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살부부 주말엔 '빼 살!' 부부

중앙일보

입력

'다이어트를 하려면 연휴를 이용하라!'

토요일 아침 6시, 아내가 단잠을 깨운다. 평일보다 이른 시각, 운동복을 갈아입기 전 김형근(43).송미자(40)씨 부부는 줄자부터 꺼낸다.

WHR(Waist Hip Ratio), 즉 허리와 엉덩이 둘레를 잰 뒤 비율을 계산한다. 결과는 남편 1.4(정상 1.0), 아내 1.2(0.8). 두 사람 모두 심각한 복부 비만이다.

지난달 직장 검진에서 김씨는 이미 내당능(耐糖能)장애를 진단받았다. 내장에 낀 기름이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 작용을 억제해 나타나는 당뇨의 전 단계 질환이다. 아내는 특별한 증상은 없지만 늘어난 몸무게로 무릎이 아파 걷기를 싫어한다.

결혼 15년차. 두 사람의 몸무게는 결혼 전 65㎏과 48㎏에서 현재 78㎏과 63㎏으로 뛰었다. "재산은 늘지 않고, 배만 뒤룩거리니… " 남편이 투덜댄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뱃살 부부'의 주말 다이어트. 좋아하던 여행도, 가족끼리 하던 단란한 외식도 부부 건강을 위해 일단은 뒤로 미뤘다.

주말 다이어트의 첫 행동수칙은 물 마시기. 냉장고를 여니 어제 아내가 준비한 생수가 1.5ℓ짜리 페트병 두 개에 담겨 나란히 놓여 있다. 오늘 두 사람이 먹어야 할 물의 양이다.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은 활발한 신진대사와 노폐물 배설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식사 도중 또는 직후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은 피해야 한다. 음식과 함께 물을 마시면 인슐린이 증가해 지방 축적을 돕기 때문.

따라서 공복시 또는 식사 두시간 후에 마시는 것이 좋다. 다음 단계는 따끈한 물에 몸을 담그는 온욕. 체열을 높여 에너지 발산을 활발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스트레칭은 운동에서 흔히 생략되는 항목이다. 하지만 관절 부위와 근육을 쭉쭉 늘여줌으로써 얻는 체중 감량 효과는 높다. 하나는 유연성. 같은 속도.거리를 걷더라도 유연성이 좋은 사람은 에너지 소비가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또 하나는 근육의 자극이다.

신체 부위를 늘린 상태에서 몇초간 멈추는 행위는 근육 속에 잠자던 근 섬유를 자극해 기초 대사(代謝)를 상승시킨다.

오전 열량 소모의 마지막 단계인 계단 오르기. 평소 운동을 게을리한 부부는 계단 3층부터 허덕이기 시작해 15층까지 무려 다섯 번이나 가쁜 숨을 몰아쉬어야 했다.

계단 오르기는 등산과 마찬가지로 심폐 기능을 좋게 하고, 허리와 관절을 단련시키는 최상의 운동이다.

단 내려올 때는 무릎이 걱정되므로 엘리베이터를 이용한다. 남편은 3회, 아내는 2회만 시행했는데도 다리가 후들거린다. 운동은 에너지 소모와 함께 식욕감퇴 효과를 가져온다.

아내가 각별히 준비한 아침 식단은 하루 중 가장 칼로리가 높다. 아침.점심.저녁 식단의 칼로리 배분은 3:2:1.

오후에는 부부가 난생 처음 덤벨(아령)을 잡아봤다. 남편은 가벼운 느낌이 드는 3㎏, 아내는 1㎏을 가지고 시작했지만 5분이 채 안돼 비지땀을 흘린다. 근육이 쪼그라들어 있으니 근력이 있을 리 없다.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집 주변 산책에 나섰다. 햇살이 따가우니 조도가 1만 룩스는 되는 듯하다. 국제 식이(食餌)장애 학술지에 보고된 바에 따르면 1천5백 룩스의 빛을 하루 한시간 한 달간 쪼인 것만으로 과체중 여성의 몸무게가 1.5~2.4㎏ 줄었다. 빛은 혈중 세로토닌 농도를 증가시켜 에너지 소비는 높이고 식욕은 줄여준다.

하루의 마무리는 반신욕. 체온보다 약간 높은 욕조 물에 가슴 아래만을 담갔지만 10분 정도 지나니 이마에 땀이 난다.

반신욕은 혈액순환과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할 뿐 아니라, 각종 부인병을 예방하는 훌륭한 민간요법. 특히 라벤더나 주니퍼 베리와 같은 아로마를 물에 섞으면 피로를 해소하고 체지방 분해효과를 높인다.

의료자문:비벤디안 비만클리닉 유재규 원장, 클리닉 비 김정수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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