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종 코로나 구멍…다른 나라 거친 영국 입국자는 못막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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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영국에서 유행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변이 바이러스의 국내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연말까지 영국과 항공편 운항을 일시 중단하기로한 23일 오후 인천공항 도착 알림판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정부가 영국에서 유행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변이 바이러스의 국내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연말까지 영국과 항공편 운항을 일시 중단하기로한 23일 오후 인천공항 도착 알림판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기존보다 전파력이 최대 70% 강한 영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 19) 변종이 전 세계로 확산하는 가운데 한국의 해외입국자 관리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정부가 영국과 항공편 운항을 일시 중지하는 등 강화한 조치를 꺼내 들었지만, 영국을 거친 다른 나라 입국자는 해당 조치에서 제외하는 등 구멍이 뚫려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항공편 운항 중단”   

영국 남부 지역에서 변종 바이러스가 발견된 건 지난 9월. 외신에 따르면 현재 해당 바이러스는 프랑스·덴마크·스페인·스웨덴·네덜란드·독일 등 유럽 각지를 지나 일본과 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27일 한국에서도 영국에서 귀국한 80대 남성이 자가격리하던 중 숨져 변종 코로나 19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 조사 중이다.

변종 바이러스 공포가 확산하자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지난 23일 “영국으로부터의 항공편 운항을 31일까지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영국 내 우리 공관의 격리면제서 발급을 중단하는 것은 물론, 영국발 입국자의 경우 14일 격리를 하고 격리 해제 시에도 추가로 유전자 증폭(PCR) 검사를 받아야 하는 내용이다.

23일 오후 인천공항 입국장. 뉴스1

23일 오후 인천공항 입국장. 뉴스1

하지만 정부의 강화한 해외입국 관리 방침에도 구멍은 여전하다. 우선 이번 조치는 영국 런던 히스로 공항에서 출발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는 직항편에만 적용한다. 영국에서 출발해 다른 국가를 경유하면 한국으로 들어올 수 있다.

특히 영국에서 다른 나라를 경유해 입국하는 경우나 영국에 잠시 머물렀다가 인근 국가로 이동해 한국으로 들어오는 경우는 영국발 환승객 명단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자가격리 기간(14일) 뒤 PCR 검사를 해야 하는 명단에서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방역 당국 관계자는 “이 경우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건 맞다”면서도 “이미 영국 주변 국가에서 출입을 엄격하게 막고 있어 다른 국가를 경유해 들어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영국은 한국으로 들어오기 전 ‘사전 PCR 음성 확인서’ 제출 의무가 있는 방역 강화 대상국도 아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8일부터 영국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승객 전원에 대해 출발 전 72시간 이내에 코로나 19 음성 확인을 의무화했다. 한국 방역 당국은 이런 지적에 “모든 외국인은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PCR 검사를 하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일본·유럽처럼 선제 차단해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지난 16일 관저에서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지난 16일 관저에서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선제적으로 강력한 방역 조치를 시행한 유럽이나 중동, 일본과 비교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 정부는 영국발 변종 바이러스 확진자가 7명 발생하자 이달 28일부터 내년 1월 말까지 일부 소수 예외만 두고 모든 국가와 지역에서의 외국인 신규 입국을 일시 정지했다. 사우디아라비아·오만·쿠웨이트 등은 국경을 1주일 동안 폐쇄했다. 필리핀은 영국에서 오는 모든 비행편을 금지하고 필리핀 도착 14일 이내에 영국을 방문(경유)했던 승객도 일시적으로 입국을 제한했다.

정기석 한림대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영국에 스쳤다 들어온 사람들도 여권을 추적해 입국 심사 때 전수조사해야 한다. 방역 우수 국가로 꼽히는 대만의 사례를 보면 과거 중국 방문객 입국을 금지하는 등 강력한 차단 조치 시행으로 효과를 봤다”고 지적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변종 바이러스가 이미 우리나라에 들어왔을 수 있다. 일본처럼은 못해도 영국을 경유해 들어오는 비행기는 막아야 한다”며 “유럽에서 들어올 경우 PCR 음성 확인서 제출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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