협정문’이다. 협정문 제5장(의약품 및 의료기기)에는 “한·미 당국이 양질의 특허 및 복제 의약품 개발을 촉진하고 접근을 원활히 함”이라는 문구가 있다. 주 원내대표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미국에 저자세로 도움을 구하는 게 아니라 협정문에 따른 우방국의 정당한 요청”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백신 스와프'주장을 두고는 "현 정부가 한·미관계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란 해석도 외교가에선 나온다.

당내 미국통으로 꼽히는 국민의힘 박진 의원은 30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한미동맹이 굳건했다면 지금 같은 백신 늑장이 있었겠느냐″며 거듭 한미 백신 스와프론을 주장했다. 중앙포토

당내 미국통으로 꼽히는 국민의힘 박진 의원은 30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한미동맹이 굳건했다면 지금 같은 백신 늑장이 있었겠느냐″며 거듭 한미 백신 스와프론을 주장했다. 중앙포토

국민의힘에서 백신 스와프를 처음 제기한 건 ‘미국통’으로 꼽히는 박진 의원이다. 당 외교안보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 의원은 30일 전화 인터뷰에서 “한·미동맹이 굳건했다면 지금 같은 백신 늑장 논란이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왜 백신 스와프인가
한·미동맹이 백신을 조기 공급 받을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서다. 이미 40여개 국가가 연내 접종에 나서는데, 한국만 지지부진하다. 단지 외국 제약회사와의 협상 부진 차원이 아니라 총체적 외교 실패다. 미국은 육군 대장을 총책임자로 앉혀 백악관이 백신 공급을 진두지휘하는데, 우리는 혈맹을 상대로 아무런 외교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문 대통령이 모더나 2분기 공급을 성사시키지 않았나
문 대통령이 백신 확보에 직접 나선 것은 긍적적이긴 하지만, 늦어도 너무 늦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었으면 이미 미국에 날아가 트럼프 대통령과 담판을 벌였을 거란 말이 당내에서 나온다. 제약회사 협상은 몇달 전에 끝냈어야 할 일이다. 공급 시기도 불명확하다. 2분기라면 4월부터인지 6월부터인지 속시원히 말해주는 당국자가 없지 않나. 
백신 스와프로 조기 공급이 얼마나 가능할까
늦어도 1월 중에는 백신 접종이 폭넓게 이뤄져야 집단 면역 효과를 볼 수 있다. 미국 정부와 담판을 지으면 모더나뿐 아니라 효과가 우수하다고 평가 받는 화이자 백신 등을 가장 필요한 취약층부터 상당량 조기 공급하는 데 무리가 없다.
위탁 생산으로 백신을 되갚자고 했는데
기존 생산 시설을 활용하면 급한 불을 끄고 난 뒤 미국에 더 많은 분량의 백신을 되돌려 줄 수 있다. 필요하다면 정부가 나서서 시설 확장 등 행정·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향후 코로나19 변종이 발생해도 백신 스와프 체계와 생산 시설이 갖춰지면 신속하게 대응할 수도 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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