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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보디가드 구한 KBS 김영철 홍보부장

중앙일보

입력

응급 상황에 처한 실제 보디가드를 구한 사람이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KBS 홍보실의 김영철(46) 홍보부장이다.

사건은 23일 오후 5시께 강원도 원주 문막의 오크밸리에서 열린 KBS2 새 주말연속극 `보디가드' 제작발표회장에서 일어났다.

제작 자문을 맡은 경호업체 M&K시크리트 서비스의 경호원들이 호신술 시범을 보이는 도중 경호원 유모(26)씨가 바닥에 머리를 심하게 부딪히며 실신한 것.

순간 장내는 극도의 긴장감이 감돌았고, 유씨는 혀가 말려 올라가 기도가 좁아지는 생명이 위급한 상황까지 갔다. 동료 경호원들이 인공호흡을 실시하고 팔다리를 주물렀으나 소용이 없었다.

이 때 침착하게 나선 사람이 김영철 부장이었다. 그는 능숙하게 칼로 열 손가락을 모두 따서 맺힌 피를 빼냈고 이후 유씨의 넘어갈 듯한 숨소리는 잦아들기 시작했다.

이후 김 부장은 항상 휴대하고 다닌다는 수지침으로 유씨의 손가락 중 머리에 해당하는 백회혈 부위에 침을 놓았고 유씨는 서서히 의식이 회복돼 갔다.

사고 발생 후 119 구급차가 25분 후에야 나타났으니 김 부장이 아니었으면 생명이 위험할 뻔 했다는 것이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중론이었다.

원주시에 있는 병원으로 옮겨진 유씨는 정밀 검사 결과 머리와 목뼈 등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고 이날 저녁에 퇴원했다.

김 부장이 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생명을 구한 사람만도 6명이나 된다. 1990년 이명(귀울림) 현상으로 수지침에 관심을 갖게 돼 이 분야의 권위자인 김해중 선생에게 3년간 사사한 김 부장은 1993년 단양에 취재를 갔다 박달재 휴게소에서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할아버지의 목숨을 구한 것이 최초의 경험이라고.

그러나 그 역시 안타까운 사연도 있다. 지난 2000년 대전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친선축구대회에 참가해 목숨을 잃은 고 홍창표 전남매일 부장을 살리지 못한 것이 지금까지도 마음이 찡하단다.

"전반전 끝나고 쉬던 도중에 쓰러졌다면서 저를 부르는 거예요. 막 급히 달려 가서 손을 썼지만 한발 늦었나 봅니다. 병원에는 숨이 붙어서 들어갔는데 결국에는…."

최근 KBS 보도국 뉴스 진행요원 하나가 갑자기 심근경색으로 쓰러졌을 때도 김 부장이 열 손가락에 피를 뽑고 수지침을 놓는 응급조치로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이런 사실은 KBS 사내 게시판을 통해 화제가 돼 김 부장은 이미 KBS에서는 수지침의 대가로 꽤 유명하다. 1985년 KBS 11기 기자로 입사한 김 부장은 줄곧 사회부 기자로 근무하다 지난달부터 홍보부장을 맡고 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항상 수지침을 갖고 다니는데 의외로 사건이 저를 따라다니는지 살다보면 응급 상황을 맞는 사람을 자주 봐요. 쓰러졌을 때 피를 뽑고 수지침을 놓는 등 조금만 알면 쉽게 살릴 수 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얘기를 들으면 안타깝지요."

유씨를 구한 생명의 은인이라는 칭찬에 "그저 그 친구가 운이 좋았지요 뭐" 하고 허허 웃는 김 부장은 "뇌출혈이나 심근경색 등 위급상황에서 손가락을 따고 피를 통하게 해 주는 등 간단한 응급처치법을 알아두는 것이 사는 데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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